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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앞두고 미국의 길에서 배우다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 / 앨런 그린스펀

by 세자책봉
200년 전, 미국 정착민들은 지금의 문제를 별것 아니게 만드는 여러 문제에 직면했다. 그들은 드넓고 험한 땅에서 먹고살 방법을 찾아내고, 각 주의 권리를 중앙정부의 권리와 조화시키면서 개인의 바람을 집단적 책임과 조화시키는 정치체제를 구축해야 했다. 그들이 어떻게 성공했는지 말해주는 이야기는 교훈적인 동시에 흥미진진하다.
- 본문 중에서

맨땅에서 일어난 국가의 성공 요인은 무엇인가?
혁신의 길을 찾는 이들을 위한 더 없이 유용한 길잡이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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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장 상업공화국: 1776~1860년

2장 두 개의 미국

3장 자본주의의 승리: 1865~1914년

4장 거인의 시대

5장 자유방임주의에 맞선 저항

6장 미국의 본업은 사업

7장 대공황

8장 성장의 황금기: 1945~1970년

9장 스태그플레이션

10장 낙관의 시대

11장 대침체

12장 쇠퇴하는 미국의 역동성


저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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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앨런 그린스펀

1926년에 뉴욕시 워싱턴 하인츠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줄리아드에서 클라리넷을 전공하고 연주자 생활을 하던 그는 뉴욕대에서 경제학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1974년부터 1977년까지 포드 정부에서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했다. 레이건 대통령 재임 시기인 1987년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으로 임명되었으며, 2006년에 은퇴할 때까지 역임했다. 앨런 그린스펀은 전설적인 경력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미국 경제의 모호한 지점에 대한 깊은 이해와 더 많은 것을 알고자 하는 줄기찬 호기심으로 유명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작동하는 방식을 마치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최대한 생생하게 파악하려는 연구에 매진했다. 특히 그 핵심에 혁신의 수수께끼를 품은 생산성 향상에 대한 문제를 깊이 파고들었다. 그것은 주로 혁신은 어디서 이뤄지는가?, 혁신이 일부 사회에서 더 평등하게 전파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같은 문제들이었다. 주요 저서로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인《지도와 영역》및《격동의 시대》가 있다.



지난 2020년, 대한민국은 명목 GDP 기준 세계 9위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다. 그러나 낙관적인 전망은 오래가지 못했다. 2024년, 러시아와 브라질의 경제 성장에 밀려 12위로 하락했으며, 2025년 현재 추정치에 따르면 다시 한 단계 내려앉아 13위로 떨어질 예정이다.


2024~25년을 돌이켜보면, 대한민국은 정치적 격변 속에서 급변하는 세계정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국가를 대외적으로 알리고 경제 발전을 이끌어야 할 책임자들은 줄줄이 사퇴해 자리가 비었고, 원전 수출이나 미국 트럼프 정부와의 관세 협상 등 주요 외교 현안의 진행 상황과 방향성조차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국민들은 소수의 담당자들에게만 의존해야 하는 답답한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이 여전히 10위권 안팎의 경제 순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수출 중심의 첨단 제조업 강세와 한국 문화의 세계적 확산 덕분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나라의 전망은 밝다고 보기 어렵다. 수출 경제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조선, 철강, 석유화학 산업은 이미 오래전에 중국과 인도에 주도권을 빼앗겼다. 특히 2차 전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LG에너지솔루션조차 값싼 중국산 배터리의 공세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이는 회사의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은 테무산과 알리산의 최저가 공세에 대응하지 못하고, 기타 IT 분야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이제 우리나라에 남은 것은 반도체, 전기차, 그리고 21세기 1분기를 지나며 뜨거운 감자가 된 군수산업뿐이다.



세계 1, 2위를 다투던 선진국들의 과거 경제 성장 패턴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전쟁 특수다. 이들 국가는 전쟁을 직접 치르거나, 최소한 타국을 통한 대리전을 통해 자국의 경제 규모를 키워왔다. 17세기 영국은 네덜란드와 세 차례 대규모 전쟁을 치른 끝에 18세기 들어 네덜란드를 바다에서 몰아내며 해상 패권을 장악했다. 1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힘이 빠졌던 미국은 2차 세계대전을 발판 삼아 패권국으로 부상했고, 미국의 원폭 공격으로 초토화되었던 일본은 한국전쟁과 중동전쟁에 간접 개입하며 경제 재건의 기회를 잡았다.


2025년 현재, 세계는 다시금 전쟁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고 있다. 중동에서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의 종교전쟁이 발발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여전히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카슈미르 접경 지역에서 대규모 전투를 벌였다. 또한 21세기 최대의 잠재적 충돌 중 하나인 중국과 대만 간의 통일 문제를 둘러싼 전운이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감돌고 있으며,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런 국제 정세 속에서 우리나라는 어떤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할까?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경제 순위를 회복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한 해법은 없는 걸까?


우리는 사실 이미 해답지를 가지고 있다. 오늘날의 상황과 상당히 유사한 과거 사례가 역사에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역사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1776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며 시작된 미국의 역사는, 민주주의 자유경제 체제를 채택한 국가들 중에서는 영국을 제외하고도 꽤 긴 축에 속한다. 물론 미국의 경험이 완전무결한 정답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오늘날의 상황을 이해하고 대응 방안을 고민하는 데 충분히 참고할 만한 사례로 삼을 수 있다.


흔히 우리나라의 역사가 고조선 시대부터 4천 년을 이어온 유구한 역사라고 자부하지만, 사실 민주주의 체제를 경험한 건 70년 남짓에 불과한 신생국이다. 이에 비해 미국은 4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니고 있으니, 그 긴 시간 동안 무수히 많은 사건과 경험을 축적해 온 것은 당연하다. 전 미국 연준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의 책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는 바로 그런 역사의 흐름을 담은 책이다. 아직 성숙하지 못한 민주주의 국가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등대와 같은 책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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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역사를 돌아볼 때, 오늘날 대한민국이 취해야 할 태도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강력한 리더십의 확립, 둘째, 국가 주도의 경제 개발 전략, 셋째, 국가 제도의 정비다.


강력한 리더십은 미국 건국 초기부터 계승되어 온 기업가 정신에서 비롯된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기업인에게 관대한 나라다. 기업인들은 미국에서라면 새로운 혁신을 위해 자유롭게 창조적 파괴를 시도할 수 있다. 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투자처가 널려 있고, 실패해도 파산 신청으로 다시 시작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미국만큼 기업가에게 투자와 후원이 잘 이루어지는 곳은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면 왜 미국은 이렇게 기업가 정신을 중시하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미국의 탄생과 1776년 독립 이후 미국의 성장 과정을 들여다보면 이해할 수 있다.


유럽에서 약 6,000km를 넘어 도달해야 하는 아메리카 대륙은 처음부터 개척가 정신이 투철했던 유럽인들이 이주해 정착한 땅이었다. 그들의 성향은 정착민과 후손들에게 고스란히 이어졌고, 미국은 이를 기반으로 서부의 황무지를 개척하며 성장해 왔다. 1846년에는 영국으로부터 오리건 땅을 사들이는 등 북미 대륙 내에서 지속적으로 영토를 확장해 왔다. 이는 단순히 기존에 알고 있던 땅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미개척지를 탐험하고 개척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이를 삶의 동력으로 삼았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개척의 과정에서는 개인을 통솔할 수 있는 리더의 능력에 따라 더 나은 땅을 선점할 수 있었기에, 통솔자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결국 미국이 기회의 땅으로 불리게 된 것은 단지 땅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 땅을 기회로 만들어낸 개척자, 통솔자, 그리고 기업가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 미국은 증기선, 농기계, 공작기계, 재봉틀 등 생산성 혁명의 핵심 산업에서 선두를 달렸다. 1785년, 올리버 에반스는 중력, 수력, 마찰력을 이용해 움직이는 제분소를 고안했고, 이후 최초의 고압 증기기관을 개발해 철도 혁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1793년, 엘리 휘트니는 목화씨와 목화솜을 분리하는 기계를 발명해 미국 남부의 농업 경제에 혁신을 가져왔다. 1837년, 존 디어는 쟁기를 타고 일할 수 있는 수확 기계를 개발했고, 1840년대에는 아이작 싱어가 재봉틀을 발명해 의류 산업의 생산성을 크게 높였다. 1844년, 새뮤얼 모스는 전신을 발명해 정보통신 혁명의 기틀을 마련했다.


한편, 미국은 국가 주도 경제개발에도 적극적이다. 과거에는 기업가의 자유를 보장하고 국가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필요할 때마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 산업을 이끌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1차 세계대전 시기 미국은 전시산업위원회(War Industries Board)를 설립해 군수물자 생산과 자원 배분을 통제하고, 산업 간 이해를 조율하며 국가 주도의 산업 개발을 본격화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2차 세계대전에서 더욱 강화되었다. 미국은 전쟁 수행을 위해 자동차, 철강, 석유 등 핵심 산업에 대한 정부 통제를 확대하고, 대규모 군수물자 생산에 집중함으로써 경제를 유지하고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오늘날에도 미국은 실리콘밸리에 있는 첨단 기업들을 위해 국가 역량을 집중하며, 전략적으로 국가 주도형 산업 육성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개인의 삶에 직결되는 문제로서 우리나라가 미국에서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태도는 국가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다. 1787년, 헌법을 최초로 제정한 미국은 국가 전체를 내국 관세나 교역세 없이 자유롭게 교역할 수 있는 단일 시장으로 만들었다. 이를 통해 주간 무역이 활성화되었고, 단일 통화와 법적 체계가 경제적 통합을 촉진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미국은 산업화와 함께 대기업 독점 문제가 불거지자 셔먼 반독점법과 클레이튼법을 제정해 기업 간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를 보호하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에는 사회보장법을 통해 실업보험과 노령연금 등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했다.


그런데 법을 제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특정 목표를 위해 만든 법이 오히려 사회적 혼란이나 불편을 초래할 때, 이를 그대로 두지 않고 적극적으로 수정·보완해 나가는 자세다. 법은 그 자체로 완벽할 수 없기에 끊임없는 관리와 점검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미국은 선진국이다. 잘못된 법이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보이면, 이를 유연하게 손보고 고쳐나가는 태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1933년 취임한 루스벨트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마치며 미국 의회가 제정한 가장 중요하고 파급력 있는 법으로 꼽히는 국가산업재건법(NIRA)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연방정부가 특정 산업에서 최대 노동시간과 최저임금을 규제할 수 있도록 했으며, 노동자들에게 노조 결성권과 파업권을 부여했다. 그러나 그의 첫 임기 말인 1935년, 연방 대법원은 국가산업재건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물론 이 판단에는 사법부를 장악하려는 루스벨트 대통령의 시도에 대한 반발이 섞여 있었지만, 그걸 떠나서도 이 법은 소비자가 닭을 닭장이나 정육점에서 고를 수 있는지까지 정해놓은, 그야말로 과도하고 비합리적인 규제 투성이었다.


이 법의 당초 목적은 국가가 경제에 적극 개입해 과잉생산 문제를 예방하고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가격담합과 규제를 통해 경제를 미시적으로 관리하려는 시도에 불과했고, 사실상 소련식 계획경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법은 불합리한 관료주의를 양산했을 뿐 아니라, 시장가격을 억지로 조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는 1차적으로 기업에, 2차적으로는 노동자에, 끝내 모든 미국 국민들에게 돌아갔다. 결국 미국은 이 법을 단호하게 폐지했다.


2025년 1월, 재선에 성공한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의 비효율을 줄이고 예산을 절감하겠다는 목표로 정부효율부(DOGE)를 설립했다. 최근 공동대표였던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사임했지만, DOGE는 2026년 7월까지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현재까지 정부효율부의 주요 성과를 살펴보면, 대규모 예산 절감 및 인력 감축을 통해 약 1,600억 달러의 예산을 절감했으며, 연방 공무원 약 26만 명이 줄어들었다. 또한, 미국국제개발처(USAID) 등 비효율적인 기관을 대상으로 폐쇄 및 인력 감축 조치를 단행했다.


놀라운 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은 제 살 깎아먹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트럼프 정권은 퇴직한 연방공무원 26만 명을 적으로 돌린 셈이다. 정책적 결정이라는 차원을 넘어, 불확실성이 수반된 가능성을 추구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이것이 미국의 힘이다. 포퓰리즘의 영향을 받긴 하지만, 거기에 휘둘리기보다는 국가적으로 옳은 결정을 내리려는 태도를 유지한다. 100이면 100 모두 좋은 정책을 펼치겠다는 이상주의에 빠지기보다는, 철저히 실용적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한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과감히 수정할 줄 아는 유연성도 있다. 중국과 미국이 세계 패권을 두고 싸운다고 하지만, 결국 중국이 미국을 이길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언젠가부터 중국이 미국을 이길 수 있다는 주장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중국은 연임을 통한 완전 독재 체제로 접어들었지만, 미국은 여전히 자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6월 3일 대선을 앞두고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투표장 안에는 양옆으로 공무원 두 명씩 한 팀이 되어 총 16명이 투표를 지원하고 있었다. 그들의 생기 없는 표정과 허공을 응시하는 두 눈을 보며, 탄핵 정국과 재투표로 인한 행정력 낭비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이런 것이다. 우리가 투표에 참여하지 않거나 잘못된 선택을 했을 때, 그 여파는 결국 고스란히 우리 몫이 된다. 차기 대통령 후보 역시 만만치 않은 비호감을 자랑하지만, 그럼에도 나름대로의 기대감이 없진 않다. 이번에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 되기를.


우리나라는 전례 없는 위기를 맞이했고, 누군가는 이를 전시 상황에 빗대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2025년 대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선거다. 여전히 희망은 있다.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한 해법은 미국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은가? 책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를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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