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쿠키 삭제, 컴퓨터 시스템 청소 외 의미 없어
[트래블바이크뉴스=이혜진 기자] 휴가철, 항공권 좌석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일찌감치 마감되는 항공권에 발을 동동 구른 경험은 누구나 한번은 있을 법하다. 휴가를 망치고 싶지 않다면 서둘러 ‘인터넷 발품’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런데 인터넷에는 ‘항공권 싸게 사는 꿀팁’이 넘쳐난다. ‘인터넷으로 항공권을 검색하기 전에 반드시 쿠키(이용자가 웹사이트를 방문한 기록, 구매 내역 등이 담긴 임시파일)를 삭제해야 한다’, ‘항공권은 일요일에 구매하는 게 가장 싸다’ 등이다. 과연 사실일까.
항공권 검색할 때 ‘인터넷 쿠키 삭제’ 해야 한다?
가장 유명한 팁이다. PC와 모바일에서 반복적으로 검색한 항공편이나 오래 머문 사이트의 쿠키정보를 삭제하지 않으면, 구매확률이 높은 고객으로 인식해 높은 항공요금이 자동으로 노출된다는 내용이다. 지난 4월 머니투데이가 관련 내용을 기사로 작성하는 등 10여 곳의 언론사가 이를 보도했다.
그러나 ‘카더라’ 통신이다. 항공권 가격 비교 사이트가 이용자의 쿠키를 수집하는 건 맞지만, 가격에 반영되지는 않기 때문. 이런 사이트는 여행사나 항공사에서 매긴 항공권 가격을 보여주기만 할 뿐 가격을 조정할 수는 없다.
일각에서는 ‘10분 전에 떠 있었던 최저가 항공권이 지금은 검색되지 않는다’며 쿠키가 가격에 반영된다고 의심하기도 한다. 그러나 항공권 가격은 1분 사이에도 가격이 변동하기 때문에, 금방 봤던 가격이 사라진다 해도 쿠키와는 관련이 없다.그렇다면 이런 ‘카더라’는 왜 가장 유명한 ‘꿀팁’이 됐을까. 이는 동일한 사이트에서 항공권을 반복 검색하면 구입 가능성이 높은 고객으로 인식해 가격을 올린다는 주장에 근거하고 있다. 반대로 말해 쿠키를 삭제하면 새 고객으로 인식해 가격을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의미다.
그럼 조금 전까지 보이던 가격이 사라지고 더 비싼 항공권이 검색되는 이유는 뭘까. 이는 가격비교 서비스가 작동하는 시스템 때문이다. 가격비교 서비스는 고객이 특정 조건의 항공권을 검색하면 다수 여행사와 항공사에 해당 조건을 전달해 일정 시간 내 취합된 결과를 보여주는 구조로 돼 있다. 그런데 이때 일부 여행사나 항공사는 제한된 시간 안에 검색 결과를 내놓지 못한 채 서버에 저장된 이전 시점의 가격을 보여준다. 그래서 몇 분 후 같은 조건으로 검색하면 조금 전 시간제한에 걸려 반영되지 못했던 검색 결과가 반영되는 것이다.
심지어 다구간이나 경유지가 여러 곳인 경우엔 몇 분 후 다시 검색할 때 더 싸고 스케줄이 좋은 항공권이 검색되기도 한다. 이 역시 첫 번째 검색에서는 시간제한에 걸려 검색 결과에 포함되지 못했지만, 재차 검색할 때 포함된 것이다.
일요일 오전 5시가 가장 싸다?
‘일요일에 구매하면 20% 이상 저렴’. 지난 1월 ‘이코노미조선’이 보도한 기사의 제목이다. 본문에는 글로벌 항공 예매 사이트인 스카이스캐너의 자료를 인용해 “오전 5시가 항공권 가격을 가장 절약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낭설이다. 항공권 가격은 스케줄, 좌석 현황, 운임과 규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정되는 것이지 특정 요일이나 시간대에 검색한다고 해서 저렴한 항공권이 생기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각 항공편의 좌석 현황도 마찬가지.
다만 관련 업계에서 제공하는 요일 관련 데이터는 전반적인 추세가 그렇다는 것을 보여주기는 한다. 이런 추세를 놓고 볼 때 특가 마감이라는 요인만 따졌을 경우 일요일 오전 5시보단 차라리 평일 오후 5시 이전이나 평일 밤 11시가 저렴한 항공권을 구입하기 더 유리하다.
그렇지만 특가 마감 날짜는 항공사가 정하기 나름이라 시간이 아닌 날짜로는 특별한 패턴을 찾을 수는 없다. 그래서 어느 요일에 사야 싸다거나 어느 요일에 출발하는 게 저렴하다고 결론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항공권 할인 이벤트가 대개 화, 수요일에 몰려 있다는 말도 근거가 없다. 이런 이벤트는 각 여행사나 항공사의 프로모션 일정에 의해 좌우된다. 여행사마다 할인이 되는 신용카드를 잘 활용하면 3~5% 캐시백이나 포인트 적립을 받을 수는 있다.
이혜진 기자 travel-bik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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