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억의 어린이극

뮤지컬 <알라딘> 프리뷰 감상기 2

by 칙칙폭폭

뮤지컬 <알라딘> 프리뷰 감상기 1 'A Whole New World'에 이어 작성합니다.


점점 치솟아가는 뮤지컬 비용은 사회 전반의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치다. <알라딘>의 VIP석 가격은 19만원이 되었다. 같은 극을 다회차 관람하는 ‘회전문’을 도는 뮤덕(뮤지컬 덕후)들에게선 우스개로 이를 ’ 19억‘이라 칭한다.


19만원의 뮤지컬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물랑루즈>(2022)의 VIP석 가격이 18만원으로 당시에는 혁신적으로 높았고, <오페라의 유령>(2023)이 19만원이었다.


필자 역시 <오페라의 유령>을 관람하고 높은 가격으로 놀랐음에도 불구하고, 뮤지컬이 진행되는 와중에 오페라의 공연이 있는 극 중 극 형식은 오페라를 소화해 낼 만큼의 앙상블, 화려한 무대와 의상으로 그 가격에 설득당한 경험을 브런치에 포스팅했었다.


그렇다면, 과연 <알라딘>은 어떨까?

뮤지컬<알라딘> 포스터
공연 전 3차례의 티켓팅

프리뷰 감상기 2에 대한 내용을 적기 전에, 먼저 <알라딘>의 티켓팅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19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티켓가격에도 불구하고 첫 공연이 시작되기도 전에 3차례의 티켓팅이 끝났다. 국내에서 초연임에도 불구하고 11월 17일 프리뷰가 시작되기 전, 벌써 내년 2월 1일까지의 표를 판 셈이다. 실제로 일부 배우들은 전작이 진행 중인 와중에 표가 팔리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게다가 놀랍게도, 매 티켓팅은 모든 회차의, 각 등급의 좌석이 매진일 정도로 치열했다. 이렇게 미리 진행되는 티켓팅은 스타 캐스팅 또는 티켓파워를 가진 배우들의 팬들이 자리를 선점하게 되는 경우가 잦다. 빈익빈 부익부처럼 좋은 자리를 선점해두고 첫 공을 보고 나서 표를 취소하거나 양도하는 경우도 잦은 듯하다.


이러한 티켓팅 일정이 뮤지컬계에 만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열린 전회차가 전석 매진에 가까운 사례는 드물어 보인다. 국내 초연작임에도 이러한 인기에는 원작의 대중적 친밀도, ‘디즈니’ 뮤지컬이라는 기대감, 먼저 개봉한 뮤지컬 영화, 해외에서 극을 경험한 이들의 평이 작용했을 것이다.


나 너무 동심이 사라진 어른인 걸까

디즈니를 싫어하진 않는다. 그렇다고 엄청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내 유년시절엔 분명 디즈니가 있었고, 알라딘도 있었다. VHS 비디오테이프로 무려 알라딘을 1, 2, 3편까지 사두고 다른 비디오보다 몇 차례 봤던 것 같기도 하다. 1편에 자파의 궁지로 알라딘이 물에 빠져 죽기 일보직전인 때에 지니가 구해줬던 아슬아슬 간지러웠던 장면의 기억이 있다. (기억엔 왜곡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른이 되어 본 알라딘의 내용은 그저 머나먼 왕국 동화 속 공주님 왕자님 이야기였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어린이극이기 때문인 듯하다. 음흉하고 무서운 분장의 악당이 나쁜 짓을 하고, 주인공은 훔치고 사기 치며 생존을 유지하지만, 새로운 삶을 꿈꾸자, 악당에게 이용당할 간택을 당하여 운 좋게 지니를 만나 왕자가 된다. 주인공은 나쁜 짓을 했지만 변화를 원했고, '애는 착해요'처럼 누군가에겐 좋은 아들, 좋은 친구인 알라딘은 '지니의 마법처럼' 잘못된 과거를 청산하고 성공적인 변화를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내가 아닌 누군가로 살며 자신과 남을 속이지 말고, 그들에게 신의를 보여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다.


평면적 캐릭터뿐 아니라 어린이극처럼 느껴지게 하는 다른 요소들도 있다. 직관적인 대사로 너무 무섭거나 심각하지 않도록 전반적으로 웃긴 분위기로 전달된다. 디즈니 콘텐츠의 특성일 수 있는 직관적 대사뿐 아니라 뮤지컬이 번역되어 들어오는 과정에서 비롯된 아쉬운 점도 느껴진다. 하나의 작품 안에서 넘버들의 가사는 대사뿐 아니라 각 캐릭터 기승전결에 따라 서로 상호작용을 하여 서사를 만들어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어로 들었을 때는 이러한 연관성과 기승전결이 느껴지는데, 한국어로 전달받는 넘버들은 이러한 연결고리가 약해진다. 번역의 오류라기보다 뮤지컬 장르가 갖는 특징인 멜로디와 붙는 가사의 라임이 맞지 않는 것이 큰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나쁘다는 이야기라기보다, 디즈니 극의 특성이라고 설명하고 싶다. 그러나 이렇듯 어린이를 위한 극이 19만원이라는 것에는 조금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 극이 공연되는 샤롯데씨어터의 중앙블럭은 단차가 높지 않아 어른들에게도 시야방해가 있는데 어린이 쿠션으로 감당해 낼 수 있을지 의아하다. 그렇다고 어린이를 위한 할인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어른을 위한 극인가. 아니면 어른이를 위한 극인가. 배우마다 구현해 내는 알라딘이, 자스민이, 지니가, 서로의 시너지를 다르게 해석해 낼 장면이 있을까. 입체적이지 않은 캐릭터와 내러티브에 관객의 상상력이 개입할 공간은 없다. 사회에 만연한 유리천장에 부딪혀있는 여자어른에게 술탄이 공주에게 왕이 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라는 이야기가 남길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원작의 내용을 왜곡할 순 없지만, 연출을 통해 조금 다른 극을 선보일 순 없었을까. 극에서 등장하는 자스민의 비중만 보더라도 아쉽다.


그렇다면 이 극에 기대할 수 있는 건 화려한 쑈 뿐이다.


앞서 소환했던 비슷한 티켓값의 뮤지컬 중, 물랑루즈의 공연을 보진 않았으나 사진으로도 전해질 정도로 화려한 무대와 객석 연출이 돋보였다.

뮤지컬 <물랑루즈> 사진 객석까지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출처-뮤지컬 <물랑루즈> 공식 SNS

오페라의 유령 역시 의상과 무대 모두 그 가격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렇다면 알라딘의 무대 및 연출이 환상적이고 화려한 쑈를 그려내기에 충분했냐고 하기엔 라이센스 값이 지나치게 비쌌던 게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가득 들었다.

뮤지컬<알라딘> 무대 출처-뮤지컬<알라딘> 공식 인스타그램

실제 스왈로브스키가 사용되었다던 의상들도 화려하다고 하는데, 사실 그리 앞자리 관객과 그걸 입는 배우가 아닌 이상 그것이 영롱하게 빛나면 될 뿐, 그것이 스왈로브스키이건 아니건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알라딘 의상들. 뮤지컬<알라딘> 팝업스토어에서 필자 촬영

알라딘에 등장하는 마법을 구현해 내기 위하여 수행하는 일련의 퍼포먼스들은 충분히 화려할까. 실제 마법은 아니지만 '마법처럼 보이기 위하여' 수행하는 일련의 퍼포먼스만이 볼거리이다.


뮤지컬 <알라딘>의 티켓팅은 글을 쓰고 있는 지금 3월 3일 표까지 열렸다. 극은 약 한 달간 올라갔는데, 대부분 올라오는 글들에선 가격에 방점이 맞춰져 있다. 과연 이 19억의 뮤지컬이 9월까지 한국에서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