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준비의 비하인드 스토리

비하인드 스토리, 뒷담화, 팁 그 사이 어디엔가

by Nara Days

결혼식을 올린 지 벌써 두 달, 법적인 부부가 된 지는 석 달, 남편과 함께 산지는 반년이 되어간다.


아직은 '뜨거운' 신혼이라 하지만, 사실 그리 뜨거운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2년 남짓의 연애를 마치고 결혼을 했음에도 매일 발견하는 그의 새로운 매력에 감사할 따름이며, 언제 어디서나 나의 든든한 우산 같은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 매일 함께 한다는 것은 꽤나 마음 놓이는 일이다. 우리는 '식궁합'인 입맛이 잘 맞아 서로를 찌우는 사이인 동시 침묵 역시 편한 사이고, '아' 하면 '어'하는 우스꽝스러운 쿵짝을 지니고 있기에 지루한 순간도, 동시에 호들갑스럽고 유난스러운 것 역시 없다. 참 그 자체만으로 편하달까.


살림을 합치자마자는 서로의 다른 생활 패턴과 청결에 대한 이해도가 달라 일주일 정도 싸웠지만, 결국 나에게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사람과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기에, 그 과정에 있어 내가 포기할 수 있는 부분은 포기를 하기로 했다. 그건 분명 이 사람 역시 마찬가지, 아니 어느 방면에 있어서는 더 많은 부분을 포기하고 타협해야 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여하간 내가 포기를 한 부분으로 인해, 집은 상당히 어지럽다. 물건이 이렇게 제자리에 놓여 있지 않은데 식물의 새순을 보고 감명을 받거나, 고양이 화장실은 매일 치우는데 혈안이 되어있는 남편을 보고 처음에는 복장이 터졌으나 이젠 그러려니 하며 귀엽기까지 하다.


사실 남편은 나보다 많은 부분에 있어서 수용적인 사람이다. 아니, 남에게 본인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 사람이랄까. 내가 어떤 행동을 해도 남편에게는 그다지 위협적이거나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이 아니며, 나의 부족한 점은 굳이 말을 안 해도 알아서 채워주는 정말 많은 부분에 있어 '1등 신랑감'이다. 나의 부족한 부분은 그에게 귀여움으로 치부되어, 나는 상당히 많은 부분 부족한 사람임에도 종종 과대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남편은 말을 '뾰족하게' 하는 것을 싫어하고, 여느 남자가 다 그렇듯 '가르치는 듯한 말투'를 싫어한다. 나는 연애 초반 때부터 그가 그런 것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아채고 조심하려고 하지만, 가끔은 나도 모르게 사주팔자에 현침살이 네 개나 박혀있는 사람다운 말들이 나가기도 한다. 그리고 그렇게 행동한 후 남편의 행동을 보고는 늘 반성하게 된다. (아니 저렇게 착한 사람한테 내가 그런 말을 했단 말이야? 느낌으로..)


여하간 언제 그렇게 분주하게 결혼 준비를 했냐는 듯 우리의 결혼생활은 안정권에 접어들었고, 30대 초반 어디께에서는 비혼주의였던 내가 요즘엔 여기저기 입에 침이 마르지 않을 정도로 결혼을 추천하고 다니는 것을 보면 나는 꽤 이 생활에 만족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안정된 생활에 적응해 더욱더 기억들이 증발하기 전, 결혼 준비에 있어 비하인드 스토리, 뒷담화 혹은 팁 그 어딘가에 맞는 에피소드 몇 개를 풀어보려고 한다.


1) 코로나 시대의 결혼식


- 내가 결혼식을 할 무렵에는 한 공간에 모일 수 있는 인원수가 299명으로 국한되어 있을 때였다. 안 그래도 식 전에 코로나에 걸려 식사 약속을 잡기 어려웠던 나는 디저트 기프티콘을 보내며 머쓱한 마음으로 모바일 청첩장을 보내기 바빴고, 심지어 인원 제한으로 인해 원하는 사람을 다 못 부르기도 해서 많이 아쉬웠다. 코로나라 초청 자체도 조심스러우며 물론 양가 어른들께도 계속 인원 관련해서 제한을 두어 죄송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스타그램에서 나의 사진을 보고 먼저 결혼식에 오겠다고 해주신 분들에게는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으로 청첩장을 보냈는데, 그 청첩장은 사실 원래 계획되었던 누군가의 자리 대신 (나는 동시예식이었다) 보내진 거라 그만큼 조심스러웠다.


몇 년 동안 연락을 하지 않던 지인으로부터 "결혼식을 초대해 달라, 축하하러 가고 싶다"라는 연락을 받고 나는 그가 최근에 이사를 한 것을 알아 작은 이사선물을 카카오 선물로 보내며 조심스레 모바일 청첩장을 보냈다. 축하만 해줘도 고마운데 인스타그램 사진을 보고 직접 가고 싶다 이야기하는 그를 보며 참 고맙다고 생각을 해서 회사동료분의 자리를 빼서 그에게 청첩장과 선물을 보냈다.


추후에 결혼식 정리를 해보니 그는 현장에 오지 않았고, 추후에 별도의 인사나 카톡 등 역시 없었다. 급한 일이 생기거나 육아 등의 일로 당일 오지 못한 사람들은 너무나도 이해하는데, 굳이 먼저 연락해 오고 싶다고 한 사람의 자리를 빼놓았는데 결국 다른 분의 자리만 안타깝게 내어드린 게 되었다. 인스타그램을 보니 최근엔 여자친구와 외국에서 한달살이를 하고 있는 것 같던데, 아마 본인도 곧 결혼식을 하게 되면 무언가를 깨닫겠지! (아닐 수도 있고..!) 여하 간에 그냥 결혼식도 아니라 코시국의 결혼식이면 이런 배려는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단순 인사치레로 언제 한번 밥 먹자 처럼 '가겠다'라는 말은 아니 아니해.


반면 초청도 못했는데 다른 사람들을 통해 축하나 축의금을 보내주신 분들껜 더더욱 감사하고 죄송했다.


2) 혼주 사진 많이 찍어주세요


이번 결혼식에서 제일 잘한 점은 아무래도 포토그래퍼분과 비디오그래퍼분들께 '혼주 사진을 많이 찍어달라'라고 요청을 한 것이다. 별도 요청을 하지 않았더니 남은 게 없었다던 피드백이 많아 나는 두 업체에 미리 연락을 해 양가 어르신들의 사진을 많이 찍어달라고 요청을 했는데, 아직 셀렉을 못한 결혼식 원본 사진이나, 그제 받은 영상들 속에 보이는 양가 어른들의 모습에 다시 한번 눈물을 많이 쏟았다. 꼭 요청하세요. "혼주 사진 많이 찍어주세요"라고.


3) 슬림드레스에는 장식 달리지 않은 신발을


2부 드레스로 입은 시그니처 엘리자베스의 슬림 드레스는 정말 모두가 극찬을 할 만큼 아름다웠다. 추가금 100여만 원인데, 드레스 투어 없이 지정업체로 했기에 서비스로 받았다!라고 모두에게 자랑을 하고 다녔던 그 드레스는, 허리가 상대적으로 얇고 힙이 큰 나의 체형을 최대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부각해 주었는데, 처음엔 걱정이 되었던 나의 팔뚝의 타투에 대한 고민이 불필요해질 만큼 모두 내 드레스에 집중을 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었다.


그런데 복병은 따로 있었다. 나의 웨딩슈즈는 국산 브랜드로 일반 힐에 로저 비비에스러운 클립을 별도로 끼는 형태의 신발이었는데, 슬림드레스를 입고 그 신발을 신으니 자꾸 안감에 클립이 걸리는 것이다. (벨라인의 본식 드레스를 입었을 땐 괜찮았음) 결국 나는 몇 걸음 걸은 후 클립을 아예 떼버렸는데, 혹 슬림드레스를 입는 사람들이 있다면, 정말 견고하게 비즈가 부착되어있지 않은 국산 신발을 신을 때 클립은 떼라고 하고 싶다.


4) 왜 휴양지로 가라는지 알겠어


신혼여행은 정말 '개인의 취향'이지만, 나는 왜 모두가 신혼여행을 휴양지로 가라는지 너무나도 이해했다. 심지어 휴양지에 가서도 두드러기로 고생했던 나의 '구슬픈 몸뚱이'를 보며, 결혼식이 생각보다 많은 체력과 정신력을 필요로 하는 일생일대의 '행사'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물론 나보다 체력 좋은 분들은, 다른 곳 가셔도 무방합니다.


5) 결혼식은 단순 '행사', 결혼식이랑 결혼생활을 혼돈하면 안 되지요!


우리는 화려하고 행복한 결혼식이 결혼생활의 징표가 될 것이라 믿지만 사실 그 둘의 상관관계는 그리 깊지 않다. 결혼식은 단순 행사고, 우리의 결혼생활의 시작을 모두 앞에 공표하는 자리인거지 사실 결혼생활 자체가 '실전'인 것이다. 예쁘고 비싸며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사람들 앞에서 웨딩마치를 성공적으로 하는 것보다, 함께 사는 남편과 맛있는 밥을 차려 먹고, 소소한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서로 마음 편한 상태에서 잠에 드는 것 - 이게 몇 배는 더 중요하다. 종종 사람들은 그 둘을 혼돈하는 것 같다.


이상 내가 결혼 준비를 하며 느꼈던 몇 가지를 적어보았다. 결혼이 모두에게 정답이 될 수는 없다만 적어도 내게는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36살 내 인생 최고의 몇 가지 중 하나가 되어버려, 나는 오늘도 결혼을 여기저기 추천을 했다. 여러분 결혼 그리 나쁘지 않아요. 사실 너무 좋아요! 진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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