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글쓰기 결산

올 한해 나는 무엇을 썼는가?

by 회색토끼

연말이 오면 결산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올 한해를 돌아보며 나는 어떤 글들을 써왔는지 돌아보고 내년에는 어떻게 살면 좋을지 고민해보기로 했다.

이번 결산에는 총 4명의 에디터들이 참여했다.

에디터들의 소개는 다음과 같다.

***4명의 에디터는 실존 인물이 아니며 나 자신을 4가지 관점에서 평가하고자 차용한 인물들이다. 자꾸 유언비어를 퍼뜨리려는 사람이 있어 특별히 재언급한다. ***


에디터 토: 재미지상주의자. (토끼의 에고. 토끼의 아이덴티티) 재미없는 글은 가라!

에디터 끼: 토끼에서 《끼》는 사실 끼쟁이의 끼였다! 진부한 건 딱 질색. 클리셰도 비틀어야 제맛!

에디터 작: 글쓰는 《작》을 담당한다면 가독성 영역이 중요하지. 가독성있는 문장만이 살길이다!

에디터 가: 노래와 같은 《가》를 맡았다면 모름지기 문학성과 연관시켜주어야지. 문학성이 있어야 작품의 완성!




1. 《나의 소란한 육아일기》 : 1~5화 연재하다 휴재

(내년에 연재 재개 예정. 제목도 바꿈.)

1회당 약 4,000자 * 5= 20,000자

브런치 첫 연재물인데 망나뇽만 꾸준히 인기 끌고 나머지는 심해로 가라앉음. 꼬로록. 가끔 아이를 니큐에 보낸 부모들이 4화를 보는 듯.


에디터 토: 스님의 절밥에 가끔 씹히는 별사탕이 있는 글

에디터 끼: 흔한 육아물 이상 이하도 아닌...니큐 입원 편에서 더 절절하게 즙을 짜게 썼어야함

에디터 작: 분량에 비해 쉽게 읽히는 편?

에디터 가: 아이를 니큐에 보냈을 때 추락한 성모마리아란 표현에서 가산점 1점 드립니다.



2. 《저는 이만 퇴사하고 싶습니다》 25화 완결

약 4,500자 * 25= 112,500자 (누적: 132,500자) 14년만에 첫 완결작.

어느날 갑자기 소개글이 번뜩 떠올라서 쓰기 시작한 오피스 물. 노잼 공무원 일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쓰다보니 스펙타클했다. 나 되게 열심히 살았구나하고 쓸 때마다 눈물이 핑 돌았다. 30화는 못 채웠다. 마지막 최종 단계에서 말하면 안되는 대외비들이 많아서 쳐내다보니 어쩔 수 없었다. 시즌2는 공무원 그만두면 쓸 예정. 이걸로 브런치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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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토: 일단 소개글부터 대작나무 타는 냄새 낭낭. 안 읽고 배길거야?

에디터 끼: 노잼일상 공무원 계에 파란을 일으킬만함. 매 회 오피스물에 블래코미디 한 스푼이 포인트.

에디터 작: 단숨에 읽히는 가독성. 1화는 명불허전.

에디터 가: 화와 마지막화가 수미상관으로 이어지는 나름의 문학적 포인트도 갖춤.



3. 《하얀마음 세탁소에 어서오세요》 4화 연재중 휴재

약 3,000자 *4= 12,000자

(누적: 144,500자)

미야 작가님과 함께했던 글빵연구소 숙제를 위해 만든 브런치 북. 생각보다 과제 수가 많지 않아서 4화까지밖에 못했다.


에디터 토: 갬성 몽글몽글 갬성은 100점. 재미만 보면...흠...글쎄.

에디터 끼: 제 2의 ㅎㄴㄷ서점을 꿈꿨던 그 옆의 세탁소.

에디터 작: 그러기엔 너무 짧은 분량...

에디터 가: 나름 우화도 있고 여러가지 실험이 가득함.



5. 웹소설 《이번 남주는 제가 정하겠습니다》

17화까지 썼다가 갈아 엎고 10화까지 다시 썼다가 또 갈아 엎고 그 다음에 4화까지 쓰고 포기.

약 4,000자 * 31화 = 124,000자

(누적: 268,500자)

브런치에서 글쓰기가 좀 익숙해지자 과거에 인터넷소설 연재하던 게 떠올라서 웹소설 쓰기에 도전했다. 작법이 웹소설과 맞지 않고 감정선이 빠르다는 이유로 잦은 질타를 받았다. 내 생각엔 현대로맨스랑 나랑 어울릴 것 같았지만 요새 트랜드가 현대로맨스의 장르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19금 씬이 필수라고 해서 차마 도전하지 못했다.

3번째로 수정해서 쓴 4화까지는 꽤 재밌다고 생각하는데 다음에 문제의 작품을 만나며...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에디터 토: 4화부터 여주가 알바 시작하는데 재밌는데? 1화는 장면전환이 잦아서...팍 몰입을 어렵게 하는 듯. 다시 생각해봐.

에디터 끼: 게임 빙의물 나름 참신하잖아? 너무 비주류야?

에디터 작: 초반엔 에세이 같은 작법이었다가 나중엔 웹소설 작법까지 성장이 두드러지는 가독성.

에디터 가: 스낵컬쳐에 뭔 문학성을 바라?



6. 웹소설 《회귀하여 아이돌이 되기를 고하노라》 ☞《신의 이름으로 고하노라》 로 제목 변경

약 3,000자 * 15화= 45,000자 쓰고 갈아엎음.

약 4,000자 * 44화 = 176,000자

(누적: 489,500자)

블루오션이라는 말을 듣고 여자아이돌물(이하 여돌물)을 쓰기 시작했다. 1화부터 15화까지 2주만에 써서 R 플랫폼 판타지 공모전에 냈다가 부관참시당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쓴 줄 알고 2번 제출했는데 탈락 메일도 2번 받았다.) N 플랫폼 지상최대 공모전에 나가기 위해 다시 갈아엎고 회당 4,000자 이상으로 수정하여 44화까지 연재하다가 공모전이 끝났다. 최종심에도 못 들었고 투고도 올 반려를 맞으며 아마 이대로...사라지게 될 작품. 투고시에는 1~3화를 또 갈아엎어 수정까지했지만 올반려를 피하지 못했다. 올 한해 너희로 가득했던 것 같은데. 살릴 수 없는 걸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계산하기 귀찮아서 3화까지 갈아 엎은 건 글자 수에 넣지 않기로 한다.


에디터 토: 아무리 해도 재밌어지지 않는 1~3화. 10화부터 존잼인데 출판사들은 그걸 못 참는듯.

에디터 끼: 주인공 직업이 평범하지 않은 게 킬포인데...그게 대중적이지 않다하데. 참신함이란 대체 뭘까?

에디터 작: 단숨에 읽어 내려가지는 가독성 굿.

에디터 가: 울림을 주는 회차가 두 군데 있다. 개인적으로는 26화쯤 회심의 일격으로 꼴찌들이 반란을 일으키는 회차는 문학적으로도 가치가 있지 않을까.



7. 장편소설 《나는 어제의 너를 기억한다》

원고지 620매정도. 약 120,000자 이상으로 추정

(누적: 609,500자)

O출판사와 합작하여 밀리의서재에서 하는 스토리 공모전에 출품하기 위해 쓴 첫 장편소설. 통의 장편소설치고는 상당히 짧은 글자수다. 일반적인 한 권의 장편소설은 보통 2~30만자 정도 된다고 한다. 장편소설 쓸 생각은 전혀 없었다. 모집 당시 처음에 투고 준비반이라고 듣고 들어갔다가 공모전반으로 바뀌며 갑자기 도전하게 되었다. 래 연말엔 열심히 투고할 계획이었다. 그나마 소잿거리가 있어서 쓰게 되었지만 쥐뿔도 없는 내가 갑자기 장편이라니 쓰는 내내 고난이었다. 쓰다가 못 쓰겠어서 환불해달라고 했지만 환불은 절대 안해준다고 하여(이거 학원법 위반이에요...) 이판사판좌판 끝까지 완결쳐서 내긴 냈다. 이 얘기는 브런치에서 한 오 억번은 한 것 같다.

SNS에 저격글을 올릴까하다가도 뱀심은 접어두자고 조용히 언팔했다. 적어도 돈 받고 피드백을 해주는 사람이라면 열심히 읽긴 해야하는 것 아닐까?내가 대놓고 써놓은 내용도 얼마나 대충 읽은 것인지 안 써있어서 이해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계속 늘어놓았다. 나는 어느 부분에 써 있다고도 했지만 이해가 안 된다고만 했다. 하루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읽는 내내 아쉽다고만 했다. 더 잘 쓸 수 있는데 왜 이렇게밖에 못 쓰냐고 했다. 내가 그걸 알면 진작에 잘 썼겠지. 결국 맨땅에 헤딩하듯 길을 잃었으면 왜 잃게 됐는지 나 혼자 알아내야했다. 혹여나 이 사람 강의글을 sns에서 발견하게 된다면 믿고 거르시기를 바란다. 럴듯한 홍보문구로 내 이름을 건 소설 한 질 쓰게 해준다고 써있다. 그러면서 자긴 데뷔까지 시켜주는 건 아니라고 나중엔 딴소리를 한다. 그런 과대광고하는 강의는 아니라고. 하지만 망생이 중에서 데뷔를 안 꿈꾸며 글 쓰는 사람이 어디있을까. 글만 완결치게 해주면 다 인가.

나는 없는 시간 쪼개가며 인풋도 하면서 글도 쓰는 기염을 토했다. 그렇게 우여곡절끝에 완성하여 뿌듯하기도 하고 뭉클하기도 하고 아주 그냥 화려한 연말을 장식해준 작품이 되었다. 이 작품을 계기로 도서관에서 책을 산처럼 빌려서 읽게 되었다. 갑자기 알라딘 회원 등급이 쭉쭉 올라갔다. 독수리는 날 위해 전용 책장을 따로 사줬다.

스토리 공모전 예심에서 떨어지면 바로 밀리의 서재 1억 공모전에 다시 도전하기 위해 연재형으로 바꿀 예정이다.

쓰는 내내 나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을 많이 해주신 Jin 작가님, 모블랙 작가님께 감사의 말을 전한다.


에디터 토: 이정도면...그 흔한 일본소설 로맨스물 급은 되는 거 같은데. 직히 공모전 반 작품 중에서 젤 재밌음.

에디터 끼: 흔한 타임슬립물에다가 흔치 않은 디메릿.

에디터 작: 내 마음을 꽉 쥐고 흔드는 가독성. 숨 쉴 틈이 없이 몰아친다.

에디터 가: 설렘을 표현하는 사과나무는 인정해주자.



8. 《2025 브런치 그레이 어워즈》 9화 완결 예정

(인터뷰 형식의 글로 글자수 계산에 불포함)

올한해 브런치에서 만난 귀한 인연들을 정리하고 좋은 글들을 소개하고자하는 취지해서 시작한 연재물이었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다들 시상식시즌이 그리웠구나싶었다. 사실 작가님들 인터뷰 답변을 받으면서 장편소설 쓰는 데에 큰 도움이 됐다. 작가님들 답변을 조금 가져다가 쓰기도 하고, 성격 같은 것도 조금 차용하기도 하고 그랬다.

*요즘뜨는브런치북 3위 달성



에디터 토: 소개문에서 이미 도파민 완충이잖아. 뭐해 안들어오고? 한잔해~

에디터 끼: 본인의 브랜딩을 시상식과 절묘하게 섞은 참신함.

에디터 작: 인터뷰이의 답변 내용을 보기 좋게 잘 다듬음.

에디터 가: 스스로에게 상을 주는 마지막이 압권.



올해 5월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으니 대략 7개월이라는 기간동안 60만자정도의 글을 쓴 셈이다. 정확하진 않다. 웹소설의 경우 편당 4000자로 계산했지만 실제론 4000~4500자 사이로 끊어서 썼고 장편소설의 경우 원고지 620매정도의 분량이라 12만자보다 많을 것이다. 대충 반올림하여 61~62만자 정도 썼다고 생각하면 정말 열심히 글쓰면서 살았던 한 해였다.


브런치에서 모 작가님이 웹소설 계약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그 분은 1년 동안 100만자 정도의 글을 쓰셨다고 했다. 나도 100만자 쯤 채우면 언젠가는 출판사에서, 아니면 어떤 공모전에서든 나를 알아봐줄 날이 올까.

복직 전까지 꼭 출간 계약을 하는 게 목표였는데 달성하는 건 실패했다. 그렇다고 공모전에서 상도 못받았고 등단도 못했다. 내가 뭔가에 냈다하면 떨어지고 반려당하는 게 당연해졌다. 내 글에 자신이 없기도 하다. 그렇게 여전히 나는 그저 작가지`망생이`에 불과하다. 브런치에 출간한다고 글 올리시는 분들을 보며 그저 부러워만 한다. 계약이든 출간이든 다 먼나라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덕분에 복직하고나서도 못할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못할지도 모른다. 생각보다 출판시장은 냉혹하고 문도 굳게 걸어 잠긴 상태였다. 나 같은, 아무것도 없는 무명의 토끼에게 기회를 줄 만큼 너그러운 출판사는 없었다. 를 알아봐주는 편집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묵묵히 더 이상 쓰고 싶은 게 다시 없어질 때까지 써봐야겠다. 모두가 다 외면하는데도 난 왜 글쓰기가 포기가 안 될까. 이 결산을 하는 이 순간도 재미있다. 바보 같다. 난 내가 쓴 모든 이야기들을 사랑한다. 난 자부할 수 있다. 내가 쓴 것 중에 재미 없는 얘긴 없었다고. 재미 없는 이야기는 안 쓰니까. 문학성이나 그런 건 없을 진 몰라도.

난 전생에도 거지 애엄마 글쟁이였단말인가


나 자신, 잘했어. 겉으로는 얻은 것도 이룬 것도 하나도 없지만 진짜 잘했어. 내년에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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