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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필복감독 Jun 01. 2020

나르코스를 통해 본 성공적 비즈니스를 위한 5가지 자세

멕시코 마약왕도 최고가 되기 위해 눈물겹게 살았구나.

 넷플릭스엔 수많은 볼거리들이 있지만 넷플릭스를 전 세계적으로 알린 건 몇몇 킬러 콘텐츠 덕분이다. 한국도 킹덤 때문에 많은 이들이 회원가입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글로벌한 차원에선 나르코스와 기묘한 이야기가 넷플릭스를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두 미드를 즐겨 보았는데 가장 최근작인 나르코스 멕시코 시즌2는 전작에 비해 소리 소문 없이 런칭해서 적잖이 놀랐었다. 홍보도 많이 안 하고 런칭했다는 것은 그만큼 졸작이란 반증인 것인가라고 나름 마음을 비우고 정주행을 시작했다. 역시나 많이 지루했다. 느린 스토리의 전개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 시즌의 파블로 에스코바르나 칼리 패밀리 캐릭터들에 비해 멕시코 마약왕 미겔의 캐릭터가 많이 약하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심하게 막무가내였던 전작의 주인공들에 비해 현실감 있는 고뇌가 많이 담겨있었기에 재미는 놓친 반면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것에 대해선 많은 깨달음을 준 그런 작품이 아닌가 싶다.


 멕시코 시즌의 주인공은 80년대 멕시코 마약 산업을 천하 통일한 전설적 인물  미겔 앙헬 펠릭스 가야르도(이름이 길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마약왕 이름이 미카엘 천사?)다. 그는 시날로아 지역의 말단 경찰관으로 살다가 마리화나를 시작으로 마약의 세계에 뛰어든 특이한 이력의 실존 인물이다. 실제로는 모르겠지만 드라마 캐릭터 측면에서 보자면 마약 왕치고는 상당히 소심해 보인다. 늘 고뇌하고 열심히 노력한다. 마치 천부적인 재능이 없는 운동선수가 최고가 되기 위해 죽을힘을 다하는 느낌이다. 그런 모습이 짠해서였던지 개인적으로 정이 많이 가는 캐릭터였다. 아무튼 이 인간이 바닥에서 시작해서 자신의 목숨을 걸어가며 마약왕으로 성장해가는 스토리가 멕시코 시즌 1,2의 주된 스토리이다.


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니 자연스레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한 분야에서 최고 위치에 오른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

무슨 일이든 죽을힘을 다해야  일등을 하는구나

라는 것이다.

 이는 사업가뿐만 아니라 운동선수, 예술가 등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삶의 기본 원칙이 아닌가 싶다. 마치 극진 공수도의 창시자 최배달 선생님께서 극진이란 의미를 강조하셨듯이 최선을 다하는 정도로는 안 되는 것이다. 목숨을 걸고 해야만 하는 것이다. 욜로가 대세인 현대사회에서 이런 가치관을 강조하다간 꼰대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하지만 즐기기보다는 최고에 오르고 싶다는 의지가 더 강한 사람에겐 이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진리다.




그렇다면 미겔 앙헬을 통해 성공적 비즈니스의 5가지 자세를 엿보기로 한다.

(실존 인물 미겔이 아닌 드라마 속 만들어진 인물 미겔임을 잊지 말자.)



1. 삶에게 휘둘리지 않기 위해 강해져야 한다.


우린 강해져야 합니다. 안 그러면 삶이라는 놈한테 휘둘리고 말 거라고요.

 "강해져야 한다."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에서 강조하는 대사고 자칫하다간 파시즘을 추구하는 성향이 아닌가라는 오해를 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살벌한 비즈니스의 세상에서 강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누가 부인할 수 있을까. 

 속이 꽉 차서 내적으로 강한 사람도 있고 기세가 대단해 외적으로 강한 사람도 있다. 위의 대사는 미겔이 초창기 마약 카르텔을 형성하기 위해 플라자(지역 조직) 두목들을 설득하기 위해 했던 것으로 당시의 미겔은 내실을 다지자는 의미로 저 말을 했을 것이다. 카르텔의 총 보스가 되기 전 다소 순수했던 미겔의 대사는 꽤 울림이 있었다. 타인 위에 군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삶에게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 강해져야 한다는 표현은 얼마나 시적인가. 하지만 미겔은 끝없는 외적인 강함만 추구하다 가족도 친구도 모두 잃고 몰락하게 된다. 대사 그대로 삶을 이겨내기 위한 내적인 단련에 힘을 썼다면 그의 삶도 달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



2. 소탐대실(小貪大失)이 아닌 소실대탐


시계 좋군.
가지세요.


 큰 것을 위해 작은 것은 쉽게 내어준다.

 카르텔 초창기에 타 지역 마약상들을 하나의 조직으로 묶기 위해 돌아다니며 설득하던 주인공 중 한 명은 자신의 시계에 관심 있는 상대에게 스스럼없이 시계를 내어준다.(알고 보니 짝퉁이긴 하다.) 살면서 작은 것에 연연하다 큰 것을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 드라마에선 시계 에피소드 외에도 큰 사업을 따기 위해 작은 이권을 내어주는 모습들이 여러 번 나온다. 알면서도 행하기 어려운 것이 살을 내어주고 뼈를 취하는 결단이 아닐까.


3.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전략이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는 비즈니스를 성사시키기 위해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철저히 수집한다. 

아첨이 먹히는 인간이 누군지, 숫자를 들이대야 먹히는 인간이 누군지 

정확하게 알고 접근한다.

 비즈니스 미팅 전에 상대에 대한 공부 없이 그냥 자리에 나가 마주하는 일이 많았던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반성하게 만들었던 대목이었다.


4. 허세가 없다. 실속이 중요하다.


별거 아닌 시날로아 출신 전직 경찰입니다.


 소통 불가능한 플라자 두목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득하여 한 자리에 모은 미겔은 자신의 공로를 보스에게 돌린다. 그에게 보내는 찬사도 마다하며 비즈니스를 성공시키기 위해 집중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보통 사람도 웬만한 공로는 자신에게 돌리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게 인지상정일 텐데 이 인간은 철저하게 비즈니스 중심적이다. 그 외의 비본질적인 것에는 의미를 두지 않는다.


5. 성실하다. 쉬지 않고 일을 한다.


이사베야 말이 맞군. 아주 성실한 친구야.  


 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면 안쓰러울 정도로 일만 한다. 마약상인데 마약은커녕 술에 취한 모습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 여자 문제에 있어서도 비즈니스 파트너와는 공과 사를 명확하게 구분한다. 일중독에 빠져 워라벨이 무너져 다른 모든 것을 잃는다는 것이 결론이지만 그가 짧은 시간에 업계 최고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쉬지 않고 일을 했기 때문이다. 스카페이스로 대표되는 마약상들의 클리셰라고 할 수 있는 흥청망청거리는 모습이 1도 없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캐릭터로 다가왔다.



 

 이상으로 미겔이란 캐릭터를 통해 성공적 비즈니스를 위한 삶의 습관을 엿보았다. 보통은 위대한 인물들에 대한 영화나 책을 보며 동기부여가 되기 마련인데 악인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든 적이 있었던가? 그런 면에서 드라마 속 미겔의 캐릭터는 입체적으로 잘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당도 저리 치열하게 사는데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돌아보게 된 것이다. 절대 악당을 미화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었으며 엉뚱한 발상으로 재미 삼아 쓴 글임을 다시 한번 밝히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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