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이 시큰해지기 시작한 초겨울 어느날, 응급실에 실려갔다.
매일 새벽까지 이어지는 야근과 주말 출근으로 하루도 쉬지 못하고 내리 몇 달을 업무에 시달렸다.
일이 많은 건 둘째치고 자꾸 내 이름과 부모님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민원인들 때문에 수화기를 던져버리고 싶은 날이 계속됐다.
쓰러진 그 날도 나를 찾으러 친히 회사까지 행차하시겠다는 민원인과의 통화를 마친 후였다.
잠시 숨 돌릴 겸 화장실에 앉아 멍 때리고 있는데 오른쪽 팔다리 감각이 둔해진 게 느껴졌다.
팔을 주물거리다가 한숨 돌리고 두숨째 돌릴 차에 나를 찾는 카톡에 일어났다.
모든 일이 내가 아니면 안될 것 같다는 비대한 자아 때문인가, 일을 손에서 못놓겠다.
'오늘은 적어도 10시엔 집에 가야지'
냉기가 도는 사무실에서 밀린 업무를 쳐내다 10시쯤 일어났다. 사무실 문을 잠그고 차에 올라타니 피로감이 몰려왔다.
'잠깐 눈 좀 붙이고 출발하자'
휴대폰 알람을 맞추던 오른쪽 팔이 툭 하고 떨어졌다.
다시 올리려고하니 힘이 안들어갔다. 오른쪽 다리 감각도 없어졌다.
생각의 흐름이 끊기고 안면마비가 오기 시작했다. 무서운 마음에 최근 통화 목록에 있는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어엄...엄..으어"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침이 흘렀고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왜그래! 어? 말을 해 말을!! 왜그래..선주야 엄마 무서워 어디야 지금? 어?"
그렇게 엄마의 외침을 뒤로하고 눈을 뜨니 구급차 안이었다.
나를 받아주는 병원을 찾으려 구급대원들이 여기저기 전화 중이었고 엄마는 내 손을 잡고 울고 있었다. 나는 엄청난 두통과 메스꺼움에 제정신이 아니었다.
삐뽀삐뽀-
구급차 승차감 최악이라고 왜 아무도 말안해줬어.
주야장천 사명감으로 임하시는 구급대원분들 덕에 병원에 도착했고 들것에 실려 여기저기 들어갔다 나왔다.
검사결과, 초기 뇌졸중이라고 했고 원인은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라고 했다. 정밀검사를 위해 입원하기로 하고 토를 시원하게 한 뒤 잠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부터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검사를 받았다. 새로 발견된 원인은 없었다. 그저 푹 쉬면 낫는단다.
엄마는 '갑자기 쓰러졌는데 푹 쉬면 낫는다니, 또 그러면 어떡하냐'며 원인을 제대로 찾아야겠다고 서둘러 서울의 큰 병원에 예약을 잡았다.
그렇게 몇주간은 병원 검사만 하러 다녔다.
그렇게 찾은 원인은 심장 어딘가에 작은 구멍이 있고, 몸이 피곤하면 혈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서 뇌에 산소가 전달이 안될 수도 있단다.
심장이랑 뇌가 고장이 났다는 말인가. 와, 나 어떻게 살지
자아가 비대한 게 맞는 것 같다. 너덜해진 건강상태에 대한 걱정보다는 비련의 서사가 하나 더 생긴 것 같았다.
애써 유머로 승화해보려했건만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선주대리, 쓰러진 거 들었어요. 병원에 있을텐데 미안하지만 그때 요청했던 자료 지금 바로 나한테 좀 보내줄래요?"
"아 그 자료 그 주에 바로 메일로 보내고 확인 전화드렸잖아요"
"메일? 무슨 메일"
"회사메일로 보내드렸어요"
"아~여기있네 알았어요"
뚝-
좆같네 진짜. 왜 주고받으라고 만든 메일 기능을 써보실 생각을 쳐안하시는지.
전화 받을 땐 알겠다고 해놓고 왜 뒷북을 자진모리로 쳐대시는지.
그 뒤로도 그 과장님한테는 수차례 연락이 왔고 오른쪽 마비가 덜 풀린 나랑 통화하는 게 불편하다고 생각했는지 친절하게도 장문의 카톡을 낮밤으로 융단폭격 해댔다.
좆같네 진짜. 이 회사, 계속 다니는 게 맞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