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피스의 금쪽이를 소개합니다
지난 20일 한국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멤피스>를 보고 인종차별 극복 스토리를 콘텐츠로 가진 작품을 수입하는 것에 대해 썼다. 쓰다 보니 막상 <멤피스>의 이야기보다 <웨스트사이드스토리>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멤피스>에 대해 이야기를 주인공 휴이의 인물탐구로 시작해 보고자 한다.
한국에서 초연인 이 작품을 발 빠르게 보고 온 이유는 역시, 나의 최애배우가 주인공 '휴이'역할을 맡았기 때문이었다. 초연의 첫 공을 맡아서 처음의 처음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뮤지컬의 배경은 1950년대 미국의 남부 멤피스로, 강력한 흑백분리정책으로 인해 같은 공간에 흑인과 백인이 함께 할 수 없었다. 영화 <그린북>에서도 나오듯, 아무리 유명한 재즈피아니스트여도 흑인이 남부 투어 콘서트를 한다는 것은 대단한 위험을 무릅쓰는 일이었을 만큼 남부와 북부의 분위기가 달랐던 듯하다.
멤피스에서 휴이는 그저 잘하는 일 없이 음악을 좋아하는 청년이었다. 특히, R&B(rhythm and blues)와 Rock n' roll을 좋아했던 것 같다. 좋아하는 음악을 찾아 찾아 들어가다 만난 클럽은 흑인 구역에 있었고, 휴이는 환영받지 못했다. 그러나 유머러스함과 특유의 쿨하고 칠(chill)한 특유의 친화력으로 끈기 있게 문을 두드린 결과 클럽사람들은 하나 둘, 휴며들었다.
좋아하는 것을 좇아 뒷 일은 생각 안 하고, "하고 싶은 대로 하자" 주의는 그야말로 구르는 돌(Rolling Rock)처럼 사는 휴이의 인생 그 자체이다. 거리를 걷다 힙한 음악에 이끌려 클럽에 들어가고, 그 좋은 음악을 모두에게 소개하고자 그가 친 사고(?)들을 보면 말이다. 흥에 겨워 지른 "하카두(HOKADOO)"는 알아듣지 못하는 슬랭 비스무리로 오해를 받았으나, 이내 엄청난 유행어로 등극한다. 휴이의 인생을 사자성어로 표현하면 전화위복(轉禍爲福) 그 자체이다. 요즘 같았으면, "오히려 좋아~"를 외치고 다녔을 것 같다.
대단한 실천력으로 사고를 쳐도(?) 능글맞고 유머러스하게 넘어가는 휴이는, 세상 힘든 고민이 없을 것 같아 보인다. 강력한 흑백분리정책에도 아랑곳 않고 맥주 한잔 하며, 휴이의 뮤직파라다이스를 꿈꾸기 때문이다. 휴이, 아무리 봐도 mbti ENFP야.
이런 Good vibe를 풍기는 사람을 누가 싫어하랴. 그런데 이러한 휴이의 성격에 고통받는 사람이 있다. 바로, 엄마. 휴이는 그야말로 멤피스의 대표 금쪽이다. 하기 싫은 건 죽어도 안되고, 하고 싶은 대로 살아야 한다. 근데 또 나름 효자라서(?) 엄마는 끔찍이 생각한다. 엄마와의 유대감이 좋은데, 말은 잘 안 듣는다. 그래서 엄마는 휴이가 또 오늘은 어떤 사고를 쳤을까, 하루하루 노심초사한다. 다 큰 금쪽이를 어르고 달랜다. 이런 금쪽이가 어떻게 성장할지 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 되지 않을까.
<멤피스>가 인종차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담고있으면서도 관객을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돌아가게 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극 내내 good vibe를 뿜뿜 하며, 유머를 던지며 등장하는 휴이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