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비코치 Dec 12. 2021

경력단절이 아닌 경력전환의 시기

본 포스팅은 <엄마의 두번째 명함(김수영 저)> 제 책의 일부내용입니다.

육아기 전업맘의 시기는 경력단절시기라고만 볼 수 있을 것인가?  

   

나는 경력단절의 시간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아이를 낳고 나면 기존에 해왔던 일을 계속할 수도 있지만, 경력을 전환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현장에서 경력단절여성들의 커리어로드맵을 함께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나는 생각외로 그녀들이 예전 일을 다시 돌아가길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잠깐 몇 년만 이 일을 쉬고 복귀해야지..란 생각으로 퇴사를 생각했다가도 육아의 일상으로 3년, 5년... 살다보면 기존에 해왔던 직무에 대한 확신이 점점 떨어진다.     


 또한 결혼전에 꿈꾸던 일과 달리 엄마가 찾고 그리는 직장과 일이란 나의 일과 함께 아이도 어느정도 케어가 가능한 일을 찾게 된다. 즉, 업무에 대한 탄력적이고 유연성이 보장되는 그런 일자리 말이다. 그렇다보니 일을 시작함에 앞서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는 심경에 막연함을 느끼고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지 막막함이 앞서기도 한다. 예전 한참 학창시절 진로를 고민했던 그 고민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진지하게 난 뭘 좋아하고 난 어떤 일을 할수 있을까 고민도 하게 되고 나 라는 사람에 대해 탐구해보고 경험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또한 엄마의 역할외에 무언가 ‘나’를 찾고 싶은 마음과 함께 이 단절의 기간이 더 길어질까봐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같은 상황이라도 다른 이면으로 전환해보면 이 기간은 ‘나’에 대해서 다시 한번 치열하게 고민하고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탐색이 가능한 시기이기도 하다. 퇴사후 전력질주의 육아기를 어느정도 지나고 보니, 이렇게 치열하게 나에 대해서 탐색하고 또다른 나의 재능을 찾아 경험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을까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회사를 다닐 때에는 떨어지는 업무를 쳐내느라 바뻐서, 혹은 매월 들어오는 고정급여의 생활에 어느정도 익숙해져 그냥저냥 살만하니까, 혹은 바쁘고 슬럼프라는 핑계로 나를 돌아보지 못하고 시간을 흘려보낼 수 있다.     


 앞서 다시 나의 얘기로 돌아가보면, 나는 두 살터울의 아이둘을 키우며 힘들었고, 어느 육아 부부들처럼 갈등으로 힘들어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의 가능성들을 탐색해보고 경험해보는 시간을 점차 가지게 되면서부터 이 시기가 너무나도 소중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러면서 덤으로 가져가는 것은 바로 남편에 대한 고마움이였다. 어쨌꺼나 그 당시 남편은 우리 가정의 절대적으로 경제적인 부분을 담당했었기에 그 무게가 실로 무거울 것을 짐작할 수 있었고, 그 자리의 무게로 인해 자신의 또다른 가능성을 탐색해 보는 여유는 가지긴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였다.   

   

 그렇기에 ‘현재 나는 경력단절여성’이라는 타이틀로 나를 가둬두고 있는 많은 엄마들이 경력단절이 아닌 또다른 경력을 탐색하고 준비하기 위한 ‘경력전환기’ 혹은 ‘육아기는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지점’이라는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 때문에 아이를 먹이고 재우는 소위 절대적인 육아돌봄기 이후에는 아이에게만 너무 몰입하기 보다는, 엄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나에 대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생동안 평균적으로 세군데 정도의 다른 조직에서 일하게 될 것이고, 인생에서 적어도 한번쯤은 중대한 커리어의 변화를 꿈꾸거나 겪게 될 것이다. 힘들고 고된 육아기가 아니라 내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속에서 ‘나의 가능성을 탐색해 보는 커리어전환기’라는 인식으로 바꿔보는 것이 필요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