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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가 된 'T/T 송금', 바이어는 왜 L/C를 기피할까?

by 장재환

무역 거래의 문을 여는 첫 서류는 견적송장, 즉 프로포마 인보이스(Proforma Invoice, P/I)다. P/I는 수출자가 수입자에게 "이러한 물품을, 이러한 가격과 조건으로 공급하겠다"라고 제안하는 공식적인 문서다. 수입자는 이 P/I를 근거로 내부 결재를 올리고, 은행 업무를 처리하며 실제 계약을 진행하게 된다.

과거에는 이 P/I를 바탕으로 신용장(Letter of Credit, L/C)을 개설하는 것이 무역 결제의 정석처럼 여겨지곤 했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다. 이제는 수십억 원에 달하는 큰 금액의 거래도 은행을 통한 단순 송금 방식, 즉 T/T(Telegraphic Transfer)로 처리하는 것이 대세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라고 알려진 L/C를 두고, 왜 수입자(바이어)들마저 T/T를 선호하게 된 것일까? 여기에는 수입자 입장에서 체감하는 현실적인 이유 두 가지가 숨어있다.


"그냥 계좌번호 주세요" 바이어의 속마음

과거에는 단돈 500만 원, 1,000만 원의 소액 거래에도 L/C를 열던 시절이 있었다. 수출자 입장에서는 은행이 대금 지급을 보증해 주니 이보다 안전한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무역 환경에서는 수출자뿐만 아니라 수입자 역시 T/T 거래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이는 단순히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서 비롯된 신뢰 관계 때문만은 아닙니다. 수입자에게 L/C 개설은 생각보다 훨씬 번거롭고 부담스러운 과정이기 때문이다.

1. 만만치 않은 '은행 수수료' 부담

L/C는 여러 은행이 복잡한 서류 심사를 거쳐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개설 수수료, 통지 수수료, 서류 확인 수수료 등 각종 비용이 발생한다. 거래 금액이 클수록, 조건이 복잡할수록 수수료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반면 T/T 거래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송금 수수료만 부담하면 되므로, 수입자 입장에서는 상당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2. L/C 개설을 위한 '담보'라는 거대한 벽

더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담보' 문제라 할 수 있다. 수입자가 은행에 L/C 개설을 신청하면, 은행은 "만약 당신이 대금을 결제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그에 상응하는 담보를 제공하라"라고 요구한다.

<사례: 담보 때문에 L/C를 포기한 수입업자>

베트남의 한 중소 수입업체 B사는 한국의 A사로부터 $100,000 상당의 화장품을 수입하기로 하고, A사의 요구에 따라 주거래 은행에 L/C 개설을 문의했다. 하지만 은행은 B사의 신용도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 L/C 금액의 100%에 해당하는 $100,000를 현금으로 예치하거나 그에 준하는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B사는 당장 그만한 현금 유동성이나 담보 여력이 없었고, 결국 A사에 사정을 설명하며 T/T 분할 송금 방식으로 결제 조건을 변경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처럼 L/C 개설은 수입자에게 상당한 금융 부담을 안겨준다. 특히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이나 신생 기업일수록 이 담보의 벽은 넘기 어려운 장애물이 된다. 현금을 묶어두거나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느니, 차라리 T/T로 거래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신뢰 기반의 T/T 거래, 무역의 '뉴노멀'

물론 T/T 거래는 수출자에게 대금 미회수의 위험 부담을 안겨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T가 글로벌 무역의 표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은, L/C의 복잡성과 비용 부담을 기피하는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 때문일 것이다.

이제 무역은 단순히 서류와 시스템에 의존하기보다, 거래 당사자 간의 신뢰(서로 간의 이익 교집합)를 바탕으로 더 빠르고 효율적인 방식을 찾아 진화하고 있다. 수출자 역시 이러한 변화를 이해하고, 무조건 L/C만을 고집하기보다 계약 전 바이어에 대한 충분한 신용 조사를 바탕으로 선수금 비율을 높이는 등 유연한 T/T 거래 전략을 구사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https://youtube.com/shorts/LFTfSpqn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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