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린이를 위한 좌충우돌 실전 생존기"나도 궁금했어!"

무역 협상의 절정은 T/T 협상이다? ㅣ 협상의 기술

by 장재환

바이어와 미팅, 가격과 스펙만 준비했나요?

해외 바이어와의 첫 미팅을 앞둔 당신. 아마 밤새워 제품의 가격 경쟁력과 기술적 스펙(Spec)을 달달 외우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바이어의 질문이 가격과 스펙을 넘어 "결제 조건은 어떻게 하시겠어요?"로 넘어가는 순간, 당신의 진짜 실력이 드러난다. 만약 이 질문에 "T/T로 하죠"라고만 대답하고 아무런 계획이 없다면, 당신은 이미 협상의 절반을 지고 들어가는 셈이다. 즉, 바이어와 미팅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과 스펙이 아니다. T/T 선수금과 잔금에 대한 명확한 계획이다.


T/T 결제, 국제 표준이라는 착각

해외 송금 방식인 T/T(Telegraphic Transfer)는 무역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결제 방식이다. 절차가 간단하고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많은 초보 수출기업 들은 T/T 조건에 대해 막연하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룰이 있겠지"라고 생각한다. 물론, 암묵적인 기준은 있다. 아무 말 안 하면 일단 30 대 70이다. 즉 3 대 7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기준점은 온보드(On-board) 날짜, 즉 배 뜨는 날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기준점은 '선적일(On-board Date)'이다. 물건이 배에 실리는 날을 기준으로, 그전에 받는 돈이 '선수금(Advance Payment)'이고, 그 이후에 받는 돈이 '잔금(Balance Payment)'이 된다. 하지만 이 3:7이라는 비율은 '룰'이 아니라 협상의 시작점일 뿐이다.


협상의 핵심: 누가 '갑'의 위치에 서는가

T/T 거래의 본질은 결국 '신뢰' 기반의 거래다. 은행이 중간에서 보증을 서주는 신용장(L/C)과 달리, 수입상이 돈을 제때 보내주지 않으면 수출상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협상력이 빛을 발한다.

수출자에게 유리한 협상이란 두 가지를 의미한다.

최대한 빨리: 선수금을 받는 시점을 계약 직후로 앞당기는 것.

최대한 많이: 선수금의 비율을 30% 이상으로 높이는 것.

3:7이라는 비율을 4:6, 5:5, 나아가 9:1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바로 T/T 협상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사례로 보는 T/T 협상의 중요성

[사례 1] 준비 없는 A 대표: "3:7이면 괜찮은 조건 아닌가요?"

상황: 국내산 화장품을 제조하는 A 대표는 베트남 바이어와 첫 수출 계약을 앞두고 있다. 제품 품질에 자신이 있었기에 가격과 품질 설명에만 집중했다. 결제 조건 이야기가 나오자 바이어가 제시한 '선수금 30%, 선적 후 잔금 70%' 조건을 무난하다고 생각해 그대로 수락했다.

문제 발생: 계약 직후, 선수금 30%만으로는 원자재 구매와 생산 라인 가동에 필요한 초기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결국 추가 대출을 받아 생산을 겨우 마쳤지만, 선적 후 바이어가 "현지 통관이 늦어진다"며 잔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기 시작했다. A 대표는 매일 애타게 이메일만 보내며 잔금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사례 2] 전략가 B 대표: "저희 조건은 선수금 50%입니다."

상황: 맞춤형 산업 기계를 제작하는 B 대표는 인도 바이어와 미팅을 가졌다. B 대표는 가격 제안서에 두 가지 결제 조건을 명시했다. '표준 조건(선수금 30%)'과 '할인 조건(선수금 50% 선결제 시 총액 2% 할인)'.

협상 과정: B 대표는 "귀사의 요구사항에 맞춘 주문 제작 방식이라 초기 개발 및 자재 비용이 많이 발생한다. 원활하고 신속한 생산을 위해 선수금 50% 조건으로 진행하고 싶다. 대신 감사의 의미로 2% 할인을 제공하겠다"라고 설득했다. 바이어는 합리적인 이유와 할인 혜택에 만족하며 50:50 조건에 최종 합의했다.

결과: B 대표는 넉넉한 선수금으로 자금 압박 없이 안정적으로 제품을 생산했다. 잔금에 대한 리스크가 절반으로 줄었음은 물론, 바이어에게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파트너'라는 신뢰까지 얻게 되었다.

바이어와의 미팅 테이블에 앉기 전,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의 T/T 선수금과 잔금 계획은 무엇인가?"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을 넘어, 나의 자금을 보호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며, 비즈니스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현금 흐름 전략까지 준비되었을 때, 당신은 비로소 진정한 프로 수출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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