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었을 때, 흔들리던 초록의 잎 사이로 왔다가 사라진 왜곡된 공간은 나를 이끄는 이정표였다.
사람이 왔을 때, 좋지 않은 머리를 돕던 가슴의 온기 속에는 어제 아니면 내일의 어떤 기억이 담겨 있었다.
이것들을 모아 선명한 열쇠를 만들고 나면 나는 몇 계절을 붙잡고 고민을 할 것이다. 슬퍼서, 눈물을 흘렸던가. 기뻐서, 걸었던 길조차 기억에 담겨있지 않았던가. 그래서, 나는 아름다웠던가. 닮지 않은 사람을 끝내 다 그리지 못했음에도 나를 닮아있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열쇠를 돌리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이 세상에서의 한 조각으로 말미암아 나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이슬 아래에 놓을 생각이다. 태양이 이야기를 거두어 구름이나 바다에 내려놓기를. 비로 바람으로 사람에게 선물처럼 전해지기를. 이 세상에 흠뻑 취한 후에 선명한 열쇠를 만드는 방법을 알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