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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 Jan 21. 2016

남친의 여사친 or 여친의 남사친

Nobody knows.

    나는 단 둘이 밥을 먹어도 어색하지 않을 남자(사람)친구가 몇 명 있다. 우리는 밥을 먹으면서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하기도하고 다른 친구들의 근황에 대한 이야기도 하며 무능력한 정치인을 욕하기도 하고, 기분 좋은 날엔 술도 같이 마신다. 여기엔 아무런 어색함이 없다. 


하지만 가끔, 자신의 이성친구가 다른 성별의 친구와 단 둘이 만나거나연락하는 것에 대해 불쾌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왜일까? 

내가그 사람에게 (이)성적으로 끌릴까봐? 


    이성간에도 친구가 가능하다는 사람들은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우리사이에서 ‘섹스’를 상상한다는걸건 정말 더럽다. 같이 목욕을 하면서 등을 밀어줄지언정 섹스라니! 너의 그것이 나의 그것 안에? 

끈적한 스킨쉽이 오갈 일이 없기도 하지만 서로의 체온에서 끓어오르는 성욕을 느꼈다면 그건 절대 친구 사이가 아니다. 잠재적인 섹스 파트너일 뿐. 


    어쨋건, 나는 여럿의 남사친이 있고 그들 중 몇은 여자친구가 있다

 

내가 그 친구들의 여자친구를 신경써야 할까? 

    

사실 지금까지는 누군지도모를 그들의 여자친구가 조금 신경쓰이기는 했다. 왜냐하면 내 동성 친구들 중에서도 자신의 남자친구가 여사친과 단 둘이 만난다고 하면 무척 싫어하는 친구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내 남자친구가 여사친과만나는 것에 단 한 번도 질투해 본 적이 없다. 내 남자친구가 그녀와 섹스할 건 아니니까!     




    그렇다면 나는 단지 내 남자친구가 여사친과 섹스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들을 괜찮다고 생각하는 걸까? 물론 섹스는 타인과의 애정표현 중 가장 최고의 것이지만 친구 관계에서 돈독히 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나는 단지 그와 섹스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남자친구의 여사친보다 우위에 있다고 느끼는 거라면? 

    

    친구사이에서는 무엇보다 정신적인 교감이 중요하다. 하지만 여기에서 딜레마가 발생한다. 성별이다른 친구 사이에서 그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그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육체적 교감은 정신적 교감에 비하면 조금 하찮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데 만약 나의 남자친구가 그런 고차원적인 정신적인 교감을 내가 아니라 나와 같은 성별의 친구와 더 나눈다면? 그건 분명 질투가 난다. 친구와 여자친구의 역할이 물론 다르긴 하지만, 왜 하필 내가 아닌 그녀와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거지?  그동안 잊고있었던 질투의 감정이 피어오른다. 다른 동성 친구와 그런 이야기를 해도 되잖아! 왜 하필 그녀와? 너는 다른 동성의 친구도 있으면서! 


    나도 지난 주 읽었던 책, 맛있었던 식당, 그리고 오늘 완전 짜증났던 일에 대해 얘기할 수 있고, 반대로 남자친구의 그러한 이야기를 들어줄 수도 있는데 우리 얘기가 온통 섹스 뿐이라면? 난 단지 그의 육체적인 부분-그가 여사친과는 나누지 않는-을 맡고 있을 뿐이고, 그는 여사친과 좀 더 고차원적인, 정신적 부분을 공유한다는 걸까? 



너희들은 둘도 없는 친구니까 ^^


    서로의 이성친구에게 관대한 커플의 경우라면 그 잘못은 걱정하게 만드는 당사자에게 있다. 어차피 이성간의 우정이란 그 당사자 둘 만이 아는 것이다. 둘이 정신적으로 바람을 피고 있어도 그들이 아니라고 하면 그런 것이다.  그들의 우정을 지지한다고 말한 상대방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를 참으면서 웃어줄 수 밖에 없다. 너희들은 둘도 없는 친구니까 ^^ 그 우정에 불순한 의심을 끼얹는 순간, 미친년으로 몰리는 건 순식간이다. 오랜 우정보다는 얼마 되지 않은 여자친구를 갈아치우는 것이 훨씬 쉽다. 실연의 아픔은 크지만 괜찮다. (섹스는 하지 않지만) 충분히 멋진 (이성)친구가 있으니까! 



    나와 내 이성 친구의 아름다운 우정을 수상쩍게 바라보는 남친 혹은 여친이 있다면 빨리 만남을 끝내버리는 게 좋다. 반대로 내가 남친의 여사친과의 관계가 의심스러울 경우도 마찬가지다. 좋기만 해도 부족한 연인 사이에 서로를 의심하는 경우가 생기면 하루하루가 지옥이다. 그의 이성친구에 대해 내가 과민반응하지 않게 하는 남자가 어디엔가 있을 것이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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