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린이를 위한 좌충우돌 실전 생존기"나도 궁금했어!"

선수금은 T/T, 잔금은 L/C? 무역 고수들의 하이브리드 결제 전략

by 장재환

"선수금은 T/T로 먼저 받고 싶은데, 잔금 떼일 걱정은 L/C로 막을 수 없을까?"

수출을 하는 대표님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행복한 고민이다. 송금 방식(T/T)의 장점인 '선수금 확보'와 신용장(L/C)의 장점인 '대금 회수 안정성'을 모두 취하고 싶은 마음. 이는 수출 대금 결제 조건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가져오고 싶은 모든 수출자의 바람일 것이다.

과연 이 두 가지 결제 방식을 합친 '하이브리드' 거래가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어떻게 해야 하고, 불가능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선수금(T/T)과 잔금(L/C),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법

결론부터 말하자면, 선수금은 T/T로, 잔금은 L/C로 결제받는 것은 이론적으로나 실무적으로나 충분히 가능하다. 계약서나 견적송장(Proforma Invoice)의 결제 조건(Payment Terms) 항목에 양측이 합의한 내용을 명확히 기재하기만 하면 됩니다. (방법은 어렵지 않다. 단지. 상대방이 동의하느냐가 관건일 뿐이다.)

"총금액의 30%인 $30,000는 선수금으로 사전 송금하며, 잔금 70%인 $70,000는 취소불능 일람불 신용장으로 결제한다."

이렇게 하면 수출자는 계약과 동시에 T/T로 선수금 30%를 받아 원자재 구매나 초기 생산 비용을 충당할 수 있게 된다. 이후 제품 생산을 완료하고 선적한 뒤, L/C 조건에 맞는 서류를 은행에 제출하면 나머지 잔금 70%를 은행으로부터 안전하게 회수할 수 있다. 수입자 역시 L/C를 통해 계약 내용대로 물건이 선적되었음을 서류로 확인한 후 잔금을 지급하게 되므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절대적 조건'이 붙는다

이처럼 완벽해 보이는 결제 조건. 이 꿈의 조합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조건, 바로 여러분이 갑(甲)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역 계약에서 '갑'이라는 것은 단순히 목소리가 크다는 의미가 아니다. 거래의 주도권, 즉 협상력(Bargaining Power)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당신이 제안하는 조건을 바이어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사례 1: 협상력을 가진 '갑'의 거래>

국내의 한 중소기업은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한 특수 산업용 필터를 생산한다. 이 필터는 대체품을 찾기 어려워 전 세계에서 주문이 밀려드는 상황이다. 최근 한 유럽 바이어가 대량 주문을 문의해 오자, 이 기업은 자신 있게 결제 조건을 제시했다.

"생산 착수금으로 40%는 T/T 선결제, 나머지 잔금 60%는 L/C 개설 조건입니다. 이 조건이 아니면 다음 주문을 먼저 진행해야 해서 어렵습니다."

바이어는 이 필터를 확보하지 못하면 자신의 생산 라인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다소 까다로운 조건을 수용하고 계약을 체결했다. 이 기업은 제품의 독점성과 높은 수요를 바탕으로 '갑'의 위치에서 원하는 결제 조건을 관철시킨 것이다.

<사례 2: 협상력이 부족한 '을'의 거래>

이제 막 창업한 A 씨는 경쟁이 치열한 일반 의류를 중국에 수출하려고 한다. 그는 위험을 줄이고자 중국 바이어에게 "선수금 20% T/T, 잔금 80% L/C" 조건을 제안했다.

"사장님, 저희 말고도 한국 옷 파는 곳은 많습니다."

바이어는 단호했다. A 씨의 제품이 시장에서 특별한 우위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바이어는 얼마든지 다른 공급자를 찾을 수 있었다. 결국 A 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바이어의 요구를 들어주거나 거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당신이 '갑'이 되기 위한 전략

결국 T/T와 L/C를 조합하는 유리한 결제 조건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단순한 협상 기술을 넘어, 우리 회사와 제품의 근본적인 가치를 높이는 것이 핵심이 된다.

독점적 기술력과 디자인: 누구도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우리만의 무기를 갖춰야 한다.

강력한 브랜드 파워: '이 회사 제품이라면 믿을 수 있다'는 신뢰를 시장에 구축해야 한다.

압도적인 품질과 서비스: 바이어가 다른 대안을 생각할 수 없게 만드는 만족감을 제공해야 한다.

선수금은 T/T로, 잔금은 L/C로 받는 것은 모든 수출자가 꿈꾸는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 꿈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어떻게 요청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방이 거절할 수 없게 만드는 힘을 가졌느냐'의 문제다. 유리한 결제 조건을 논하기 전에, 내가 과연 '갑'의 위치에 설 자격이 있는지 먼저 돌아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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