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잘 가요

엄마의 장례식

나의 엄마는 만 60세의 꽃다운 나이에 이 세상을 떠나셨다.

나는 딸로서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물론 내가 미국에 있어서 옆에 있을 수 없었지만

돌아가시기 전 전화 통화도 못하고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시간 속에서

엄마는 세상에 있는 것들과 작별하신 것이다.


엄마가 암 진단을 받으셨을 때만 하더라도

곧 돌아가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6개월인 시점에서 이렇게나 빨리 가실 줄이야...


엄마가 아프시다는 걸 알았을 때부터

엄마의 임종에 대해 생각해봤다.

정말 그런 일은 안 왔으면 좋겠지만

혹시라도 오면 나는 어떻게 될까...


초등학교 때였을까

만약에 엄마 아빠가 이다음에 돌아가시면 우라는 어떻게 되는 것 있까

동생에게 말한 적이 있다.

그 아이는 극도로 정색하며

절대 그런 말은 하지 말라고 했다.

그렇게 엄마의 죽음은 생각하기조차 싫은 끔찍한 일이었다.


하지만 엄마가 아프신 걸 알게 된 후로는

틈만 나면 엄마의 병에 대해 검색하고 공부하며

어떻게 이겨 나갈 수 있을지를 생각했다.

엄마는 폐암 4기로 진단받아

수술을 받거나 완치의 희망을 기대하기보다는

통증 완화치료에 중점을 둔다고 의사는 전했다.


그러다 우연하게 KBS 다큐멘터리 <앎>이라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암에 걸린 환우들의 이야기와 임종 모습에

엄마가 겹쳐져 많이 울었던 것이 생각난다.

우리 엄마도 언제가 돌아가시면

그러면 어떻게 될까

나머지 우리 가족은

나는 어떨까...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엄마의 생전 목소리와 모습을 많이 남겨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지에 있는 나를 대신해 엄마의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남겨달라고

동생에게 부탁했었다.

동생은 뭘 또 그렇게까지... 라며 심드렁했다.

교회에서 예배드리는 모습의

10초 정도 짧은 동영상 하나를 나에게 보내주었다.

엄마에게도 엄마의 모습이 보고 싶으니

셀프 비디오 찍어서 보내달라며

몇 번의 간곡한 부탁으로 딱 1개의 12초 정도 되는 동영상을 보내오셨다.

그것은 엄마의 임종 전에 남긴 마지막 영상이 되어버렸다.



엄마의 목소리도 남기고 싶었지만

그때 당시 나는 통화 중 녹음 기능이 없는 핸드폰을 쓰고 있어서

아쉽게도 실행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엄마가 돌아가신 후

엄마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에

엄마 휴대폰에서 나와의 전화 통화를 녹음하셨던걸 발견했다.

특별하지 않은 일상적인 통화에

별 이야기가 없는 내용인데

엄마는 딸과의 통화 내용을 녹음해두셨던 것이다.


멀리 있는 딸 목소리를 마음껏 듣고 싶어서였을까...

엄마는 어떤 마음으로 통화 중 녹음을 하셨을까...

항상 대화할 수 있다는 사실에

평소에는 의식하지 않았던 엄마와의 대화가

이제는 아득하고 먹먹한 상태로

추억만 할 수 있다는 현실이 아직도 받아들이지가 않는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나는 많이 울었다.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울고

일하고 있는 도중에도 울고

학교 수업 시간에도 울고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그렇게 줄줄 울고 다녔다.





이제 3년이 지난 지금은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받아들였고

엄마의 부재가 사실이라는 게

마음에 각인되었다.

가끔 엄마 생각에 목놓아 울긴 하지만

그래도 엄마는 이제 이 땅에 없고

하늘에 가셨다는 사실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너무 힘들어하는 나에게

3년만 지나면 괜찮을 거야..

나중에는 생각도 안 나더라라고

나보다 먼저 모친상을 치른 친구가 말했다.


그런데 정말 3년이 지나자

그 아픈 마음들이 약을 발라 진정이 된 것처럼

차분히 현실에 눈뜨게 해 주었다.

시간이 약이란 말이 정말 맞는 표현이다 싶었다.

시간은 치료제가 되어

나를 슬픔에서 끌어내었다.

이제는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나에게 주어진 아이들을 돌아보게 했다.


그렇다.

나에게 주어진 이 땅에서의 삶의 시간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얼마 전에 돌아가신

99세까지 특별한 병 없이 노환으로 편안하게 돌아가신 외할머니처럼

우리 엄마도 그렇게 건강하게 사실 줄 알았는데...

젊다면 젊은 나이 60세에 가신 엄마를 보며

나에게 허락된 시간은 언제까지 일까...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까...




엄마랑 함께 감명 깊게 본 Now is good 영화가 생각난다.


현재를 살아라!
현재에 감사하고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을 마음껏 사랑하기!


이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엄마를 위해서

그리도 나를 위해서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진실되게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