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에 15년 된 차를 폐차하고 QM6 가솔린으로 차를 바꿨습니다. 기존 차는 관리를 잘해서 차체나 엔진 상태가 꽤 좋은 편이었지만 경유차량이라 배기가스 규제로 인해 새 차로 바꿀 수밖에 없었습니다. 디젤엔진의 첫 시동 시 느껴지는 진동과 엔진음이 좋았지만 휘발유 차량에 적응해야 했습니다. 기아 스포티지를 15년 탄 이후라 르노의 QM6는 생각보다 다른 점이 많았습니다.
1. 1년에 5개월은 냉간 시 10분 정도 차량 변속 안됨
이건 직접 겪어보기 전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였습니다. 운전면허를 딴 지 만 20년이 된 저는 지금까지 몰았던 차(대우 누비라 2, 레간자, 노부스 트럭, 현대 아반떼, 소나타, 그랜저, 스타렉스, 리베로, 포터, 메가트럭, 볼보 트럭, 쌍용 티볼리, 코란도)만 해도 10종류가 넘지만 겨울철 냉간 시 출발할 때 차의 속도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없었습니다. 그냥 밟으면 밟는 대로 나가는 차들이었지요.
그런데 차를 새로 바꾸고 난 뒤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겨울, 새 차를 탔을 때의 황당함이란... 시동을 걸고 왕복 8차선 도로에 올라탔는데 속도가 40km/h이상으로 나가지 않는 겁니다. 엑셀레이터를 밟아도 rpm만 올라갈 뿐 속도가 최대 45km/h을 넘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차가 고장 난 줄 알았습니다. 당황했지만 그래도 차선을 3차로로 변경하며 몇 분을 더 운행하자 드디어 60→70→80km/h으로 변속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네이버 카페에서 본 내용입니다만 QM6는 자트코 CVT 미션을 씁니다. 이 회사에서 미션의 고장이 잦아지자 일부러 미션 보호를 위해(이렇게 쓰지만 아마도 회사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 냉간 시 적정 온도가 되기 전엔 변속이 되지 않게끔 조치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평균 기온이 10도 이하인 경우 실외 주차를 한 뒤 차량 주행을 시작하면 10분 정도는 시속 40으로 천천히 갈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10분 정도 천천히 주행해서 차의 엔진이 적당히 열을 받으면 그제야 변속이 되기 시작해 여느 차처럼 주행이 가능합니다. 이 차를 사기 전 이런 사실을 알았다라면 아마 구매를 포기하지 않았을까 여겨지는 문제입니다. 그런데 어찌합니까? 차 사고 나서 알게 된 문제인 것을, 지금은 그러려니 하고 포기한 문제입니다.
아, QM6에는 미션오일 쿨러가 없습니다. 그래서 미션오일 쿨러와 써모스탯(온도 조절장치)을 새로 장착하면 위와 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5만 원을 주고 화성의 한 공장에서 미션오일 쿨러와 써모스탯을 장착했지만 효과는 장착 전에 비해 변속되기까지의 시간이 2분 정도 줄어드는 게 전부였습니다. 날이 추워지면 QM6는 냉간 시 출발이 굼뜨다는 걸 꼭 알고 구매하시길 바랍니다.
2. 오른발을 들었다 놨다
보통 자동 6단 기어를 쓰지만 큼식이(QM6 애칭)는 CVT를 써서 엑셀레이터를 계속 밟으면 연비가 안 좋아집니다. 예전 푸조 3008의 MCP 변속기처럼 엑셀을 밟았다 살짝 힘을 빼는 식으로 발을 들었다 놨다 해야 연비가 좋아지는 걸 체감할 수 있습니다. 계기판에서 실시간 연비가 나오니 그 숫자를 보면 확실히 연비 차이가 많이 나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무턱대고 엑셀레이터를 밟으면 rpm만 올라가고 속도는 잘 안 올라갑니다. 밟았다 살짝 떼고 다시 밟았다 떼고 여기에 적응하는 게 중요합니다. 막상 해보면 아무것도 아니니 걱정 마시길
3. 25,000km에 미션 고장으로 교체
저는 예방정비를 하는 편입니다. 매뉴얼을 정독하고 매뉴얼과 카페에서 추천하는 대로 각종 오일이나 냉각수, 부품 등을 언제 바꿀지 판단합니다. 대부분 매뉴얼에 적힌 시기보다 조금이라도 빨리 교체하는 편입니다. 차는 소모품만 제때 갈아줘도 오래 탈 수 있으니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한 수리를 뒤로 미루지 않습니다. 차를 운전할 땐 급출발, 급감속은 자제하고 빠른 속도로 주행하는 편이 아니라서 Tmap 안전운전 점수가 99점입니다. 그만큼 차와 운전하는 데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그런데 차를 산 지 2년 조금 지나 적산계로 25,000km에 미션 불량으로 교체 판정을 받아 르노자동차 사업소에서 재제조품(아마도 신성오토에서 만든 걸로 추정됨)으로 교체받았습니다. 왜 미션이 고장난지는 이유를 얼 수 없었습니다. 큼식이 미션 고장의 대부분은 미션 내의 쇳가루가 솔레노이드 밸브를 막아 생기는 현상이라고 하는데 가끔 이런 경우가 있다고 하니 뽑기 운이 나빴다고 여길 뿐입니다. 다만 큼식이가 닛산의 엔진과 미션을 쓰는 거라 예전부터 닛산 차를 몰았던 사람들이 "이 미션은 20,000km쯤 미션오일을 한 번 갈고 다음부터는 50,000km마다 미션오일을 교환해야 고장 나지 않고 오래 탄다" 글을 썼던 걸 본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그게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매뉴얼에는 미션오일이 무교환이라는 사실, 어느 걸 따를지는 알아서 판단하세요!
4.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는 아니다, 가족용 차로 적당
차량 크기가 요즘 나오는 쏘렌토나 산타페에 비해 작지만 그래도 가족 4명이 타고 다니기 좋습니다. 실내공간도 적당하고 트렁크에 4명분의 2박 3일 여행 짐은 충분히 들어갑니다. 그렇지만 고속도로에서 추월할 때, 강원도의 경사가 심한 오르막길을 운전할 때는 차의 힘이 부족한 게 여실히 느껴집니다. 그래서 고속도로와 오르막길에서는 항상 2차로가 제 주행차로입니다. 레이싱카를 운전하는 게 아니니 그 생각만 뺀다면 적당히 잘 가고 잘 서는 차입니다.
5. 엔진이나 미션 결함이 현대기아차에 비해 적은 편이다
현대기아차 엔진처럼 엔진오일이 증가하거나 엔진 노킹이 발생하는 등의 결함은 없습니다. CVT 고장은 복불복이니 뽑기 운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또한 자연흡기 엔진이라서 터보 고장으로 비싼 수리비를 내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부품값이 현대기아차에 비해 조금은 비쌉니다. 현대기아차의 약 1.5배 정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래도 수입차 수리비에 비하면 쌉니다.
6. 미션 오일 교환은 일산 신성오토에서
신성오토는 르노자동차의 CVT 재제조품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이 공장에서 주로 스파크, 닛산 차량(인피니티, 맥시마, 알티마 등의 미션 수리도 합니다), QM6 미션 오일 교환도 합니다. 대부분의 카센터에서는 순환식으로 기계에 물려 교체한다고 합니다. 신성오토에서는 차를 리프트에 올려 기존에 있던 미션 오일을 빼내고 다시 오일을 채운 뒤 기어 변속을 해 미션오일을 순환시킵니다. 그 후 차를 들어 오일을 빼내고 다시 오일을 넣는 방식으로 미션 오일 교환을 합니다. 이렇게 작업하는 이유는 미션 안의 오일이 완전히 빠지는 게 아니라서 드레인→주입→재 드레인→주입 후 오일 레벨링의 과정을 거친다고 합니다. 카페를 뒤져보면 위처럼 작업하는 곳이 부산, 대구에 몇 곳이 있고 청주의 하나카센터라는 곳이 유명합니다.
스트레이너, 미션오일 팬, 자석, 미션오일 필터
미션오일 팬을 제거하고 오일을 빼내는 중
어제 신성오토에서 큼식이 미션오일을 교환했습니다. 여기도 예약이 힘들어서 1달이나 기다린 다음에야 제 차례가 되었습니다. 수리기사 분이 큼식이는 꼭 50,000km 또는 4~5년에 한 번씩 미션 오일 교환을 하는 게 좋다고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차량 매뉴얼에는 미션오일이 무교환이라고 되어 있지만 이걸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 됩니다. 그러다 차량 보증이 끝나고 몇백만 원의 수리비 폭탄을 맞을 수 있습니다. 미션 전체 교환을 사업소에서 하면 3백만 원 이상, 신성오토에서는 200만 원 정도면 작업이 가능하다고 하니 저처럼 미션 고장 나서 고생하지 마시고 꼭 제때 미션오일 교환하셔서 오래오래 타고 다니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