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토리메신저 Aug 01. 2020

내가 나를 지켜야 하는 시대를 살면서

사회 거리두기만큼 중요한 감정 거리두기



코로나가 좋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거 같다. 내 삶을 원치 않게 바꿔놨으니 고마울 건 딱히 없지 않을까. 코로나가 생기고 처음에는 두려움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두려움으로 살 수는 없다. 나는 내 아이들과 나, 식구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기로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나 스스로를 바이러스로부터 지키고 있다. 그랬더니 코로나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고 코로나가 주는 유익, 좋은 점을 찾게 됐다.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내 두려움은 사라졌다. 두려움은 아주 커다란 무기다.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드는 강력한 무기다.




나는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관계에 어려움이 생길 때마다 그렇게 생각한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심하게 싸우면 내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어떻게 한다고 달라질 건 없다고 생각하며 상황을 회피했다. 애써 외면했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초등학교에서 여자아이들끼리 돌려가면서 왕따를 시킬 때도 이번에는 내 차례인가 보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거니까 어쩔 수 없지 뭐. 하고 애써 괜찮은 척했다. 정말 괜찮았다면 모르겠지만 정말로 괜찮지는 않았고 괜찮은 척 했던 게 문제 아닐까? 나는 내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 서툴렀다. 좋은 것도 싫은 것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그런 내가 연극을 했다니. 다들 이상하게 생각했던 게 어느 정도 이해된다.


연극을 무대에 올리기 전 배우는 인물을 분석해야 하고 그 인물이 어떤 감정과 상태인지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감정 표현은 서툴지만 공감능력은 평균 이상이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어주는 데는 탁월한 재주가 있었기 때문에 연극을 하면서 대리만족을 하지 않았을까? 연기할 때마다 보이는 등장인물의 갈등과 감정을 찾아가는 일들이 나한테는 꽤 흥미롭고 재밌는 작업이었다. 현실에서 하지 못하는 일들을 연극에서는 할 수 있었다. 내가 어떻게 표현해도 안전한 공간, 연극 무대 안에서 나는 나를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갔다.




모든 일은 처음 시작할 때는 낯설고 힘들다. 그래서 연습이 필요하다. 아이가 걸음마를 하기 전 많이 넘어지듯이 쌀밥을 씹어 삼킬 수 있도록 이유식을 먹듯이 감정도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당연히 낯설고 힘들지만 연습하다 보면 감정을 표현하는 일도 익숙하게 되는 날이 온다. 내 감정은 내 거다. 내가 알아차리지 않으면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 나는 내 감정을 알아차리고 표현하기 위해서 사람들과 거리를 뒀다. 절친과 관계를 정리하면서 거리두기는 시작됐다.


사람과 거리두기가 필요한 건 코로나 바이러스만이 아니다. 감정도 전염성이 꽤 센 녀석이라 적당히 거리두기를 하지 않으면 휘둘리게 될 수밖에 없다. 내 감정과 상대방의 감정을 분리해야 한다. 상대방이 나한테 화를 내고 있는가? 짜증을 내고 있는가? 화난 상태와 짜증 내는 상태는 그 사람 몫이다. 그때마다 당신은 무엇을 느끼는가? 어떤 감정이 드는가? 그 감정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 할지 선택해야 한다. 그래야 누구도 당신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기억하라 감정도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작가의 이전글 스무 살, 인생을 애도하는 눈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