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간과 지지에 대한 새로운 해석

사주해석에 있어서 라캉의 도입

by 상언

사주를 해석할 때 있어서 천간과 지지를 분리하여 해석한다. 보통 천간은 드러나는 것, 위에 있는 것, 순수한 것, 가벼운 것, 양적이고 남성적인 것이라고 보고 지지는 감춰져 있는 것, 아래에 있는 것, 복합적인 것, 무거운 것, 음적이고 여성적인 것이라고 해석한다. 이러한 구분은 꽤 추상적인 면이 있다. 오행 중 하나인 수를 예로 들면 남성적인 수는 무엇이고 여성적인 수는 무엇이란 말인가? 또한 위에 있는 수는 무엇이고 아래에 있는 수는 무엇인가? 이러한 해석을 좀 더 용이하게 하기 위해 정신분석학에서 라캉이 주로 사용한 상징계와 상상계를 이용하고자 한다.


상징계와 상상계는 각각 부성적인 것과 모성적인 것을 의미한다. 상징계는 사회적인 것으로 드러나 있고 상상계는 개인적인 것으로 비교적 감춰져 있다. 따라서 이러한 상징계와 상상계의 특징이 천간과 지지의 특성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러한 해석은 사주의 해석을 제한한다. 사주는 적어도 필자가 이해하기로는 만물의 섭리를 담고 있고, 만약 정신분석학적 해석을 도입한다면 사주는 만물의 섭리를 이해하는 도구에서 인간의 정신 혹은 성격을 이해하는 도구로 그 쓰임이 제한될 것이다. 하지만 만약 사주를 통해 인간의 성격을 집중적으로 해석하고자 한다면, 이러한 시도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태어나서 사회화되고 사물들을 인지함에 있어서 상상적으로 인지하는 상상계, 그리고 상징적으로 인지하는 상징계를 발달시킨다. 상상계란 보다 원초적인 인지체계로서 상상을 통한 인지이다. 이는 사물에 대한 감각적인 인지이다. 상상계는 주로 타자와의 관계, 1대1 관계에서의 인지에서 주로 작동한다. 상징계는 보다 고등한 인지체계로서 상징을 통한 인지이다. 상징계에서는 사물을 추상화하고 개념화한다. 그리고 상징계는 주로 대타자와의 관계, 즉 1대다 관계에서의 인지에서 주로 작동한다. 다시 말하면 대타자란 큰 타자로서 사회 전체의 인식을 의미힌다. 보통 어떠한 상황을 인지할 때 상상계와 상징계가 동시에 작동한다. 어떤 아이가 시험을 잘보아 부모님에게 칭찬받았다고 해보자. 부모님의 살가운 목소리, 환한 표정, 쓰다듬어주는 손길은 상상적으로 인지되는 것이다. 반대로 시험을 잘 본다는 것의 의미, 즉 자기 자신이 어떠한 사회적 체계 안에서 평가를 받았고 좋은 결과를 내었다는 사실은 상징적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상상계는 부드러운 모성과 관련이 깊다. 어머니는 아이를 돌보아주고 부드러운 손길로 감싸준다. 그리고 동물들 사물들의 색감, 모양, 소리나 냄새에 대해서 가르쳐준다. 상징계는 엄격한 부성과 관련이 깊다. 상징계에서는 어떤 행동이 좋은 것이고 어떤 행동이 나쁜 것인지 판가름이 난다. 상징계에서는 법과 규율이 있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보겠다. 한 아이가 수능 시험을 잘 보았다고 하자. 부모님은 정말 고생이 많았다며 아이를 안아주고 같이 맛있는 것을 먹으러 외식을 하였다. 그렇게 보낸 부모님과의 즐거운 시간은 상상적인 것이다. 그리고 또 잠들기 전 그 아이의 재능에 대해서, 미래와 꿈에 대해서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응원해 주는 시간을 가졌다고 하자. 재능, 꿈, 이러한 것들은 상징적인 것이다.


상징적인 것은 쉽게 드러난다. 상징적인 것은 사회적으로 규정되고 인정된 것이다. 그 사람의 직업, 그 사람에 대한 대외적인 평가, 대외적으로 인정된 재산, 드러나 있는 주변의 사람들과 같은 것이다. 간단하고 추상적인 것이다. 반면 상상적인 것은 더 구체적이고 실재적인 것이다. 그 사람이 실제로 보고 느끼고 행동하는 것이다. 가령 손흥민을 예로 들어 보자. 손흥민이 토트넘 소속의 축구선수라는 것은 상징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그 반면에 손흥민이 축구를 하면서 어떻게 공을 보고 공간을 보며 주변 선수들을 보며 어떻게 의사소통하며 어떻게 발을 움직이고 하는 것들은 상상적인 것이다. 당연히 상징적인 것은 드러나기 쉽고 상상적인 것은 드러나기 어렵다.


천간과 지지의 해석에 있어서 천간은 상직적인 것, 지지는 상상적인 것으로 해석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또한 지지의 지장간에 대해서도 이러한 해석을 할 수 있다. 아무리 상상적이고 구체적인 것이라도 추상화시키고 개념화 시킬 수 있다. 가령 앞서 예를 든 손흥민의 상상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손흥민의 플레이 스타일은 이러이러하다라고 상징화시킬 수 있다. 지지의 지장간은 상상적인 측면을 지닌 지지를 상징화하여 나타낸 것이라고 해석해보면 어떨까 싶다. 이제 각 오행과 천간, 지지를 이러한 관점으로 해석해보는 작업을 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