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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더 Heather Jan 15. 2020

#2 토트넘:유벤투스 직관 - 포체티노 감독을 만나다

[ICC] 토트넘 vs 유벤투스 @ 싱가폴 내셔널 스타디움


National Stadium
토트넘 만나러 싱가폴 여행

   


게이트가 오픈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입장을 했다. 나는 혼자이고 딱히 할 것이 없어서 경기장 구경을 하기로 했다. 사람들은 매점에서 음식을 사거나 혹은 나처럼 경기장에 일찍 들어와서 경기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토트넘 경기를 직관하는 것이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는데 싱가포르에서 이루게 되었다. 싱가폴에 토트넘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휴가를 내서 티켓과 비행기표를 바로 끊었다. 더군다나 퍼스에서 싱가포르까지는 직항도 있고 항공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 싱가폴까지 오는데도 수월했다.




경기 시작 전, 선수들을 제외한 코치진들이 입장했다. 이 날 DSLR을 들고 갈 순 없었지만 줌이 되는 미러리스 라도 있어서 다행이었다. 선수들의 자리에 토트넘 로고가 붙어있는 것을 보니 내가 토트넘 경기를 직관하러 왔다는 사실이 실감 나기 시작하며 설레었다.




곧이어 선수들도 입장을 하기 시작했고 관중들은 환호했다. 늘 티비에서만 보던 선수들을 직접 보게 되니 신기하기도 하면서 설렜다. 무엇보다도 토트넘의 1군 선수들이 선발로 나와서 너무 좋았다. 사실 2군 선수들이어도 토트넘 경기를 볼 수 있다는 것에 기뻤을 거라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델리 알리 선수, 해리 케인 선수가 선발 출전을 했다. 다행히 미러리스 카메라로도 선수들을 잘 담을 수 있었다. 비싼 티켓을 구매했더니 확실히 선수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토트넘 경기라면 티켓에 쓰는 돈이 전혀 아깝지 않다.




포체티노 감독의 아들 세바스찬의 지도로 해리 케인, 시소코, 베르통언 선수가 몸을 풀었다.




늘 티비에서만 보던 그들인데 내 눈앞에서 몸을 풀고 있다니 너무 신기하고 기쁜 마음이었다. 관중들은 그들의 이름을 환호했다. 관중들은 대부분 토트넘 팬이거나 아니면 호날두 선수의 팬으로 보였다. 앞의 꼬마들이 단체로 유벤투스 유니폼을 입고 와서 "호날두!" 하는데 너무 귀여웠다.




몸 푸는 모우라 선수와 포이스 선수. 관중들이 "모우라~~"를 외치니 모우라 선수가 반갑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포체티노 감독님
포체티노 감독님



4골이나 터지고 경기는 무르익었다. 그래도 이겨야 한다.




후반전이 거의 끝나갈 때쯤 에릭센 선수가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를 향해 "재계약해!"라고 소리치는 팬들도 있었다. 이 날 에릭센 선수는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지만 경기가 끝난 후에도 잔디 위에서 계속 몸을 풀고 있었다.




이 날 경기는 토트넘의 승리로 돌아갔다. 왜 직관을 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너무 생동감 넘치고 재미있는 경기였다. 상대팀 유벤투스 또한 멋진 경기력을 보여주었고 매너 있게 행동을 해서 좋았다. 언뜻 보기에도 나처럼 토트넘 경기를 보기 위해서 싱가포르로 여행을 온 팬들이 많아 보였다.


경기는 끝났고···.

숙소로 돌아가긴 아쉬웠다.


나는 원래 덕질[?]을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 날 만큼은 무조건 선수들 혹은 코치들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 호주에서 이 경기만을 보기 위해 오기도 했었고 이대로 돌아가긴 너무 아쉬웠다. 무조건 선수들 혹은 코치들 중에 한 명이라도 사인을 받고 사진을 찍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는 호주 토트넘 서포터스들 중 싱가폴에 경기를 간 사람들의 포스팅으로부터 선수들이 싱가폴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 묵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분들은 이미 경기가 열리기 며칠 전에 싱가폴에 가서 선수들과 사진을 찍었다는 인증샷을 올리기도 했다. 숙소로 돌아가기가 아쉬워서 경기가 마치자마자 바로 MRT(싱가폴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하지만 경기를 다 보고 지하철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고 한참을 기다린 후에 지하철에 탑승할 수 있었다. 혹시나 선수들이 벌써 호텔에 도착하진 않았을까 걱정되기 시작했다. 다행히 싱가포르가 작아서 MRT를 타면 원하는 곳의 대부분은 쉽게 이동할 수 있었다. MRT에서 내려 호텔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은 빨라졌다. 설마 나 같은 사람이 있을까? 생각하며 걱정 반 기대 반의 생각으로 선수들의 호텔로 걸어가고 있었다. 근처는 조용했고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입구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 올지 모르는 선수들을 기다리기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한국인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보였다.



선수들이나 코치진들을 만날 수나 있을지 아무런 소식 없이, 정보 없이 그리고 기대 없이 무작정 기다리기가 시작되었다. 경기가 끝난 지 한 시간이 훌쩍 지나도 선수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싱가폴의 습한 날씨는 사람들을 지치게 했다. 힘들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하지만 언젠간 그들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니 사람들은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다.


그때 사람들이 시선이 집중되었다.

토트넘의 버스가 들어오고 있었다.



손흥민 선수의 이름을 환호하는 팬들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버스가 멈추고 선수들이 하나둘씩 버스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정말 신기하게도 손흥민 선수가 내리니 사람들이 일제히 손흥민! 손흥민! 을 외치기 시작했다. 한국 분들만 있었던 것도 아닌데 정말 이 곳에서 손흥민 선수의 인기가 대단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주위에 있던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축구팬들이 자기들은 손흥민 선수 팬이라고 했다.


선수들이 모두 버스에서 내리고 혹시나 다시 나와서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계속 기다렸다. 하지만! 손흥민 선수는 로비에 있던 일반 손님들(유니폼을 입지 않은 팬들이 손님인 척 로비에서 기다린 걸 수도 있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었다. 유니폼을 입고 있던 우리는 투숙객이 아니라는 이유로 시큐리티에게 로비 입장을 제지당했다. 화가 났다. 다른 사람들은 유니폼을 입지 않았을 뿐 일반 투숙객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은가.


선수들은 이미 호텔로 들어간 상태이고 우리는 계속 기다렸다. 기다림이 계속되다 보니 지쳐서 '선수들이 왜 나와서 사인을 해주지 않지'라는 생각 했다. 그래서 옆에서 같이 기다리던 싱가포르 팬에게 그 말을 하니 "선수들이 그렇게 해야 할 의무는 없어."라고 하였는데 내가 말실수를 했구나 싶었다. 사실 기다리는 건 우리의 선택이었고 선수들은 굳이 그런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의무는 없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흘러 새벽 1시가 넘어갔다. 너무 피곤하고 지치기 시작했다. 오전부터 땀을 너무 흘려서 찝찝하기도 했다. 더 기다리다가 나는 숙소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호텔에서 나와 걸어가고 있는데 같이 기다리던 팬이 "헤더!"하고 멀리서 손짓을 한다. 그래서 잘 가라는 손인사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시소코 선수와 은돔벨레 선수가 방금 호텔에서 나와서 택시를 타고 어디로 갔다고 하는 것이었다. 조금만 더 기다렸다면 나도 그 선수들을 볼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나는 호텔로 다시 돌아갔다.


선수들과 코치진들을 기다리며 말레이시아, 태국 팬들과 친구가 되었다. 그들 모두 토트넘 팬이었고 경기를 보기 위해 싱가포르로 온 것이었다. 경기를 보기 위해 싱가폴로 여행 온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그렇게 함께 사진도 찍고 연락처도 교환했다.


그렇게 새벽 2시, 3시가 넘어가고 정말 지칠 대로 지쳐버렸다. 몇몇 사람들은 로비에서 쪽잠을 자기도 했다. 호텔 직원들이 나와서 "이제 선수들이 나오지 않을 거니 그만 돌아가세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몇십 분이 더 흘렀다.


그때 사람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포체티노 감독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코치진들과 함께 로비로 내려왔다. 아무래도 시차 때문에 잠을 못 이뤘거나 승리를 축하하기 위함이 아녔을까 한다. 그가 나오니 사람들은 일제히 우르르 몰려들었고 시큐리티가 우리를 저지했다.


그런데 포체티노 감독이 말했다.


모두들 사인해 줄 거니까 차례를 기다리세요.

그러고는 정말 한 명씩 다 사인을 해 주시고 사진도 찍어 주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이 내 자리를 새치기했는데 포체티노 감독이 어떻게 아시고 나에게 돌아와서 사인을 해주시고 사진도 찍어주셨다. 정말 감동적이었다. 화면에서 보는 것보다 키도 크시고 슬림하시고 멋지셨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유명인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의 책임감도 뒤따른다는 것을. 사실 감독님은 우리에게 사인을 해줄 이유도 사진을 찍어 줄 의무도 없었지만 한 명 한 명의 팬을 신경 써주시는 모습이 대단하게 보였다.



포체티노 / Jesus / Sebastian




그렇게 나는 토트넘의 새 시즌 홈 유니폼에 포체티노 감독의 사인도 받을 수 있었고 그와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운이 좋게도 그 후에 포체티노 감독의 어시스턴트인 Jesus과 포체티노 감독의 아들인 세바스찬과도 사진을 찍었다. 사인을 받은 유니폼은 아까워서 입지도 못하고 싸인이 지워질까 세탁도 하지 못하고 고이 간직 중이다. 나는 20살에 세계여행을 시작할 때부터 믿고 있던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을 더 믿게 되었다. 이 날은 나의 버킷리스트를 또 하나 지울 수 있던 날이었다.


The longer you wait for something, the more you will appreciate it when you get it.





About 헤더의 20살에 시작한 세계여행

헐리웃 배우 아담 샌들러에게 빠져 혼자 힘으로 미국을 가겠다는 생각에 20살이 되자마자 한국을 떠나 해외 생활 겸 여행 경비를 모으기 위해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그 후, 여행의 매력에 빠져 21살에는 호주에서 싱가폴로 건너가 3년간 거주하며 대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 현재는 서호주 퍼스에서 살고 있으며, 해외 취업과 세계 여행을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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