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마셜 맥루한이 쓴 미디어의 이해라는 책이 있습니다. 1964년도에 출간된 이 책은 현대 미디어의 속성을 정확하게 파헤쳤다는 평가를 받으며 고전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그는 책에서 "정보를 전기적 스피드로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정보의 성격이 바뀌었다. 이해되고 분류되는 것이 아닌 형태로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새로운 미디어가 원인이 된, 인간이 지닌 인식 기능의 변화였다.”라는 말로 미디어의 속성을 정의했습니다.
그의 주장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핫&쿨 미디어 이론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핫 미디어는 정밀도가 높고 데이터면에서 충실한 미디어를 말하고 쿨 미디어는 핫 미디어와 반대의 성격을 지닙니다. 맥루안의 이론에 빗대어 볼 때 사진은 핫 미디어이고 만화는 쿨 미디어인 것이지요.
이 두 개의 미디어 중 오늘날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이전에는 핫 미디어가 중요했지만 요즘에는 그 축이 조금씩 쿨 미디어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쿨 미디어에서 발견되는 부족한 부분이 수용자의 참여를 유도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대중은 전문적인 것보다는 간단하면서도 참여하기 쉬운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에 주목해보면 우리는 이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맥루한이 위의 이론을 발표한 이후 가장 이득을 본 집단은 기업입니다. 쿨 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마케팅을 통해 대중을 조작할 수 있게 된 기업은 수요가 없음에도 구매 의욕을 자극함으로써 수요와 공급이라는 고전적인 경제 균형을 파괴했습니다. 오늘날 소비자는 SNS를 통해 보이는 블로그 리뷰, 체험단 등의 이벤트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이전에 비해 구매에 대한 유혹이 증가했습니다. 시대가 변한 것이지요.
인터넷의 발달로 대중들의 데이터 수집이 용이해진 상황에서 이 이론은 더욱 힘을 발휘합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구글의 검색, 무심코 누르는 페이스북의 좋아요 등의 데이터를 착실히 모은 기업은 앞서 말한 쿨 미디어 이론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유혹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유통시킵니다. 물론 이런 추세는 교육계에서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기업이 이런 전략을 활용한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그들이 짜 놓은 판에 넘어가지 않도록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물론 자발적으로 구매하고 싶은 소비자는 제외합니다. 문제는 이런 자발적인 마음 역시도 기업의 전략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나의 것을 쉽게 빼앗기는 세상이 된 것 같아 조금 아쉽습니다. 국가도, 친구도 이 문제는 해결해 줄 수 없습니다. 자신의 판단력을 믿을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개인의 역량을 향상시키는 것은 어떨까요?
맥루한은 현대를 기술과 기술로 인해 가까워진 대중이 개인의 의식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시대라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시대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효율적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내 삶에 잘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또한 앞으로 오게 될 새로운 시대를 맞아 생각하는 법을 고민하고 발전시켜야 하죠. 이전까지 사람들이 어떤 패턴으로 움직였는지 확인하며 앞으로의 미래를 예측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맥루한은 자신의 저서 '구텐베르크 은하계'에서 기술이 전달하는 내용보다 기술 자체가 인간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인간이 사용하는 도구는 신체의 확장인 셈이지요. 지금 제가 글을 쓰는데 활용하는 컴퓨터나 태블릿 피시도 따지고 보면 제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의 하나이므로 신체의 일부라고 보아도 무방할 듯싶습니다. 사람들은 살면서 자신만의 도구를 만들어 냅니다. 좋아하는 분야와 관련된 도구를 만지는 과정에서 나의 직업이 결정되지요. 요리사가 사용하는 장비와 웹 디자이너가 사용하는 장비는 확연히 다릅니다.
재미있는 것은 특정인들은 이런 도구로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것을 공유하며 자신을 유리한 위치에 놓는 전략을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무수히 많은 정보를 접하며 살아갑니다. 뉴스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예전에는 신문만 살펴보면 되었지만 오늘날에는 텔레비전, 신문, 다양한 인터넷 포털, 소셜 네트워크 등 그 종류도 다양해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좋던 싫던 특정한 기준을 갖고 정보를 분류해야 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마음에 있는 판단 기준을 바꿀 수 있는 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전략을 활용하여 사람들에게 정보를 노출하고 결국 그들을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입니다. 이런 사람들의 대표적인 예로 저는 마케터를 들고 싶습니다. 소비자는 상품을 구매하고 싶어 하지 않지만, 마케터는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자를 설득하여 자사의 제품을 구매하도록 만듭니다.
무언가를 먼저 알고 있는 사람은 다른 이들에 비해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맥루한이 강조한 의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죠. 그 이유는 과도하게 많은 정보에 있습니다. 우리는 대개 정보가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지만 이를 자신만의 기준으로 분류할 능력이 없다면 정보가 많아도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인간이 사용하는 도구는 인간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지만 통제하는 것 역시 인간이어야 합니다. 허나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의 수는 적은 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려는 그들의 노력이 먹히는 것이지요. 지혜를 얻으려면 밖에서부터 들어온 많은 정보를 정리하고 그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방해받지 않는 시간을 두고 깊이 생각하는 훈련이 되어있으면 훨씬 더 좋습니다.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 소설인 '소용돌이 속에서'에 등장하는 어부도 앞서 말한 것과 비슷한 상황을 겪습니다. 배가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 죽음을 각오해야 될 상황에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한 결과 소용돌이의 작용원리를 깨닫게 된 것입니다. 다른 배들이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 부서지는 상황에서 그는 부서진 배의 파편이 모양에 따라 달리 움직인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특히 원통 모양의 파편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지요. 이 사실을 확인한 그는 배위에 있던 원통형 물통을 자신의 배에 묶고 밖으로 뛰어내리는 강수를 선택합니다. 물론 효과가 있었죠. 우리 역시도 삶에서 이런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입니다. 주변의 목소리보다 내면에 귀를 기울이며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자신의 미래와 아이와의 관계 등 많은 면에서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