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버스
대학교 시절, 친구들과 함께 나이아가라 폭포로 여행을 떠났던 기억이 난다. 원래 목적은 폭포를 보는 것이었지만, 우연히 발견한 **“카지노 버스”**가 우리의 계획에 변화를 줬다.
토론토에서 나이아가라까지 가는 방법을 알아보다가, 5천 원(약 6 CAD)이라는 초저렴한 가격에 카지노 버스를 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단, 조건이 있었다. 카지노에 도착해서 20불 정도는 플레이해야 버스를 타고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 모두 대학생이라 돈이 넉넉하지 않았지만,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어차피 폭포를 싸게 볼 수 있다면, 카지노 경험까지 덤으로 얻는 셈이니까.
카지노에 도착했을 때,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정말 압도적이었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네온 불빛, 어디선가 들리는 흥겨운 음악,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슬롯머신의 경쾌한 소리. 솔직히 말해, 조금 어리둥절하면서도 신기했다. ‘이런 곳이 진짜 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우리에게 허락된 돈은 딱 20불. 학생 예산으로 큰돈을 쓸 순 없었으니, 그 돈으로 새로운 경험을 해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슬롯머신에 앉았다. 단돈 몇 센트로 시작할 수 있었고, 손잡이를 당길 때마다 화면 속 그림들이 돌아가는 모습이 묘하게 기대감을 주었다. ’혹시 이게 당첨되면 어떡하지?’라는 작은 희망을 품었지만, 결과는 당연히 패배.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패배가 크게 아쉽지 않았다. 돈을 잃었다는 것보다 처음 해보는 게임의 재미가 더 컸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친구들과 카지노워(Casino War)라는 카드 게임을 해보기로 했다. 룰은 간단했다. 딜러와 내가 카드 한 장씩 받고, 숫자가 높은 쪽이 이기는 게임. “이보다 쉬운 게임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단순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40불을 불과 두 판 만에 잃고 테이블을 떠났다. 그때는 그냥 허탈한 웃음이 나올 뿐이었다.
돈은 잃었지만, 그래도 마음은 가벼웠다. 우리는 나이아가라 폭포로 가서 사진도 찍고, 폭포의 장엄함에 감탄하며 하루를 즐겼다. 솔직히 카지노 경험 자체는 흥미로웠지만, 그보다도 새로운 환경에서 느낀 설렘이 더 강렬하게 남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친구들과 “카지노라는 곳이 이렇게 화려하고 자극적일 줄은 몰랐어”, “슬롯머신 소리랑 불빛이 자꾸 떠오른다니까?”라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집에 도착해서도 그 흥분된 느낌이 사라지지 않았다. 머릿속에서는 계속 카지노의 화려한 장면들이 맴돌았고,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날 이후, 나는 친구들에게 말했다.
“다음엔 진짜 제대로 간다. 슬롯머신이든 카드게임이든, 우리가 승리의 역사를 쓰러 간다! 돈 모으자...!”
그렇게 우리는 계획을 세우고, 단순한 호기심이 아닌 나름의 전략과 준비를 갖춘 카지노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 경험한 모든 것들을 다음 글에서 조금 더 진솔하게 풀어보려 한다.
첫 경험은 항상 부족하고 서툴 수밖에 없지만, 그 자체가 새로운 자극을 준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그 자극은 때로는 좋은 방향으로, 또 때로는 나쁜 방향으로 나를 끌고 간다. 하지만 결국, 그 경험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지 않을까.
나에게 카지노는 그날, 그런 자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