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좋아하는 엄마란...
책 육아는 힘들어
by 와우코치 손지혜작가 Sep 23. 2020
나는 책을 좋아하던 아이였다.
어렸을 적, 아빠 서재에 가면 높은 책장에 빼곡하게 꽂힌 형형 색의 책들을 한참을 바라보곤 했었다.
한글을 읽기 시작하면서 아빠 서재에 들어가 책 제목을 읽는 게 재밌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한 책을 읽게 되었는데,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막 울었다.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이란 책 제목이 또렷이 기억나는 걸 보면 이 책으로 인해 책이 내 삶의 일부분이 되는 신호탄이 되었다.
중학생이 되자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여행기나 에세이 책을 자주 보곤 했다.
하지만 늘 중간고사다 기말고사다 시험 일정에 쫓겨 내가 원하는 책을 읽을 수만 없었다.
학교 교과서에 시험 준비에 치여 책 읽기는 사치라고 느꼈고, 고등학생 때까지도 그랬다.
막상 대학생이 되어 시간의 자유가 많았지만,
또 학과 과제로 실기시험으로 점점 책 읽기와 멀어지는 생활을 했다.
그러다 결혼 후 아기가 생기면서 우리 아이는 책을 좋아하고 책으로 즐겁게 노는 아이가 되었으면 했다.
어렸을 때부터 헝겊 책으로 놀게 했고, 아이 곁엔 언제나 책이 있게 만들어줬다.
다행히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랐는데, 문제는 밤에만 그런다는 것이다.
낮에는 색종이 접기나 레고 놀이로 하루를 보내다가 잠을 자야 하는 밤이 오면 책을 탑으로 쌓아 가져온다.
처음에는 아이가 원하는 대로 책을 읽어줬다.
누군가는 밤을 꼴딱 새워서 읽기도 했고,
그래야 아이 머리가 트인다기에 나도 따라 해볼 양으로 아이가 원하는 만큼 책을 읽어 주었다.
그러다 늦게 자면 다음 날 나도 힘들고,
아이는 안 일어나고 아침에 등원하기도 벅찬 순간들이 연속해서 일어났다.
그러다 나의 삶을 재정비하기 위해 미라클 모닝을 시작했는데,
일찍 일어나기 위해 전날 일찍 자야 하는 건 당연한 진리!
하지만 아이가 들고 오는 책을 다 소화한다면 나만의 미라클모닝은 더는 없는 것이다.
아이를 잘 달래고 누웠는데 어디선가 훌쩍이는 소리가 난다.
가만히 들어보니 아이는 울고 있었다.
“책을 읽고 싶은데 왜 안 읽어줘요...?”
“엄마 나 안 좋아하죠?”
아이가 측은했다.
이 아이에겐 엄마가 읽어 주는 책이
자기를 사랑한다고 건네는
속삭임처럼 느껴졌나 보다.
나도 아이의 마음을 이해했기에 며칠을 밤새 읽어 주었지만,
역시 다음 날 일어나는 시간이 늦어지고 마음도 힘들었다.
그러다 생각해 낸 방법이 자기 전 딱 한 권만 읽는 거였다.
대신 불을 끄고 음악을 들으며 책을 토대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 거다.
수수께끼를 하기도 하고, 서로 퀴즈 놀이를 했다.
불을 끄고 잔잔한 음악이 들리니 아이 마음이 고요해졌다.
그러다 내가 숨소리를 고르게 크게 낸다.
의도적으로 약간 코 고는 것 같은 일정한 리듬의 숨소리를 연거푸 내면,
아이는 엄마가 잠들었나보다 하고 자기도 따라 잔다.
생각보다 일찍 잠든 아이를 보며 마음을 쓸어내린다.
엄마가 원하는 대로 책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건 정말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엄마의 삶도 있지 않은가?
아이가 원하는 만큼 책을 많이 읽어줘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전 책에서 본 말이다.
한 권을 읽어도
아이와 충분히 교감을
할 수 있다면 괜찮다.
자기 전 딱 한 권으로 정하니 몸과 마음이 훨씬 가볍다.
책 읽어 주는 게 엄마가 건네는 사랑의 언어라고 본다면
낮에도 아이와 몸으로 격렬하게 놀아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6세인 남자아이 두 명을 엄마가 몸으로 놀아 준다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엄마도 편하면서 아이도 즐거운 그런 놀이를 생각하고 실천하는 일,
엄마가 된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