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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블바이크뉴스 Jan 04. 2018

[소설 속 여행지] ①따뜻하고 조용한 도시 ‘대전’

방민호의 ‘대전 스토리, 겨울’ 소설 속 명소 찾기!

대전 계룡산 국립공원에 흰 눈이 왔다. 사진은 남매탑 설경.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트래블바이크뉴스=임요희 기자] 한반도에 강추위가 몰아치던 날 대전에 간 적이 있었다. 마치 딴 나라에 온 듯 대전은 따뜻했다.


방민호 작가의 장편소설 ‘대전 스토리, 겨울’에도 대전은 “한반도 남쪽 한가운데 있는 평화로운 분지로...서울보다 늘 따뜻하며 더 남쪽에 있는 대구보다도 따뜻하다”는 대목이 나온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대전 스토리, 겨울’은 대전 이야기면서 겨울 이야기이다. 그리고 사랑 이야기이다.

대전 구도심을 통과해 대덕구 오정동에서 유등천과 합류하는 길이 22.4km의 대전천과 천변 풍경. 사진/ 임요희 기자

먼저 책 표지에 명기된 ‘신풍속소설’의 뜻을 살펴보자. 풍속소설이 당대의 모순이나 부조리를 꼬집는 소설을 말한다면 신풍속소설은 당대성을 새롭게 조명한 소설 되겠다.


기존의 풍속소설이 수도(Capital) 서울을 배경으로 우리 시대 최고의 가치로 군림한 자본(capital)형 인간상을 그렸다면 ‘대전 스토리, 겨울’은 물질 그 너머에 존재하는 대전을 무대로, 보다 빛나는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그리고 있다.


‘대전 스토리, 겨울’의 주인공이자 작가 방민호의 또 다른 자아이기도 한 ‘이후’는 고향인 대전을 무대로, 신비로운 여인 ‘보영’과 사랑의 줄다리기를 이어가는데 소설은 두 사람의 행적을 뒤쫓으며 대전 명소를 한눈에 펼쳐 보여준다.

대전광역시는 한반도 중앙부 도시로 경부선과 호남선 철도, 경부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로, 중부고속도로가 연결되는 교통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진은 대전역 전경. 사진/ 임요희

대전광역시는 한반도 중앙부 도시로 경부선과 호남선 철도, 경부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로, 중부고속도로가 연결되는 교통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 나라의 중앙이라는 위치는 이처럼 교통, 물류의 중심지면서 각 지역 세력이 모이고 흩어지는 구심점 역할을 하기 마련이다.


소설 속 가장 먼저 등장하는 지역은 대전 선화동이다. 선화동에 대해서는 소설 속 한 구절을 인용하는 것으로 설명이 충분할 듯하다.


“선화동은 대전이 유성과 합쳐지기 전에는 한복판 동네였다. 도청, 시청도 가깝고 법원도 가까웠다. 지금 도청은 멀리 홍성, 예산 쪽으로 이사 갔다. 시청은 신시가지 둔산동 쪽으로 옮겨갔다. 이제 선화동은 밤이면 텅 빈 것 같은 적막감이 돌았다.”

적막한 구도심 선화동 한 귀퉁이 광천식당은 주인공 이후와 그 친구들의 아지트이다. 사진/ 임요희 기자
두부두루치기(좌)란 매큼한 양념에 두부를 큼직하게 썰어 넣어 조린 요리로, 대전 정통주인 ‘원막걸리’와 멋진 궁합을 이룬다. 사진/ 임요희 기자

적막한 구도심 선화동 한 귀퉁이 광천식당은 주인공 이후와 그 친구들의 아지트이다. 광천식당은 1980년 개업한 이래 대전 3대 두부두루치기 맛집으로 통한다. 원래도 유명한 식당이지만 백종원의 3대 천왕에 출연함으로 그 주가가 더욱 치솟았다.


“값도 싸고 양도 많고 무엇보다 매운맛이 일품”인 것으로 작가는 광천식당의 주메뉴인 두부두루치기를 묘사하고 있다. 두부두루치기란 매큼한 양념에 두부를 큼직하게 썰어 넣어 조린 요리로, 대전 정통주인 ‘원막걸리’와 멋진 궁합을 이룬다.


“서울장수막걸리보다 좀 더 걸쭉한 편인 원막걸리는 한 잔만 마셔도 몸에 팽 도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렇듯 작가는 대전 시내 구석구석 맛집과 명소를 하나하나 짚어주는데 소설 읽는 맛에 더해 대전 시내를 여행하는 기분 속으로 독자를 끌고 들어간다.

대전역 광장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중앙시장, 여관골목, 한약방골목이 자리 잡고 있다. 사진/ 임요희 기자
한 나라의 중앙이라는 위치는 교통, 물류의 중심지 역할을 한다. 그만큼 오고가는 사람도 많아 대전역 앞에는 오래된 여관골목이 자리 잡고 있다. 사진/ 임요희 기자
대전 중앙시장과 이웃한 한약방 골목. 길목에 들어서면 은은한 약재 냄새가 풍긴다. 사진/ 임요희 기자

대전역 광장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중앙시장, 여관골목, 한약방골목이 자리 잡고 있다. 중앙시장 먹자골목에는 “유난히 고장 이름을 간판으로 내세운 가게가 많았다. 안영집, 함경도집, 강원도집, 전라도집, 골목 사거리를 하나 건너뛰어 다시 전주집, 만경집, 옥천집, 백천순대...그러고 보면 이 근처에는 서울에서는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대전순대’를 파는 골목도 있었다...대전순대는 진짜 돼지창자를 씻어 안에 야채 등속을 넣은 것으로 그것 말고도 염통이며 간은 물론, 머릿고기며, 오소리감투며, 귓대기며, 코에, 혀까지 안 갖춰 놓은 것이 없다시피 했다.” 세월이 흘러도 대전시장의 분위기는 여전하다.

과거 중앙시장 먹자골목에는 유난히 고장 이름을 간판으로 내세운 가게가 많았다. 사진은 방민호 작가 단골식당인 오뚜기순대. 사진/ 임요희 기자
대전순대는 진짜 돼지창자를 씻어 안에 야채 등속을 넣어 만든다. 대전 순대는 대전 막걸리인 원막걸리와 함께 먹어야 제맛. 사진/ 임요희 기자

한편 대전역 오른쪽, 은행동 방면으로 걷다 보면 이 지역 데이트 명소인 목척교와 만나게 된다. 아방가르드한 디자인의 목척교는 책 속에서 “대전의 구시가지를 관통하며 흐르는 대전천 위에 세워진 다리”로 묘사된다.


“이후가 고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이곳은 콘크리트로 뒤덮여 있었고, 양쪽으로 홍명상가와 중앙데파트 건물이 우람하게 서 있었다”고 한다. 지금 목척교에는 오색전구가 환하게 켜져 삭막한 겨울밤을 찬란한 빛으로 바꿔놓고 있다.

대전역에서 은행동 방면으로 걷다 보면 이 지역 데이트 명소인 목척교와 만나게 된다. 사진/ 임요희 기자

이후와 보영 두 사람이 첫 데이트를 한 곳은 대흥동 카페 ‘쌍리’다. “카페 현관에 물고기 문양이 그려져 있고 간판에는 한글로 크게 쌍리, 또 한자도 작게 붙어 있다. 한자를 보니 쌍쌍 자에 리자, 그러니까 두 마리 잉어, 두 마리 물고기라는 뜻이다... 전통적인 턴테이블에 고색창연한 LP음반과 CD들, 나무탁자에 나무의자, 천정과 벽의 약간 어두워 보이는 아이보리 칠, 천장에 매달린 옛날 모양의 조명등까지 쌍리는 바깥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별세계다.”


작가에 의하면 대전에서 이런 커피숍은 그가 대학 진학을 위해 상경했던 1980년대 말엽 이미 소멸되다시피 했다고 한다. 21세기 들어 복고바람이 불면서 고아한 흥취의 찻집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와 보영 두 사람이 첫 데이트를 한 대흥동 카페 ‘쌍리’. 사진/ 임요희 기자

두 사람이 107번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동학사다. 동학사는 계룡산 동쪽 골짜기에 자리 잡은 천년고찰로 우리나라 최초의 비구니 승가대학이 있는 곳이다.


동학사는 겨울 산책로로도 그만이지만 봄에 그 진가가 드러난다. 박정자삼거리에서 동학사에 이르는 약 3km 벚꽃터널은 전국적으로 이름을 얻고 있다. 이 거리에서 매년 동학사 봄꽃축제가 개최된다.

동학사는 계룡산 동쪽 골짜기에 자리 잡은 천년고찰로 우리나라 최초의 비구니 승가대학이 있는 곳이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사랑하는 사이가 된 이후와 보영은 동학사 기념품 가게 뒤편에 있는 오래된 비빔밥 골목에서 산채비빔밥을 먹는다. 대전 산채비빔밥에 대해 설명하는 사람은 보영이다.


“대전 계룡산 동학사에서부터 공주 갑사, 마곡사를 거쳐 저 예산하고도 덕산의 덕숭산 수덕사에 이르는 충청 내륙의 산채비빔밥에는 그것만이 가진 맛의 빛깔이 있다. 양념과 조미료를 가급적 적게 쓰고 그중에서도 소금 간을 최소한으로 써서 심심하고 부드럽게, 그러면서 원래의 식재료가 가진 미감을 풍성하게 살려내는 게 이 고장의 산채비빔밥 레시피다.”

보문산 전망대 ‘보운대’에 서면 대전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사진/ 대전광역시

소설 막바지, 이후와 보영은 긴 이별 끝에 보문산에서 극적으로 다시 만난다. 소설은 보문산 입구 천수용장군, 청운암, 우석암, 공주애기보살, 신통점술원, 덕대산장군보살, 18세보살과 같은 점집을 지나며 보문산 전망대 ‘보운대’에 이르는 이후의 여정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두 사람은 재회 장소인 보문산 전망대를 출발해 대흥동 충남도지사 옛 관사촌을 거쳐 대전고등학교 오거리 ‘옐로서브마린’에 이른다. 옐로서브마린은 이 책에서 유일하게 작가가 만들어낸 가상공간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각박함이 제거된, 조금은 지체되고 조금은 낙후된 도시 대전. 사진은 대전의 명물 성심당 빵집. 사진/ 임요희 기자

옐로서브마린은 비틀즈의 노래에서 영감을 얻은 곳으로 비틀즈의 ‘옐로서브마린’ 가사처럼 “육지세상의 고통과 억압, 우울과 좌절, 폭우와 해일이 없는 눈부신 노란 잠수함 세상 속”이다.


세상에는 없는 이 노란잠수함은 자본주의 사회의 각박함이 제거된, 조금은 지체되고 조금은 낙후된 도시, 둘만의 추억이 살아있는 도시 ‘대전’을 암시하는 게 아닐까. 대전은 실제로 서울보다 따뜻하며, 서울보다 차분하고, 서울보다 정겨운 곳이라는 데 동의한다.


임요희 기자  travel-bik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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