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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 계약서를 쓴 날에는 무엇을 먹으면 좋을까?


책 계약을 하러 가는 날이다.

얼마 전 내가 써왔던 원고를 출판사에 투고했다.

미라클모닝을 하며 6개월 안에 완성한 원고다.

많은 출판사에서 관심을 보이며 회신을 했다.

하지만 계약까지 이루어지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한 출판사와는 미팅까지 했는데, 내 두 번째 원고와 작업하고 싶다고... 잉?




결국에는 투고하고 연락 온

첫 번째 출판사와 최종 계약했다.

장소는 서울 종로의 한 카페다.

근처에 교보문고도 있고, 청계천도 있어서 봄바람도 쐬고 싶었다.




아이들 없이 나가는 오랜만의 혼자 외출이라

무척이나 설레었다.

전철을 타고 약속 장소까지 간다.

한 카페에서 출판사 대표님을 만났다.

대표님만 만나는 것인 줄로만 알았는데,

편집자님까지 같이 오셨다.




대표님과 편집자님 앞에서 초보 작가인 나는  

은근히 긴장되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까....?

하지만 내 책 이야기를 하자

마음껏 내 생각을 늘어놓았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우리는 계약서를 작성했다.

계약서에 내 이름과 정보를 적고 드디어 사인을 한 것이다.


나의 첫 책 계약서


그렇게 무사히 계약을 완료하고 카페 문을 나섰다.

교보문고도 들려서 책도 구경하고

근처 청계천에서 산책이나 할까?

종로에서 유명한 피맛골에서 맛있는 걸 사 먹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긴장이 풀려서일까?

다 귀찮고 그냥 집으로 가고 싶다.




집으로 가는 전철을 탔다.

계약서를 썼다는 사실이 설레고 벅찼다.

이럴 때는 엄마가 생각난다.

전화로 알려 드렸으면 누구보다 좋아했을 그녀...

이제는 그럴 수 없다는 사실에 눈물을 삼킨다.





우리 집 근처 전철역에 내렸다.

전철역 앞 길거리에서 어떤 모자가 과일을 팔고 있다.

나는 크고 먹음직스러운 딸기를 보았다.

평소 같으면 비싸네... 하고 지나쳤을 큰 딸기...

오늘은 용기를 내어 지갑을 열어본다.

그래, 오늘의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향이 진하고 탐스러운 딸기 한 바구니를 샀다.

집에 가서 아이들이 좋아할 생각에 마구 신난다.

빨간 대야의 딸기




남편과 아이들이 역 앞으로 마중을 나왔다.

저녁시간이 다 되었다.

집에 가서 먹기는 지쳤고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맛있는 거 먹을까?

얼마 전 찾아낸 근사한 빵집에 가서 빵을 먹을까?

아님 남편이 좋아하는 감자탕?

내가 좋아하는 오리고기?





그렇게 고민을 반복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우린 결정했다.

이삭 토스트에 가기로...

아이들은 피곤해서 차 안에서 골아 떨어졌고.

우리 부부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식당 안으로 들어가 먹기는 곤란하니..

우리 며칠 전부터 가고 싶었던 이삭토스트를 포장해서 차 안에서 먹자!




그렇게 해서 난 평소에 먹던 토스트 메뉴보다 훨씬 고급스러운...

베이컨도 들어가 있고 해시브라운도 들어있는

럭셔리한 이삭토스트를 포장해서 차 안에서 먹었다.





무언가 근사한 걸 먹을 생각도 했지만

차 안에서 자는 아이들+그리고 피곤한 현실 부부에게

이삭 토스트는 딱인 메뉴였다.

집에 가면 아이들과 딸기도 씻어 먹어야지...



그래! 이게 현실적인 엄마의 모습이다.

특별한 날에 꼭 특별한 걸 먹어야 하나?

그 상황에 맞게 먹고 싶었던 걸 먹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행복은 일상의 작은 것을 놓치지 않음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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