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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너구리 Nov 23. 2024

배팅의 세계 2화: 도박연습? 전략연습? 블랙잭!

Basic Strategy

카지노 첫 경험 이후, 나는 더 나은 게임을 찾기 시작했다. 처음 해봤던 카지노워는 간단하고 나름 재미있었지만, 뭔가 허전했다. 슬롯머신도 시도해봤지만, 버튼을 누르고 결과를 기다리는 단순함이 나와는 맞지 않는 것 같았다. “이건 내가 할 게임이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딜러와 직접 대면하며 긴장감 속에서 승부를 보는 테이블 게임에 더 끌렸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블랙잭이라는 게임을 알게 되었다.



블랙잭은 단순히 카드 숫자의 합을 딜러보다 높게 만들어야 한다는 기본 규칙은 쉬워 보였지만, 알고 보니 그 안에는 복잡하고 흥미로운 전략들이 숨어 있었다. 그리고 조사하면서 처음 알게 된 개념이 바로 카지노 엣지였다. 카지노는 기본적으로 모든 게임에서 플레이어보다 유리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하지만 블랙잭은 달랐다. 기본 전략을 잘 적용하면 블랙잭의 카지노 엣지는 약 0.5%~1%로 낮아졌다. 이는 플레이어가 딜러와 맞설 수 있는 몇 안 되는 게임이라는 걸 의미했다. “이건 제대로 배우면 진짜 승부를 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블랙잭에 대해 더 잘 알기 위해 직접 카드와 칩을 구매해 집에서 연습을 시작했다. 작은 테이블 위에 카드를 섞고, 칩 20개를 올려놓은 뒤 딜러와 플레이어 역할을 번갈아 하며 실제 테이블처럼 상황을 만들어 갔다. 내가 가진 카드와 딜러의 오픈 카드에 따라 히트, 스탠드, 더블다운 같은 결정을 내리며 전략을 실험해보았다. 매일 연습하며 내가 선택한 행동이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하지만 단순한 연습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래서 한 권의 책을 구매했다. 바로 Winning Blackjack for the Serious Player라는 책이었다. 이 책은 블랙잭을 단순한 재미 이상의 전략 게임으로 바라보게 해준 나침반 같은 책이었다.

Winning Blackjack for the Serious Player


책에서는 블랙잭의 기본 전략, 즉 Basic Strategy를 철저히 외우는 것이 첫 단계라고 강조했다. 기본 전략은 내가 가진 카드와 딜러의 오픈 카드를 비교해 가장 유리한 선택을 알려주는 일종의 가이드였다. 

<Basic Strategy>

예를 들어:


 • 내가 16이고 딜러가 10이면 히트,

 • 내가 12이고 딜러가 6이면 스탠드,

 • 내가 A와 8을 가지고 있으면 스탠드.


이 간단해 보이는 전략표를 외우는 데도 시간이 걸렸지만, 매일 연습하다 보니 어느새 모든 조합이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 이제 딜러와 테이블에서 마주쳤을 때 당황하지 않고 바로바로 결정을 내릴 자신이 생겼다.


책에서는 기본 전략뿐 아니라 배팅 전략도 강조했다. 처음에는 졌을 때 배팅 금액을 두 배로 올리는 방식(마틴게일 전략)이 당연히 이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몇 번만 연속으로 지면 배팅 금액이 눈덩이처럼 커져 감당할 수 없다는 위험성이 있었다. 대신 책에서는 이겼을 때만 배팅을 늘리는 방식을 추천했다.


그 방식은 간단했다. 첫 베팅에서 이겼다면 다음 판에는 앞선 베팅과 같은 금액을 더해 배팅한다. 예를 들어, 10으로 시작했다면 이기면 20, 다음엔 30, 마지막으로 40까지 늘리는 식이다. 하지만 최대 배팅 금액은 40에서 멈추고, 그 이상은 절대 올리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다. 또한, 게임이 잘 안 풀리거나 흐름이 나에게 오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는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했다. “이기는 날은 더 오래 머물러도 되지만, 안 되는 날은 빠르게 정리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는 조언이 마음에 와닿았다.


블랙잭을 배우는 과정에서 관련된 영화도 찾아봤다. 그중에서도 영화 <21>은 나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MIT 학생들이 블랙잭에서 카드를 카운팅하며 수익을 올리는 이야기였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복잡한 카운팅 전략을 통해 딜러를 이기는 모습은 마치 내가 그들처럼 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영화 <21> 한 장면

하지만 현실은 영화와 달랐다. 카드 카운팅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고, 무엇보다 현재 대부분의 카지노는 Continuous Shuffling Machine(CSM)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장치는 게임 중에도 카드를 계속 섞어 카운팅 전략을 무력화시킨다. 특히 내가 가고자 했던 나이아가라 카지노는 거의 모든 테이블에서 CSM을 사용하고 있었다. 카운팅으로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은 여기서 무너졌다. 대신, 나는 현실에 맞는 기본 전략과 배팅 전략에 집중하기로 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 얽매이기보다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결심이었다.


매일 밤, 나는 칩 20개를 가지고 미니멈 팟 기준으로 연습했다. 운이 좋은 날에는 연승을 하며 목표 금액을 채우고 만족스럽게 끝냈고, 흐름이 좋지 않은 날에는 “오늘은 여기까지”라며 과감히 연습을 멈추는 법을 배웠다. 이렇게 반복하며 블랙잭의 본질을 조금씩 이해해갔다.


블랙잭을 배우며 느낀 것은 단순했다. 이 게임은 단순한 카드 놀이가 아니라, 확률과 심리, 그리고 멘탈 관리가 결합된 도전이었다. 물론, 현실을 직시해보면 나 혼자 테이블에 앉아 칩을 굴리며 “도박 연습”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만큼은 마치 내가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무언가를 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이게 진짜 집중하는 삶이지!“라며 스스로에게 핑계를 대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몰입의 과정은 나를 무척 즐겁게 했다. 칩과 카드 앞에서 전략을 연구하고 연습하는 시간들은 단순히 블랙잭을 넘어,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순간들이었다. 그러면서 “내가 지금 무언가에 이렇게 몰입해본 게 얼마나 됐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 몰입의 중요성을 이때 처음 배운 것 같다. 웃기게도, 블랙잭 테이블 위에서.


뭔가에 몰입하는 게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착각을 준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블랙잭 연습은 내게 꽤 괜찮은 경험이었다.


다음 화에서는 내가 실제로 블랙잭 테이블에 앉아 딜러와 맞섰던 날의 이야기를 들려주겠다. 딜러와의 진짜 승부는 이제 막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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