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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준환 Jan 13. 2023

틴에이지 록스타, 출발선에 서다

베리코이버니 < Where's The Exit? > (2022)

장르와 소재는 서로 다를지라도 오늘날 인디 신의 판도는 분명 여성 싱어송라이터다. 틴에이지 록스타를 위시한 '매우 내성적인 토끼', 베리코이버니도 그 중 하나다. 2010년대 후반 유행하던 정형적인 팝 알앤비 스타일에서 벗어나, 팝 펑크 리바이벌이 우세를 떨치는 현 시류에 맞춘 작업물로 주목받기 시작한 그는 < 온스테이지 > 출연을 통해 단기간에 신성 위치에 올라선다.


한 해의 행보를 집약한 정규 1집 < Where's The Exit? >의 역할은 확고한 이미지 메이킹이다. 사춘기를 상징하는 각종 소품 활용부터 치밀하다. 동화 속 세계처럼 아기자기한 방의 말괄량이와 뿌연 폴라로이드 사진 속 로커를 공존시키는 방식이나, 에이브릴 라빈으로부터 계승되는 펑크 패션을 가져온 것은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출구는 어디야?'의 근본적인 청춘 난제부터 '수업은 끝났어(Class is over)'로 자유를 갈구하는 음반 역시 치기 어린 방황과 사랑을 노래하는 송가, 그 속에서도 수많은 젊음을 이끈 얼터너티브 록과 쟁글 팝, 그런지에 궤를 두는 이유다.


면밀한 준비 과정 없이 단순한 답습에 그쳤다면 쉬이 주목받지 못했을 것이다. 베리코이버니 음악의 주요 핵심은 목소리에 있다. 힘을 뺀 채 어눌하게 읊조리는 오묘한 창법. 다만 < Where's The Exit? >의 싱그러운 현장에서 이는 감정을 가감없이 담아낼 수 있는 장치이자 특유의 십대 감성을 포착하는 지점이 된다. 개성이 상당히 강해 위험 부담이 클 수 있던 시도임에도, 결과적으로 화자와 메시지에 몰입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한 셈이다.


배경이 되는 작풍과 가사도 지향하고자 한 색채를 담아낸다. '넌 잘못 그려진 타투같아 / 쳐다보기 싫은 야채 같아(Bad connection)'의 직관적이면서도 순수한 비유는 확고한 인상을 남기고, 스매싱 펌킨스 풍 청명한 잔향의 다리를 건너며 상대를 향해 전진하는 'More'과 일렉트로닉 변주로 갈팡질팡한 마음의 단상을 그려낸 'Mirror'의 사운드 터치는 주제와 분위기를 우수히 결합한다.


아직은 과도기 단계의 앨범이기에 '모자라' 같은 킬링트랙의 부재와 전반적인 완급 조절 면에서 언뜻 아쉬움을 남기지만, 수많은 기호층을 겨냥한 신인이 등장하고 저무는 가운데 순탄한 빌드업으로 단숨에 독립적 위치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인디 스타의 활약이 다시금 대두되는 시기, 그 출발선에 베리코이버니가 있다.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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