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의석 May 13. 2016

참 공부의 의미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가꾸는 것에 집중하라


요즘 사람들이 이해하고 있는 '공부'의 정의는 성적표의 숫자를 조금이라도 작게 만드는 일입니다. 외국어 역시 마찬가지여서 한국에서는 오래전부터 토익, 토플 시험이 유행했고 이런 추세는 지금까지도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학습 트렌드에는 고질적인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고득점자는 많은데 외국인을 데려다 놓으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것이지요.


저는 기본적으로 공부가 사람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성적을 올려서 만족감을 주는 수준이 아니라 인생이 변하고 삶의 가치관을 새롭게 정립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말입니다. 요즘 이런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한국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최대 관심사는 좋은 대학과 직장입니다. 공부의 본질이 뒤바뀐 것이지요.


역사를 살펴봐도 이런 사례는 무수히 많습니다. 조선시대 성리학이 유행했을 시기에 학자들은 이기일원론(理氣一元論)과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 중 무엇이 옳은지에 대하여 엄청난 설전을 벌였습니다. 이 분들의 학문적 성과를 무시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지만 이 사실이 지금 저에게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관련된 책을 읽다가 조용히 덮었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호기심이 있다면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옛 선현의 지혜가 담긴 학문이니 그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성리학 이후 조선에서 발생한 실학은 조금 다릅니다. '실생활에서 유용한 것만 익히고 활용하자'를 슬로건으로 삼고 이전의 학문과는 상당히 다른 길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주류를 차지했던 성리학자들은 실학을 천한 학문이라고 욕을 했지만 실학자는 스스로 구했던 길을 묵묵히 갔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실학자들과 궤를 같이 한 박지원은 저희에게 '독서궁리(讀書窮理)'라는 개념을 소개했습니다. 책의 내용을 탐구하며 지식을 익혀 자신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실학자에게도 중요하고 성리학자에게도 중요합니다.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책을 봐야 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여기서 두 집단 사이에 큰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 있습니다. 


박지원은 독서궁리를 살아있는 지식에 한정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내가 배워서 쓸 데가 없다고 생각이 들면 굳이 읽을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펼친 것입니다. 책과 씨름하는 것보다는 실제로 체험하면서 사람들과 부대끼는 가운데 익히는 지식이 더 낫다는 판단을 했다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성리학자는 당연히 박지원의 의견과 반대였습니다. 그들이 말했던 방법은 '온고지신(溫故知新)'. 옛 것을 익혀 새 것을 안다는 말로 경전 연구가 기본이 되었습니다. 박지원의 표현을 빌리면 늙은 서생의 진부한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이치를 탐구하는 것이 옳은 걸까요? 사람마다 그 기준이 다르겠지만 저는 책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가운데 삶에 필요한 지혜를 구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글과 말을 통해 세상의 지식을 전달하는 연결고리가 된다면 더 보람찬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삶에 필요한 지식을 제대로 익히고 이를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지식을 익혀야 할까요?




보통 사람들은 무언가를 새로 배우기 위해 제일 먼저 학원에 등록합니다. 체계를 갖춰서 배우는 걸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새로운 지식을 익히면 안전하고 기초를 탄탄히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경제위기를 여러 번 겪으면서 사람들은 이전과 달리 매우 신중해졌습니다. 쉽게 선택하지 않고 여러 면을 비교하여 최적의 방안을 도출하는 과정은 이제 일반적인 추세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남들에게 배우는 것은 득 보다는 실이 많습니다. 


남들에게 배우는 것이 좋지 않은 이유는 바로 응용력 및 상상력을 키울 수 없는 환경 때문입니다. 학원의 교육과정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대가 없이 알려준다는 좋은 이미지를 지닙니다. 그러나 과정을 수료한 학생이 배우지 않은 분야가 나왔을 경우 이전의 지식을 응용하는 건 매우 어렵습니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시키는 대로만 따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동양인은 좀 유리한 환경을 타고났습니다. 동양철학의 골자가 관찰에 의한 경험을 기초로 하기 때문입니다. 불멸의 고전이라고 일컬어지는 손자병법과 도덕경 역시 인간관계와 자연현상을 관찰함으로 얻은 귀납철학입니다. 이와는 반대로 서양은 토론과 사고에 의한 변증법의 형식으로 그들의 철학 체계를 완성시켰습니다. 그래서 동양과 서양의 사고방식은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영국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이 저술한 학문의 진보라는 책을 보면 위에서 말씀드린 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베이컨은 책에서 사람의 성향을 기억, 감정, 이성의 3가지로 구분하고 이에 관련된 영역을 역사, 시, 철학으로 세분화하여 사람의 학습과정을 설명하려 했습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사고에 의해 개념을 구조화하는 전형적인 서양식 사고방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학문을 새롭게 정비하고, 배우는 방법을 체계화하려 노력한 그의 노고와 열정이 담긴 책이니 기회가 되면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한국인은 취업을 할 때나 승진 시 준비해야 될 것이 많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큰 비용을 들여서 학원에 등록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효과가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다닐 수밖에 없는 이유는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 좋은 방법을 발견하려면 이전에 익혔던 배움의 방식을 탈피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배우는 방법이 아닌 스스로 익히는 법을 찾는 게 오늘날 사람들이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인 셈이죠. 



이 글은 제가 쓴 책인 21세기 공부법 중 일부내용을 참조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래의 희망은 사람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