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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의석 Jul 18. 2016

모방보다 내 것을 소중히....

믿는 공부에 발등 찍힌다

아이가 말이나 예절을 배울 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부모입니다. 아이가 새로운 것을 배우는 방식은 카피, 즉 따라하기 입니다. 엄마가 하는 말을 따라하고 아빠가 하는 행동을 살펴보며 자신이 어떻게 움직이고 말해야 할지를 습득합니다. 만약 부모가 이 상황에서 아이에게 안좋은 것을 보여준다면 아이에게도 그 영향이 미칩니다. 


비록 아이가 무언가를 배우는데 카피가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지만 그것이 성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단순히 새로운 사실이나 기존의 지식을 받아들이는데에는 카피나 암기가 유용하지만 다른 영역의 학습에서는 이 두가지 능력은 그다지 필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 더 필요하죠. 기존의 것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무작정 주어진 것을 따라하고 습득한 사람들은 이러한 방식의 학습을 매우 어려워합니다. 


상대성 이론을 발견한 아인슈타인은 이런 상황을 '지식만을 익히는 것은 잘 훈련된 개와 같다'라는 말로 비판합니다. 그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이 지식보다는 스스로 생각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능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책을 읽으며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고 인생의 목적을 찾아 그에 맞는 삶을 사는 일이 우리에게 중요하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이런 그의 견해는 2015년 5월에 출간된 윌리엄 데레저위츠의 '공부의 배신'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공부의 배신은 하버드를 포함하여 미국 내의 명문대에 재학중인 학생들 중 상당수가 스스로 판단할 수 없는 '똑똑한 양떼'라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복수전공을 하고, 스포츠와 악기에 능하여 능력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조차도 이 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엘리트 들이 사회의 지도층이 되었을 때 벌어지는 전반적인 상황입니다. 이들은 스스로 판단하지 않고 기존의 것을 그대로 답습하며 공부하는 방식으로 지금과 같은 성과를 일구어 냈습니다. 그러나 사회의 지도층 정도의 위치가 되면 이전의 지식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이를 통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에 자주 처합니다. 이런 부분에서 전혀 훈련되어 있지 않은 엘리트들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정말 궁금해집니다. 사람의 성향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아마 이들의 선택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할 것입니다.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죠. 또한 이런 그들의 성향이 사회적 우월주의로 나타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런 사상은 매우 위험합니다. 세계대전 시기에 히틀러가 그 많은 유태인을 학살한 원인도 바로 인종차별주의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빵틀에서 찍어낸 빵처럼 모두가 동일한 사고를 하는 사회는 미래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이상적인 방향으로 발전하려면 어떠한 의견에 반대되는 것을 제시하고 이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자신만의 확고한 주장입니다.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면 그 주장이 거절될 수도 있지만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킨다는 것 자체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자신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매체를 갖지 못했습니다. 애석한 일입니다. 


올바른 방식으로 공부를 시작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현상에 의문을 갖는 일입니다.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기 위해서는 모방이 필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모방이 아닌 창조가 필요합니다. 창조는 순수한 의문과 호기심에서 시작합니다. 주변의 상황을 조금씩 개선하려는 노력이 발명이라는 결과물로 나타날 때 그가 느끼는 희열은 단순한 지식을 암기했을 때 느끼는 것과 질적으로 다릅니다. 우리가 만약 이런 경험을 많이 했다면 세상은 조금 더 바뀌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교육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을까요? 애석하게도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창의성을 강조하는 교육보다는 이전에 진행했던 강의식 수업이 줄지 않고 성행하고 있죠.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이라 불리는 서울대에서도 이런 현상은 똑같이 발생합니다.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라는 책을 통해 우리는 이 사실을 자세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교육의 폐해가 가장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바로 시험대비전략입니다. 서울대학생들이 시험 대비를 하는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노트필기입니다. 노트에는 강연내용, 신변잡기 등을 포함하여 수업시간에 교수가 말한 모든 내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를 자신의 머리에 기억하기 위해 2차적으로 노트를 정리하고 그 과정에서 교수의 견해를 정확하게 암기하면 고득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있어 노트는 누구에게도 빌려주지 않는 보물 1호입니다. 대학생이 되었기 때문에 고등학교식의 수업을 거부하고 창의적인 의견을 제시했던 학생들의 성적표는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시험을 잘보기 위해서는 교수의 말을 100% 똑같이 쓰고 외워야 합니다. 


입시 경쟁을 통해 획일화 된 교육을 받고도 모자라 대학교에서까지 개인의 의견을 말하기 어려운 교육환경 때문에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태생적으로 창의력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데 맹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이런 방식으로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의 미래가 확실하게 보장된 것도 아닙니다. 


EBS 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인 '공부 못하는 아이'에서는 이 문제를 심층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수능을 본지 10년이 지난 학생들 중 경제적 안정을 비롯한 삶의 행복 지수 5가지에 만족도를 보인 상위 20%의 그룹을 분석하였습니다. 결과는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상위 20%의 대부분이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던 것입니다. 입시 경쟁에 과도하게 내몰리며 높은 성적을 유지한 학생들 보다는 공부를 조금 못하더라도 부모님으로부터 정서적인 지지를 얻었던 그룹이 삶의 만족도가 높았던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대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과도한 입시경쟁을 벌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많은 생각이 듭니다. 


고등학교 시절 전과목 낙제점을 받아 성적 미달로 중퇴했던 이력이 있는 하버드대 교육 대학원 토드 로즈 교수는 우리가 알아야 할 표준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견해를 밝혔습니다. 


'4000명의 비행기 조종사들을 측정해 보니, 이른바 비행기 조종사의 전형이라 불리는 수치에 딱 맞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교육도 이와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평균은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교육의 역할은 개인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여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의 이상적인 방향은 각자의 상황과 좋아하는 분야에 맞게 맞춤형으로 가야 합니다. 현재 교육이 이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면 우리 스스로 이런 자세를 갖고 무언가를 배울 때 편견을 갖지 말아야 합니다. 내가 익힌 지식은 미래의 나를 먹여살릴 소중한 자산이 됩니다. 이 능력이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해지려면 같은 방식을 활용하기보다는 개성을 살리는 것이 훨씬 유익합니다. 모방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자신의 가치를 소중히 하고 개인의 능력을 끊임없이 향상시키도록 합시다. 그것이 우리가 이 세상에서 살아남는 현명한 전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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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가 쓴 책 중 하버드 도서관 24시의 내용을 일부 발췌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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