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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의석 May 14. 2016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방법서설을 통해 배우는 삶의 원리

스스로 생각하여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철학적 원리를 도출해 낸 사람으로 저는 데카르트를 들고 싶습니다. 우리는 그의 학문적 업적은 알지 못해도 그가 남긴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말은 잘 알고 있습니다. 라틴어로 코기토 에르고 숨(Cogito ergo sum)이라고 불리는 이 표현은 근대 합리론의 시작을 알리는 하나의 커다란 신호였습니다. 


데카르트가 위의 명제를 언급하고 있는 작품은 바로 ‘방법서설(Discours de la méthode)’입니다. 사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는 우리의 생각만큼 쉽게 나온 문구가 아닙니다. 오히려 수많은 사고의 과정을 거쳐 정제된 결과물에 가깝습니다. 


방법서설은 ‘양식(良識)은 이 세상에서 가장 공평하게 배분되어 있는 것이다’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여기서 양식은 우리 생활에 필요한 먹을 것이란 의미가 아니라 ‘올바르게 판단해 진위를 구별하는 능력’, 즉 이성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평등하게 갖춘 것이죠.  


데카르트가 방법서설에서 다루는 주제가 생각보다 많기 때문에 그중 하나만 소개해보겠습니다. 이른바 ‘난로방의 사색’입니다. 데카르트는 진리가 무엇인지 생각하기 위해 하루 종일 따뜻한 난로가 있는 방에 들어앉아 편안하게 생각의 바다에 빠졌습니다. 열심히 생각하며 자신의 생각을 정립한 끝에 그는 전체 학문의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방법으로 아래의 네 가지 조항을 제시합니다. 그 법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내가 명증한게 참이라고 인정한 것이 아니면 어떠한 것이라도 참이라고 받아들이지 마라

둘째, 내가 음미하는 각각의 문제를 될 수 있는 한 많이 그리고 그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숫자만큼 작은 부분으로 나누어라

셋째, 가장 단순하고 인식하기 쉬운 대상에서 조금씩 단계를 밟아 가장 복잡한 것의 인식에 이르기까지 순서에 따라 나의 생각을 유도하라

넷째, 어떠한 내용도 빼놓지 않겠다고 확신할 만큼 완전히 열거하고 광범위한 재검토를 실시하라 



실제로 이 법칙들은 자신의 의견을 검토하거나 새로운 과학적 탐구를 진행할 때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실수를 미리 방지하고 더 확실한 결과를 내는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 법칙들은 주체적인 자신의 생각을 찾아나갈 때 큰 도움이 됩니다. 


데카르트는 이후 이 기준을 바탕으로 정말 올바른 지식이 무엇인지 고민합니다. 남이 주입한 견해를 버리고 오로지 자신의 이성을 활용하여 진리를 찾으려 노력했던 것이죠. 그러다 ‘아무리 모든 것을 의심해도, 의심하고 있는 자신의 존재만큼은 의심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주체적으로 판단하며 사고하는 과정을 통해 얻은 귀한 결과입니다. 


오늘날 우리들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에는 이 원리가 그다지 큰 역할을 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렇게 고민하고 연구하는 활동을 중단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데카르트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습니다. 


“내가 발견한 것이 불과 얼마 되지 않는 것이라 할지라도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세상에 전해 유능한 사람들을 나보다 더욱 앞서 전진하도록 촉구하며, 그들이 각각의 기호와 능력에 맞추어 필요한 실험에 서로 협력하고 또 그들 역시 스스로 배움을 통해 알게 된 내용을 모두 세상에 전하고자 노력하도록 촉구해야 한다. 이렇게 된다면 후세의 사람들은 선인들이 끝마친 곳에서부터 시작하게 되며, 또 그 같은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생애를 전부 합침으로써 우리는 각 개인의 힘이 도달할 수 있는 곳보다 훨씬 먼 곳까지 모두 함께 나아가게 될 것이다."


만일 우리가 주체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 된다면, 저는 가장 먼저 우리가 갖추어야 할 가치로 ‘자주성과 공존’을 들고 싶습니다.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때 훨씬 더 아름다운 사회가 될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이는 사람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자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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