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이의여행_인도 #20171013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고산약을 먹었다. 해발 3500미터에 있는 고시, 레로 가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택시를 잡아서 호텔을 떠났다. 이른 시간의 빠간은 조용했고 차도, 사람도 없이 먼지만 잔뜩 굴러다녔다. 여름과 나는 각자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택시에 올랐다가 공항에서 내렸다. 그맘때의 인도는 한창 디왈리를 맞이할 시즌이었다. 여기저기 디왈리 장식이 많았는데, 공항에도 디왈리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국내선도 꼼꼼한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를 탔다. 한 시간 남짓 비행했음에도 간단한 기내식이 나왔다. 육지에서 사서 탔던 레이즈가 터질 것처럼 빵빵하게 부풀었었다. 레까지 가는 길에는 계속 뾰족한 설산이 보였다. 비행기가 낮게 나는 건지, 산이 높은 건지…
곧 산들 사이에 평원이 보였고, 황금빛의 미루나무 같은 나무들이 곳곳에 서 있었다. 산맥 사이로 착륙을 해야 하는 게 꽤 까다로운 듯, 비행기는 여러 번 몸을 틀었다. 그래도 무사히 내렸다. 내리자마자 델리와는 전혀 다른 차가운 공기가 우리를 반겼다. 두통이 살짝 왔다.
누브라밸리와 판공초 투어의 일행들이 올뷰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여름과 나도 공항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올뷰 근처에서 내렸다. 문 앞까지 택시가 갈 수 없는, 약간 외진 숙소라서 조금은 걱정했으나 숙소에 도착하고 나서는 왜 한국인 여행자들이 여기까지 오는지 바로 알았다.
넓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한 마당에 심어진 꽃들과 주렁주렁 사과가 열린 사과나무, 아늑한 방과 창문 너머로 보이는 황량한 방이 대조를 이루는 숙소. 친절한 주인 내외가 자주 짜이를 내어 주시는 곳. 10월에 갔기 때문에 사과가 다 익어있었고, 심심하면 하나씩 따 먹을 수 있었다.
평온함 그 자체였다. 공기는 무척 차가웠지만, 숙소 곳곳에 주인 내외의 손길이 닿았기 때문인지 따스함이 느껴졌다. 이쯤 되서야 살짝 긴장이 풀렸다. 아름다운 것, 재미있는 것을 볼 때마다 마음 속으로 호들갑을 떨며 인도에 오길 잘했다, 라다크에 오길 잘했다고 몇 번이나 되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