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님 부활하셨쎄요..?
어제 이리저리 1번 독자를 향해 구인공고를 하고 다녔다. 안타깝게도 다들 로맨스눈깔이 없다는 핑계로 공고글에는 파리만 날렸다.
그날 밤. 독수리가 짤랑짤랑 폰을 흔들면서 내게 들이밀었다. 익숙한 썸네일이 눈에 띄었다.
“이거 뭐야?”
“뭐긴뭐야. 독자 구인공고 글이지.”
“이런 걸 왜 해.”
그는 낮고도 사뭇 진지한 어투로 물었다.
“파업했잖아! 내 글 안 읽어준다매! 공부한다매!”
나는 억울한 듯 소리쳤다. 무슨 바람이라도 불었던 것인지 그의 눈빛은 열의에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글 내려. 1번 독자는 나야. 쓴 거 가져와봐.”
썸네일이 기가 막히게 잘 뽑혀서 삭제하기 싫었지만 편집장님의 어명이니 눈물을 머금고 글을 내렸다.
평소 같았으면 글자수가 너무 많네 어쩌네 불평할만도 한데 말없이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나는 쭈그리고 집 잃은 고양이마냥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지난 번에 샤샤 문학상 준비할 때 갖은 핍박을 들었었던 게 떠올랐다. 나보고 다시 언어지문을 읽으라는거냐, 졸려죽겠다, 나는 재밌는 것만 읽는다, 수필은 내 취향이 아니다 등등. 내가 종이를 들고 찾아가면 도망갈 지경에 이르렀었다.
그가 며칠간 파업했었기 때문에 그가 읽어야하는 글자수는 대략 일만 오천자정도. 5분도 안 되는 사이에 그는 다 읽었는지 등을 편안히 의자에 기댔다.
“다 읽었어?”
“응.”
그는 지문 읽는 속도가 느려서 나에게 자주 혼(?) 났었다. 특히 방탈출할 때 시간이 부족한데 혼자서 세월아네월아 읽는 바람에 나에게 자주 조리돌림을 당했다. 뭐, 그럼에도 그는 한 마디도 안지고 끝나긴 했지만. 자기는 한 글자 한 글자 음미하고 읽는 편이라나 뭐라나. 그래서 방탈출 몰입도 더 잘하는 거라고.
“웬일로...금방 읽었네? 되게 길었을텐데...”
나는 의아하다는 듯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 재밌는 글은 금방 읽어. 잔다.”
참나. 사람 설레게 하는 방법도 가지가지네.
“아니...그래서 뭐 어떤데?”
“빨리 다음 이야기나 마저 써. 오늘도 너무 늦게 자진 말고.”
그렇게 1번 독자는 개같이(?) 부활했다.
어때요. 1번 독자 놓친 거 후회되시죠!?
무슨 글인지 궁금하시죠!? (미련토끼)
내일 올라오는 사라진 그녀 3회도 기대 많이 해주세요. 이번주는 제가 쓴 원고가 올라갑니다. 깨알 셀프홍보하고 사라지기 (깡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