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두 명을 살해했습니다. 나 T야?
유명한 드라마나 영화 같은 예술작품들 중에서도 작품성과는 별개로 불륜, 윤리적 문제, 범죄 등을 미화하는 것으로 논란이 되는 것이 종종 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극을 따라가면 유령의 짠한 스토리와 행복한 크리스틴과 라울 커플의 대비는 내가 어느새 유령의 편에 서있게 된다. 내가 비뚤어진 솔로여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웃음)
유령은 흉측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가면으로 가리고 있다. 그리고 이 배역에 조승우, 전동석, 최재림, 김주택이 맡는데 이들이 아무리 흉측한 분장으로 가리려고 해도(심지어 반만 가리고 반은 신사 같은 모습으로 분하니) 수려한 외모들을 자랑한다. 다만, 가면이 다 벗겨지고 끝에 가면 추악한 모습이 드러날지 몰라도.
유령은 크리스틴에게 노래도 가르쳐주고, 나쁜 짓을 해가면서까지 배역을 따서 주는데 '어남라', 어차피 남편은 라울이다. 극에 무르익다 보면, 혼자 남는 유령이 안쓰러워진다. 크리스틴을 사랑하여 많은 걸 해주지만 라울에게로 향하는 그녀를 지켜보며, 가면무도회의 다양한 가면들 사이에 멕시코 망자의 날에 나올 것 같은 화려한 해골로 꾸미고 악당처럼 등장하는 모습은 관심이 고파 나쁜 짓을 하는 아이처럼 보이기도 한다. 자신의 비뚤어진 사랑의 끝에서 마침내 크리스틴을 놓아주고 혼자남아 원숭이 오르골을 끌어안으며, 시끌벅적했던 화려한 가면무도회의 음악을 홀로 흐느끼며 부르는 모습은 어쩌면 그도 그냥 평범한 외모를 갖고 태어나 그들과 어울리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거기다 흉측한 모습 때문에 어머니로부터도 버림받아 얼마나 힘든 인생을 살아왔을지까지 상상하면 그저 안타깝다.
극을 다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음악이 너무 좋아 종종 넘버만도 따로 찾아 듣는데 문득 그가 저지른 살인이 떠올랐다. 첫 번째 희생자는 무대관리인, 두 번째 희생자는 프리마돈나의 파트너 테너, 피앙지. 갑자기 이 사실이 떠오른 건 최근 들어 발생하는 무차별 흉기 사고들 때문인 듯하다. 신림동은 내가 사는 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고, 분당의 백화점은 친한 친구가 사는 곳 근방, 대전의 모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사고는 놀랍게도 내 고향 동네이다 보니 충격이 컸다.
이뿐 아니라 이어지는 살인 예고들은 인간성의 상실, 고도화된 현대 속 적응하지 못하여 벌어지는 범죄류의 문제인 것치고 너무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지 않나. 특정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니 내가 착하게 잘 살아왔어도, 조심한다고 조심해도 피할 수 없는 일에 휘말릴지 모르는 불안함 속에 있다. 그들도 어떠한 이유에서 행했다고는 말하지만 그 어떤 이유에서든 다른 생명을 빼앗는 것은 절대 용인될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