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삶에 힘이 되는 순간이 있다. 그 일이 나를 위한 것이 아닐지라도 봉사를 통해 존재의 의미를 깨닫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스스로의 질문에 해답을 찾곤 한다.
오랜만에 장애인 농구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마음만 같아서는 매주 빠지지 않고 여러번 참여하고 싶은데 쉽지가 않다. 이제는 피할 수 없는 육아도 있고 회사 일도 바빠져 하루하루 피곤하다는 말을 달고 살지만, 이렇게 간만에 아이들을 만나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삶의 피로에 찌든 나 자신을 달래곤 한다.
간만에 아내가 질문을 던진다. 특수체육을 전공하고 그 길로 계속 가지 않는 것에 후회가 없느냐고. 비록 내가 특수체육을 전공해 그걸 통해 밥벌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배운 지식과 경험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공헌할 수 있다면 조금의 후회도 남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요즘 봉사활동에 많이 참여하지 못하지만 가끔이라도 얼굴을 보고 함께 농구를 하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면 그저 이 순간들이 행복할 따름이다. 나를 통해 농구를 배우고 이제는 성인이 되어 함께 장애인 농구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제자들도 있으니 대학전공과 관련하여 내 인생에는 조금의 아쉬움도 남아있지 않다.
매번 제자들과 함께 장애인 농구 수업에 참여해왔는데, 의왕시장애인복지관에 한신대학교 특수체육학과 학생들이 실습을 나왔다. 다들 헌신과 열정으로 가득한 모습으로 수업에 참여해줘서 특별히 내가 할 것도 없이 그저 아이들과 어울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개인적으로 정말 훌륭한 특수체육 전공자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들 그렇겠지만 대학에서 전공으로 진로를 이어가는 사람이 많지 않을 뿐더러, 또 그 소수의 전공자들 중 특수체육지도자로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도 많이 볼 수 있다. 물론 넘치는 열정과 헌신의 마음으로 시작했다 치더라도 결국 벌어먹고 살기 위한 직업이 되고, 또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으로 지내다보면 권태기도 찾아오고 모든 것이 지겹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특수체육지도자는 다른 여타 직업과는 비교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교육에 헌신하는 모든 사람들이 마찬가지지만, 우리는 비장애인이 아닌 바로 ‘장애인’을 지도하는 사람들이다. 비장애인에 비해 여러 활동을 하는데 있어 사회적·물리적·신체적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다. 당연히 이들을 지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들의 여건을 이해하고 장애인들 각각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고려해 그들을 지도해야 할 것이다. 그저 월급을 받고 해야 하는 일이니까, 누군가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스스로 특수체육지도자가 되겠다고 마음먹고 그 직업을 선택하는 순간, 규칙으로 문서화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장애인들을 배려하고 그들의 상황에 맞게 적절한 교육적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은 지도자 스스로도 알고 있고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도 동의하는 부분일 것이다.
물론 지금의 나 자신은 특수체육과는 전혀 다른 분야의 일을 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렇게 제3자의 입장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2006년 대학에 입학하고 지금까지 장애인 농구 봉사를 해오면서 단 한 번도 이런 생각을 내려놓은 적이 없었다. 장애인 농구 지도는 물론이며 학교 봉사, 특수학급 및 특수학교에서도 근무를 하면서 정말 ‘특수교사’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자격이 없는 선생님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 나는 절대로 저런 선생님이 되지 말아야지를 수십번 머리에 되새기곤 했다. 오랜만에 대학에 재학중인 특수체육 전공자인 학생들을 만나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특수체육에 대한 나의 생각을 조금 정리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 역시 앞으로 어떤 자세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계속해서 특수체육 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할 것인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그저 체육관에 찾아와 함께 땀을 흘리는 특수체육 전공자 학생들이 즐거웠을 뿐인데, 또 이렇게 쓸데없는 소리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게 되었다. 계속해서 의왕에 와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는 없겠지만, 짧은 시간이지만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또 특수체육 전공자로서 자신이 선택한 전공의 의미와 더불어 살아가는 대한민국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어제밤에 급하게 글을 썼고, 오늘 브런치를 통해 발행하려고 보니 마침 오늘이 장애인의 날이다. 배려와 양보, 봉사가 필요한 사회가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위한 요소들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우리 삶의 일환으로 자리잡는 순간이 오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