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감사일기


요즘 내 마음에 불평하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모든 것들이 불만이었다.

왜 그런지 내 마음을 가만히 살펴보았다.

이러면 안 될 것 같아 예전에 쓰던 감사일기를 다시 써보았다.


1. 어제 종일 도서관에 있을 수 있어 감사하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1단계로 완화되어서

동네 도서관이 다시 문을 열었다.

예전에는 책을 빌리려면 그 전날 예약해서

도서관 입구에 가서 책만 받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1단계로 조정되면서 발열 체크와 QR코드만 찍으면 입장이 되었다.

제한된 인원이지만 심지어 도서관 안에서 책을 볼 수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도서관 안으로 들어온 나는

평소에 읽고 싶던 도서관 책들을 여러 권 꺼내 도서관 책상에 앉았다.

오래간만에 도서관 내음을 느끼며 책을 읽은 하루라 감사하다.


2. 동네 맛집인 빵집에서 말차 스콘을 먹어서 감사하다


며칠 전부터 진한 녹차 색의 스콘이 당겼다.

모르면 그냥 지나가는데 아는 맛이라 더 당겼다.

마침 도서관 옆에 맛있는 빵집이 있어 들렸다.

가격대가 있는 편이었지만 나를 위해 말차 스콘 하나를 포장했다.

며칠 전부터 남편에게 말차 스콘이 먹고 싶다고 노래 불렀는데

바쁜 남편은 ‘그래?’ 하고 반응이 없다.

‘남편이 사다 주길 바라지 말고 내가 직접 사 먹어야겠다’

란 생각에 내 돈 내고 내가 직접 사 먹었다.



그래, 나의 행복은 내가 행동하는 거야!
누군가에게 기대해서 실망하는 것보다
내가 직접 나를 챙겨야겠어!



3. 점심으로 직접 만든 도시락을 먹어서 감사하다


도서관에 가기 전 도시락을 만들어 갔다.

집에 돼지 주물럭 고기가 있었다.

거기에 케일과 셀러리, 양파, 깻잎을 같이 넣어 고기와 볶았다.

냉장고 안에 있던 처치 곤란한 채소를 다 넣었다.

밥 조금과 돼지 주물럭을 싸가니 마음이 든든했다.

도서관에서 책을 보다 12시가 되자 방역 소독한다며 퇴실하라는 방송이 나왔다.

도서관 밖 사람이 안 다니는 한적한 벤치를 찾았다.

거기 앉아서 준비해 온 도시락을 먹으니 기분이 좋았다.


요즘 먹거리에 한창 신경 쓰고 있는데

밖에서 대충 사 먹는 게 아니라

내가 만든 건강한 식사로 한 끼 해결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또 밖에서 먹으니 소풍 온 느낌도 나고

나무를 보며 먹어서 그런지 맛있게 먹었다.


4. 저녁 외식 대신 홈메이드 집밥을 먹어서 감사하다


오후가 되자 아이들을 하원 시킨 남편이 도서관에 있는 나를 데리러 왔다.

책을 많이 대출해서 너무 무거웠다.

차에 타자마자 남편은

‘저녁으로 떡볶이와 튀김을 먹을까?’ 한다.

근처에 죠스 떡볶이가 있는데 거기서 분식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싶은 모양이다.

종일 도서관에 있던 내가 집에서 저녁 준비하기 힘들 테니 나를 배려해서 묻는 거란다.


그런데 왠지 떡볶이와 튀김류들이 안 당긴다.

애들은 엄마가 만든 피자가 먹고 싶다고 한다.

그냥 집으로 왔다.

책이 든 무거운 도서관 가방을 내려놓고 손부터 깨끗이 씻는다.

그리고 냉동실에 얼려둔 토르티야 꺼내 빛의 속도로 피자를 굽는다.


남편은 갈비와 김치가 먹고 싶다기에

역시 냉동실에 얼려둔 소갈비를 꺼내 구워준다.

순식간에 우리 가족 4명의 저녁 식사가 만들어졌고 우린 맛있게 먹었다.

밖에서 사 온 음식이라면 편하게 한 끼를 먹었겠지만

나의 수고로 가족들이 건강하게 저녁을 먹으니 이 또한 감사하다.


5. 설거지하는 동안 남편이 애들 책 읽어줘서 감사하다


저녁 식사 후 내가 너무 피곤해하자 남편이 설거지를 자처한다.

설거지는 내가 할 테니 대신 아빠가 애들 책 좀 읽어달라고 부탁한다.

평소 애들 책은 내가 읽어주는데

아빠 목소리로 책 읽어주는 게 좋다는 말을 들었다.

피곤한 몸으로 애들 식판과 저녁거리를 씻는다.

그동안 남편은 아이들에게 오늘 도서관에서 빌려온

따끈따끈한 책들을 읽어주고 있다.

코모도가 나온 책이라 그런지 아이들은 집중하며 잘 듣는다.

이 또한 감사하다.


이렇게 나의 삶에 스며든 불만을
다시 감사 거리로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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