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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의석 Aug 09. 2016

교육은 정말 위험 대비용인가?

불안심리=돈(?)

사람들은 아프면 병원에 갑니다. 그런데 항상 큰 병원비는 부담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보험이라는 상품을 활용합니다. 지금 아프지 않지만 나중에 병원비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조건으로 매달 일정한 금액을 지불하는 것입니다. 들어놓으면 여러모로 활용할 수 있어 사람들의 인기도 높습니다. 


사람들이 보험상품에 가입하는 이유는 미래로부터의 불안감에서 나를 지켜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누구에게나 위험이 있기 때문에 보험상품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태아부터 시작해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연령층이 보험에 가입할 수 있지요. 


좋은 보험상품의 조건은 무엇일까요? 이는 내가 어느 입장에 서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만약 고객의 입장이라면 보장이 많이 되는 상품이 좋을 것이고 회사의 입장이라면 손해를 보지 않으면서도 고객에게 최대한 많은 돈을 확보해주는 상품이 좋을 것입니다. 


저는 이런 점에서 보험 상품을 기획하는 사람들이 천재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이들은 회사에 손해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고객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보장내역을 산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업무를 정확하게 완수하려면 지금까지 회사가 보상을 해 준 사례를 수집하여 정리하고 지금까지 발생한 사고와 관련된 모든 통계자료를 분석해야 합니다. 사고에 따른 보상액을 정확하게 산정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하려면 의학적, 법률적인 지식에도 조예가 깊어야 합니다. 만약 고객에게도 큰 혜택을 주고 기업도 이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윈-윈 전략을 수립한 사람이라면 세상이 아름답겠지만 솔직히 말씀 드리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우리는 주변에서 많이 살펴볼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처럼 보험상품을 설계하는 과정이 교육 컨텐츠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교육은 보험과 마찬가지로 수혜자의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상품입니다. 둘 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특징을 지니기도 합니다. 그러나 보험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에 대한 대비라면, 교육은 지금 내 능력을 열심히 개발하여 이를 미래사회에서 활용하기 위한 목적을 띱니다. 또한 보험상품과는 다르게 교육은 사례 마케팅을 훨씬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보험에서 언급한 사고를 일부러 내고 싶은 사람은 없지만 아이의 성공은 모든 학부모가 진심으로 원하는 바이기 때문입니다. 


돈을 쓰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소비자의 심리를 자극하는 것입니다. 교육이나 보험상품에 적용되는 주요한 심리 중 하나는 공포심입니다. 이걸 지금 하지 않았을 경우 미래에 손해를 보게 된다는 심리가 작용하면 사람들은 의외로 큰 액수인데도 불구하고 돈을 지불하는데 큰 거부감을 갖지 않습니다. 


특히 교육업체는 다른 곳에서 갖지 못한 강력한 수단 하나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 수단은 바로 사람을 활용하여 소비욕구를 촉진시키는 것입니다. ‘옆집의 개똥이도 저희 꺼 하고 있어요’라는 말 한마디면 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정확한 미래를 보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말에 쉽게 휘둘릴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저는 이런 현상이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을 비교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를 다른 아이와 비교하는 그 시점부터 불행이 시작됩니다. 학부모가 아이를 위한 공부 계획을 짜기 시작하는 시점도 거의 이 시점입니다. 주로 학원이나 교육의 힘을 빌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죠. 스스로 계획을 세워서 일을 해 본 적이 없는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선택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자녀를 잘 교육시킬 체계적인 제도와 수단을 갖추지 못한 학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합니다. 첫 번째는 돈으로 시스템을 사는 것이고, 두 번째는 열심히 공부한 뒤 자녀에게 좋은 정보와 습관을 전해주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사람들은 첫 번째 방법이 두 번째 방법보다 더 악영향을 많이 미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제대로 된 교육철학이 없다면 이 두 가지 모두가 아이에게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이상적인 공부 시간표를 구축했다고 해도 아이에게 맞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가장 중요한 아이의 의견은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잘 되지 않는 것이죠. 


잘 알지 못하는데도 이렇게 부모가 나름대로 노력하는 이유는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세상에서 잘 버티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정답은 아이의 특성과 선호도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공부를 잘하면 성공한다는 생각을 머릿속에 품고 있기 때문에 아이에게 공부를 강요합니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기회를 만들어냅니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대개 원하는 것만 듣는 성향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고 어떻게 하면 상대방이 그것을 얻을 수 있는지만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교육의 경우 '이렇게 하면 아이를 명문대에 보낼 수 있다.'라는 논리가 이에 해당합니다. '아이의 공부습관을 잡아 스스로 원하는 성적을 낼 수 있는 아이로 만들어드립니다'도 좋은 사례가 됩니다. 


이런 성향이 단적으로 드러난 예가 이명박 정부시절 이슈가 되었던 국가영어능력평가 NEAT 입니다. 사실 NEAT는 과열된 영어 사교육을 해결하기 위해 실용영어 능력을 평가한다는 긍정적인 취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시험의 가장 큰 특징은 컴퓨터로 시험을 치르게 된다는 것과 말하기와 쓰기를 평가하는 것의 두 가지였습니다. 컴퓨터로 시험을 보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영어로 말을 하고 글을 써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수능에 이 시험을 반영시킨다는 이야기도 매우 신빙성 있는 근거와 함께 제기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한 곳은 교육업계입니다. 자신의 교과과정을 들으면 NEAT를 완벽하게 대비할 수 있다며 서로 주장하고 나선 것이죠. 기본적으로 수능과 유형이 비슷했기 때문에 읽기와 듣기 영역은 거의 변화가 없었으나 말하기와 쓰기 영역을 향상시켜준다고 주장하는 솔루션들이 이 시기에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들이 주장했던 내용을 요약해보면 다음의 3가지로 압축됩니다. 


이미 나라에서 170억원이나 되는 돈을 들여 만든 시험이므로 수능에 꼭 반영될 것이다. 그러므로 당신의 자녀는 NEAT를 준비해야 한다. 

지금부터 미리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열심히 준비한 학생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특히 말하기와 쓰기는 오랜 시간 훈련하며 향상시키지 않으면 나중에 어려워질 수 있다.

이제 외우고 읽고 듣기만 하는 영어시대는 끝났다. 실생활에 꼭 필요한 영어를 익히고 이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컴퓨터로 보는 시험이기 때문에 환경이 다르므로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생소한 영어시험이 수능을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들은 학부모들은 크게 동요했습니다. 영어로 말을 잘 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고등학교 때까지 이 조건을 만족시키냐며 항의하는 학부모도 있었고 조기유학을 보내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람도 생겼습니다. 당연히 위에서 말한 학원의 교육 솔루션에도 많은 학부모님들이 관심을 가졌고 글을 쓰기 위해 필요한 지식을 향상시키도록 돕는 영어독서 모임이 활성화되기도 했지요. 그러나 결과는 우리의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타났습니다. 큰 돈을 들여 준비했는데도 불구하고 국가에서 이 시험을 수능에 반영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탓입니다. 


위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교육에 대해 잘 모르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우리는 대개 전문가에게 아이를 위임해버립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는 거의 대부분 돈이 개입되어 있습니다. 불안감을 돈으로 해결하는 것이죠. 우리 아이가 얼마나 영어 능력이 향상될지는 정확하게 알지 못하지만 일단 학원을 보내거나 사교육을 시키면 아이가 노는 것보다는 훨씬 더 안심이 됩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교육을 위임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교육을 받는 아이에게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위임할 경우 우리는 자신의 의견보다는 위임 받은 사람의 의견을 더 많이 따라갑니다. 그러나 아이가 이 과정에서 위임에 합의하지 않는다면 계속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교육정책에 따라 휘둘리는 사람들보다는 정책의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꾸준히 만들어나가는 것이 훨씬 더 낫습니다. 교육정책은 만드는 사람에 따라 예측할 수 없고 변수가 많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고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지닌 사람은 자신에게만 집중하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정책에 대한 불안감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자세보다는 자신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런 자신이 세상에서 어떻게 쓰일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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