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여행
7.12(금) 비 온다. 빈 패스 개시.
뮤지엄쿼터에 모여 있는 미술관들을 보러 간다. volkktheater 하차. 마리아 테레지아 광장에 서 있는 테레지아의 동상이 분위기를 압도한다. 이분은 18세기 중반 합스부르크가를 이끈 왕. 이 기념비는 19세기 말 광장이 만들어질 때 세워졌다. 동상은 좀 복잡해 보이는데, 사방에 말을 탄 사람이 그가 부리던 장군 4명, 움푹 들어간 곳에 서 있는 사람들이 자문단, 행정부, 군대, 과학과 예술을 대표하던 인물이란다.
MQ로 불리는 뮤지엄쿼터는 세계에서 가장 큰 문화 단지 중 하나. 이곳에는 다양한 박물관, 갤러리, 전시 공간, 상점, 카페 및 레스토랑이 있다. 이전에 궁정 마구간이었으나 보수를 거쳐 문화 단지로 재탄생했다.
MQ는 레오폴드 미술관과 MUMOK(Museum of Modern Art Foundation Vienna)으로 불리는 빈 루트비히재단 현대미술관, 현대 전시 공간인 쿤스트할레 빈 등 3동이 중심을 이룬다. 매년 여름에는 Wiener Festwochen 같은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광장 중앙이 쿤스트할레 빈, 왼쪽이 레오폴트 박물관이며, 오른쪽이 MUMOK이다. MQ에는 18세기 바로크 양식의 건물들과 현대 건축물들이 섞여 있어 방문자들은 이들을 보면서 시각적인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이곳에는 열린 공간이 많은 것이 이채롭다. '뮤지엄 광장'으로 불리는 공간들에는 야외 의자, 분수, 카페 등도 있어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미술사박물관을 9:00에 여는 줄 알았음;; 이 시간 오픈은 자연사박물관이었다.. 결국 자연사박물관에 들어갔다가 나오다. 인간은 산소, 탄소 등등으로 이뤄진 하찮지만 언제나 무언가를 이뤄내는 대단한 존재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많은 삼엽충, 암모나이트, 공룡, 식물 등을 큰 감흥 없이 휙휙 보다. 나와서 생각해보니 이곳의 하이라이트인 뮐렌도르프의 비너스를 안 봤다는 게 함정;;
10:00에 입장한 미술사박물관에는 벌써 사람이 많다. 문 닫은 방도 꽤 있고. 결국 아기 마르게리타를 보지 못하다. 스페인 궁정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파란 드레스를 입은 어린 마르가리타 테레사'다. 십수년 전 빈에 왔을 때 갑자기 울컥하는 감명을 받았던 그림. 그때는 공주의 스토리를 알기도 전이었는데, 그냥 마음이 많이 갔던 기억이 난다. '시녀들'이라는 그림의 주인공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어린 시절의 그림이 몇 점 남아 있어 우리에게는 꽤 친숙한 공주다. '시녀들'은 화가의 관점에 대한 미스터리가 많은 그림으로 훗날 피카소가 모작을 많이 남기기도 했다. 피카소의 그림은 마드리드 피카소미술관이나 프랑스 앙티브의 피카소미술관에서 볼 수 있다. 공주는 스페인 필리페 4세의 딸. 그는 당시 합스부르크 왕조의 전통을 따라 숙부이자 고종사촌 겸 육촌인 오스트리아의 레오폴트 1세와 결혼하기로 결정됐다. 현재 남아 있는 그림들은 필리페 4세가 벨라스케스에게 오스트리아 궁정에 보낼 초상화를 그리라고 명해 그려진 것이다. 결국 오스트리아의 왕비가 돼 아이를 낳다 21세로 단명한 이 공주의 일생이 당시 나의 마음을 움직이지 않았을까 싶다.
브뤼겔은 진리^^ 무심한 것 같지만 풍부한 세부, 복잡한 서술, 인간의 본성과 사회에 대한 통찰력 있는 묘사가 특징인 브뤼겔을 애정한다. 뜬금포 고백? 어떤 미술관에서 만나도 브뤼겔은 반갑다.
루벤스는 좀 지겨웠다. 너무 풍성하고 커서 그런가? 아님 이날의 여행자 상태가 기름진 풍경을 받아들이기 싫어했을까? 그림을 보러 다니다 보면 그날의 컨디션이나 마음가짐이 꽤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래도 소소한 기쁨이 많았던 곳.
이곳에서는 규모에 걸맞게 다양한 시기와 스타일의 순수 예술품과 장식품을 볼 수 있다. 굳이 분류를 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옛 거장들의 그림들로는 렘브란트, 베르메르, 루벤스, 라파엘로, 티치아노, 카라바조, 피테르 브뤼겔 등을 볼 수 있다. 주제는 종교, 신화, 초상화, 풍경 등이다. 조각은 고대부터 바로크 시대까지의 작품이 있다. 고전 그리스 로마, 르네상스의 조각들을 볼 수 있으며 베르니니나 카노바의 작품들이 압권이다.
미술사박물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장르는 장식 예술. 가구, 도자기, 유리제품, 직물, 금속 세공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이들에서 지독한 장인정신을 느꼈다면 성공한 감상인 듯.
그 외에도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등 근동의 조각상, 부조, 석관, 보석 등도 훌륭하다. 이집트 터츠의 석관도 볼 수 있다. 그리스와 로마 유물도 방대하다.
13:00쯤 나오다. 벌써 기운이 빠졌다. 현대미술관인 MUMOK과는 지척이라 근처에서 슈니첼과 가스물, 에스프레소로 기운을 차린다.
MUMOK의 컬렉션은 주로 20세기와 21세기 예술이다. 특히 입체파, 초현실주의, 추상표현주의, 팝아트, 미니멀리즘, 개념미술 등 근현대 미술 운동에 중점을 둔다. 이곳에서는 피카소, 칸딘스키, 워홀, 리히텐슈타인, 리히터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조각과 설치 미술, 미디어 아트도 볼 수 있으며 때때로 열리는 특별전에서는 전에는 알지 못했던 예술가들의 발랄하고 신선한 관점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갑자기 횡재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예술은 끊임없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은 여행자의 행운이다.
이제 레오폴트로 가자! 레오폴트는 기획전. 실레와 클림트가 압권이다. 이들의 작품은 일단 색감으로 눈길을 강하게 끈다. 쇤베르크의 그림도 꽤 있다. 음악, 그림을 넘나든 사람인 듯. 뭔가 신경질적인 그림이 흥미롭다.
레오폴드미술관은 빈 분리파 운동과 아르누보 시대 등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 오스트리아 예술가들의 작품을 망라한다. 실레와 클림트 외에도 코코슈카, 게르스틀, 모저 등의 작품도 흥미롭다. 또 그림뿐 아니라 드로잉, 판화, 조각, 장식 예술도 감상할 수 있다.
클림트는 '키스' '유디스와 홀로페우스의 머리' '죽음과 생명' 등을 그린 빈 분리파 운동의 중심 인물. 실레는 표현주의 화가로 그의 그림을 보면 야생성과 적나라함이 느껴지면서 살아 있다는 감정을 갖게 된다. 물론 이는 나의 지나치게(?) 주관적인 감상이다.
레오폴트 북숍에서 에코백(12유로) 사다.
쇤베른궁전은 가이드투어밖에 안 되는 듯. 게다가 비싸다. 코스 따라 22유로 아님 26유로? 패스. 궁정정원은 자유롭게 볼 수 있으나 그 중 왕세자정원과 오렌지온실정원은 티켓을 사야 한다,
벨베데레 21:00까지 하는 날. 트램 7번 타고(묘지 방향) 얼마 가지 않지만 내려서 상궁까지는 꽤 걸어야 한다. 이곳은 상궁과 하궁으로 나뉘어 있고 두 궁은 정원으로 연결돼 있다. 19세기와 20세기에 걸친 오스트리아 컬렉션이 있다. 이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은 클림트의 '키스'. 이 그림 앞에는 언제나 애호가들의 러시가 있다. 또 '유디스와 홀로페르네스의 머리' '아델 블로흐바우어 1세의 초상' 등 클림트의 상징적인 그림도 볼 수 있다. 실레의 그림과 드로잉, 수채화 등도 있고 코코슈카, 게르스틀 등의 작품도 전시돼 있다.
클림트의 '키스' 처음 봤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감상자를 압도하는 기운이 있다. '유디트'는 출장 중. 소소하게 모네, 마네도 있다. 시장바구니 9.90유로. 이곳도 한국인, 중국인 많다.
트램 7번 borsa 방향-volkstheater 하차하려 했으나 종점인 karlplaz까지 가기로 한다.
billa(17.60유로) 애플망고, 까요(3.49유로). 숙소로 돌아오니 청소가 돼 있다. 마구 벌여놓고 나간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