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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시련을 겪으며 성장한다

오디세우스가 집에 오는 동안 겪은 일은 무엇인가?

by 정의석

우리는 살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 고통은 가족으로 인해 생기기도 하고, 돈 때문에 생기기도 합니다. 세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이처럼 살아가기 위해 나름대로의 과제를 해결합니다. 사람들은 모두 어려움과 싸워 이겨나가야만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추세가 조금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도전할 기회를 빼앗는 어른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숙제와 청소를 대신해주고, 공부만 할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아이들을 지극정성으로 뒷바라지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책의 서두에서 말씀드렸던 헬리콥터 맘이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아이의 학원을 이리저리 전전하며 일정을 관리하고 건강을 신경 써주는 엄마인 헬리콥터 맘들의 이런 행태는 사실 아이와 엄마 모두에게 좋지 않습니다.


저는 이런 상황을 노지재배와 온실재배로 비교하고 싶습니다. 노지재배는 자연 상태 그대로 재배하는 것을 말하고, 온실재배는 따뜻한 곳에서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며 작물을 기르는 방식입니다. 이 둘 중 어느 것의 맛이 좋을까요? 예상한 대로 노지 재배로 기른 작물의 맛이 더 좋습니다. 하지만 그 식물은 노지재배과정을 겪으며 자연의 험난함을 맨몸으로 받아들입니다. 차가운 바람과 뜨거운 태양을 견뎌야 함은 물론, 땅에 있는 물을 적극적으로 흡수해야만 합니다. 이렇게 하지 못하는 작물은 쉽게 죽습니다.


위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인내의 가치를 알 수 있습니다. 스스로 무언가를 이뤄나가는 과정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이룰 수 있는 것이 적습니다. 반면에 혼자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사람은 전자와 근본적인 차이점을 보입니다. 시간을 두고 익는 과일처럼 우리의 인생도 고난을 통해 성숙합니다. 마르틴 하이데거가 그의 저서 『존재와 시간』에서 강조한 ‘시간’의 개념도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려움을 극복할 때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이에 관해 우리가 살펴보아야 할 고전이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어제 살펴본 일리야스의 후속편이죠. 바로 『오디세이아』 입니다.


오디세이아의 주인공은 오디세우스입니다. 트로이 전쟁을 종식시킬 때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목마를 고안한 사람이지요. 트로이의 목마는 그리스 군대가 전쟁의 끝을 두고 고착상태에 빠져있을 무렵, 오디세우스의 머리에서 떠오른 생각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커다란 목마를 만들고 그곳에 병사들을 숨겨놓은 뒤 트로이 성을 포위하고 있는 군대를 철수시켰습니다.


포위가 풀린 뒤 성문을 열고 나온 병사들의 눈에 보인 것은 후퇴하는 그리스 군의 함대였습니다. 자신들이 이긴 것으로 판단한 트로이 군사들은 매우 기뻐한 뒤 그리스 군이 남긴 목마를 끌고 들어갔습니다. 목마의 옆구리 부분에 아테나 신에게 바친다는 문구가 크게 쓰여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이 목마를 제물로 생각하고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밤이 되고 숨어있던 그리스 군대가 트로이 성을 점령했을 때 그들은 땅을 치고 후회했습니다.


트로이가 함락되자 그리스 병사들도 고향에 돌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디세우스 역시 그리스 땅을 밟기 위해 발을 옮겼으나, 수많은 시련을 거쳐 10년 뒤에나 집에 돌아갈 수 있게 되지요. 오디세이아의 주된 내용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그 10년 동안 오디세우스는 어떤 어려움을 겪었을까요? 그가 겪은 10년을 짧은 지면에 담아내는 것은 무리가 있으므로 이들 중 몇 가지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의 시련은 포세이돈의 저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려는 오디세우스가 탄 배에 폭풍우가 몰아친 것입니다. 며칠 간 바다를 표류한 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연꽃(Lotus)을 먹는 사람들의 나라였습니다. 이 연꽃은 사람들에게 편안한 느낌이 들도록 만들고, 영원히 그곳에 머물고 싶다는 꿈을 꾸게 하는 효능이 있었습니다. 열매를 먹은 병사들은 그들의 사명을 완전히 잊어버렸고, 이에 오디세우스는 그들을 배에 꽁꽁 묶은 뒤 그곳을 떠났습니다.


이후 오디세우스는 키클로프스(외눈박이 거인)의 나라에 상륙한 뒤 동굴 안에서 먹을 것을 구하다 그만 동굴의 주인인 폴리메포스라는 거인에게 사로잡히게 됩니다. 하루에 두 사람씩 잡아먹는 그에게서 끈질기게 살아남던 오디세우스는 술에 취하여 잠든 그의 눈을 날카롭게 깎은 곤봉으로 찌른 후, 부하들을 양떼의 배에 매달아 탈출시킵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여행을 계속하던 오디세우스는 어느 날 세이렌의 섬을 지나치게 됩니다. 세이렌은 바다에 사는 마수로 그들의 노래를 듣는 사람은 그 아름다운 선율에 반해, 바다에 뛰어들거나 방향감각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오디세우스는 이에 대비하기 위해 부하들의 귀를 밀랍으로 채웠습니다. 그러나 오디세우스는 세이렌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기 때문에 부하들을 시켜 자신의 몸을 배에 꽁꽁 묶었습니다. 세이렌의 노래를 들은 오디세우스는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지만 몸이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에 노래를 들으면서도 무사히 섬을 지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고향으로 돌아가던 오디세우스는 또 다시 태풍을 만나 바다의 님프, 칼립소가 사는 오기기아 섬에 표류합니다. 일행은 님프들의 환대에 행복한 나날을 보내게 되죠. 그 기간이 무려 7년이나 됩니다. 그 사이 칼립소는 오디세우스를 사랑하게 됩니다. 오디세우스와 평생 함께 있고 싶었던 그녀는 그래서 그가 떠난다고 말했을 때, 자신과 평생 동안 함께 있으면 영생을 주겠다는 조건을 제시합니다.


그러나 오디세우스는 가족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마음을 버리지 않습니다. 수긍하지 않던 칼립소도 제우스가 보낸 헤르메스의 설득 끝에 오디세우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됩니다. 결국 오디세우스는 파이아케스인이 사는 섬을 거쳐 고향인 이타카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이타카의 상황은 그다지 좋지 못했습니다. 이타카의 왕인 오디세우스가 없었던 기간 동안 그가 죽었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에 왕비 페넬로페에게 공개구혼을 한 사람의 수가 백 명이 넘었고 왕인 자신의 입지도 좁아져 있었던 것이죠. 그러나 그는 자신의 능력으로 공개구혼자를 모두 물리치고 아내와 행복한 미래를 맞이하게 됩니다.


우리가 오디세이아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삶에서 위기를 맞이했을 때 생각해야 될 5가지 조건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게으름, 위험, 유혹, 힘과 권력’ 입니다. 연꽃 열매를 먹고 현실을 도피했던 사람들의 태도는 위기를 맞이했을 때 필요한 자세가 아닙니다. 외눈박이 거인을 만나서 탈출할 때 많은 고민을 했던 오디세우스처럼 우리 역시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을 때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실행하는 결단력이 있어야 하고 단단하게 자신을 배에 묶은 채 세이렌의 유혹에 맞서 싸우는 강건함을 지녀야 합니다. 또한 힘과 권력을 주겠다는 말에 사로잡혀 본래 내가 갖고 있었던 사명을 잊어버리는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오디세이아라는 작품을 통해 볼 수 있는 것은 한 인간의 치열한 성장과정입니다. 사람은 시련을 통해 발전하며 자신의 고뇌를 극복하고 결국 목적을 달성하는 존재입니다. 저는 수천 년 전, 이 작품을 쓴 호메로스가 우리에게 ‘사명감으로 무장한 채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지혜롭게 어려움을 헤쳐나가도록 해라’라고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여러분들은 어떤가요?


오디세이아는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인생을 보내야 할지 알려줍니다. 우리는 어려운 일을 마주했을 때 어떤 방식으로 대처해야 할까요? 우리가 주인공인 오디세우스와 같은 시련을 겪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삶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생각해야 합니다.


허나 우리들의 생각과 행동만으로 시련을 이겨내기에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알고 있는 것도 적고 경험도 거의 없기 때문에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이렌의 노랫소리를 이겨내기 위해 배에 자신을 묶어야 할 수도 있고, 영생을 주겠다는 유혹을 뿌리치고 자신의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인생은 생각처럼 만만한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옛 사례를 본받고 새로운 것을 익히는 온고지신 (溫故之新) 의 자세를 갖추어야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렇게 익힌 지식을 실생활에서 활용하는 것입니다. 인생에서 고난을 겪은 사람들은 이 진리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깨달음이 꼭 고행을 통해서만 오는 것은 아닙니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 일부러 고행을 자초한다면 세상에는 아픈 사람들로 가득 찰 것입니다. 많이 생각하며 자신의 가치를 찾아나가도록 끊임없이 노력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되면 인생은 여러분에게 아름다운 선물을 줄 것입니다.



이 글은 제가 쓴 책인 21세기 공부법의 일부를 참조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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