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여행
2019.3.11(월) 맑다.
이곳은 규모가 꽤 되는 레지던스. 서너 동 있는 듯하다. 길을 나서보자. 꼬불한 길을 지나 레퓌블리크 거리로 간다. 교황청도 들르고, 성베네제 다리도 보려 한다. 참! 투어도 신청해야 한다.
여러 갈래의 골목들 표지판 보고 걸어 낮 동안에는 문을 닫는 작은 잡화점 지나 유적지로 착각한 레지던스도 지나 광장으로 나가면 중앙시장. 그러나 오늘은 문을 닫았다.
시장 근처의 8i Huit(슈퍼)와 까르푸에 들러본다.
메인스트리트인 레퓌블리크가로 나가본다. 정겨운 곳. 별로 변한 게 없는 듯하지만 소소하게 상점들이 바뀌어 있다. 여전한 폐허스러움(?), 여전한 나무들. marie blachere에서 빵 구경. 크루아상 야미!! 초입의 녹색bar는 생긴 지 얼마나 됐을까. 정말 여전하군. 그리고 인포메이션이 있는 건물. 1일 가이드여행을 예약하러 블로그에서 본 호텔로 갔으나(성문 나와 버스터미널 쪽 아마 ibs호텔인 듯) 인포나 너희 호텔에서도 예약 가능하다는 컨시어지의 말에 발길을 돌렸다. 블로그를 너무 믿었어;; 인포에서 할 수 있는 게 당연하잖아. 성문 들어오면 초입에 순환버스 정류장이 있지만 가고자 하는 곳이 맞지 않아 또다른 경험치를 달성하지 못함.
monoprix 지나 아비뇽 하면 자동적으로 떠올리는 아비뇽 유수의 현장으로 가다. 아비뇽 유수는 어슴프레 알다시피, 교황과 왕의 힘겨루기 벌어진 사건. 프랑스 왕 필리프 4세가 강력한 프랑스를 건설하기 위해 유럽 1인자로 올라서려다 교황과 충돌한 것이 시작이다. 왕은 전쟁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교회에도 세금을 매기려 했고, 이에 결사 반대하던 교황 보나파키우스 8세가 필리프를 파문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권위가 땅에 떨어진 교황은 국왕이 파견한 대사에게 뺨을 맞는 수모를 당한 끝에 얼마 안 있다 사망했다. 이후 후임 교황 선출을 둘러싼 갈등 끝에 클레멘스 5세 교황이 리옹에서 즉위한 뒤 아비뇽에 자리를 잡아 아비뇽 유수가 시작됐다. 이 시절의 교황이었던 우르바노 5세, 인노첸티우스 6세, 클레멘스 5세, 클레멘스 6세의 무덤은 교황청에, 베네딕토 12세와 요한 22세의 무덤은 대성당에, 그레고리우스 11세의 유해는 로마에 있단다.
이곳은 성당과 교황청이 합쳐진 곳. 프랑스 대혁명으로 프레스코화와 보물이 약탈되고 반혁명 세력을 학살하는 현장으로 쓰이기도 했으며, 나폴레옹 시대에는 병영이나 감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1906년 국립박물관이 된 후 복원작업이 시작됐지만, 이곳의 보물들에 대한 정보가 없어 복원에 한계가 있다고 한다. 대부분은 빈공간으로 남은 교황청(palais de pape)의 폐허를 보는 것으로 가름해야 할 듯. 혁명과 약탈? 가슴 한쪽이 좀 쎄하다. 그래서 태블릿VR 투어를 하면 좋을 듯. 시간이 많지 않아 휘리릭 둘러보느라 스킵했지만, 다음에 가면 그렇게라도 해서 과거의 영화로웠던 이곳을 살펴보고 싶다. 그래도 허무하겠지? 손 대면 부서질 것 같은 건물의 문을 지나 교황청 안뜰이며 아비뇽 페스티벌이 열리는 cour d'honeur(명예의 뜰)을 보고 건물 꼭대기로 올라가다. 교황청과 붙어 있는 성당의 하이라이트라는 성모마리아상을 올려다본다. 황금색 도금이 된 이곳 성모상의 자세는 특이하다. 누구에게 축복을 내리는 듯한 포즈? 알아보니 한 손은 아비뇽에 축복을 내리고, 한 손은 이곳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자세란다.
들러보지는 못했지만, 교황청 기념품 판매점에는 좋은 와인이 상당히 많단다. 교황들이 70년간 이곳에 머무르면서 '교황의 새로운 성'이라는 의미인 샤토뇌프 뒤 파프에 별장을 두고 와인을 생산하게 했고, 특히 요한 22세 때 만들어진 와인이 '교황의 와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곳 론 지역은 프랑스에서 보르도 다음으로 넓은 와인 산지다.
론강 건너에도 마을이 보인다. 당연하지만;; 바스텔라스섬이라는데, 그곳에서 노니는 개를 목격하다. 아비뇽 사람들이 주말에 그곳에 가서 피크닉을 즐긴단다.
끊어진 론강의 아비뇽 다리. 생베네제 다리로도 불린다. 생베네제는 이 다리 건설의 주인공. 그는 소년이었던 어느 날 이곳에 다리를 세우라는 천사의 계시를 받았다. 그러나 다리 건설은 소년이 감당하기에 벅찬 일. 그때 천사가 나타나 도움을 줘 커다란 바위를 어깨에 지고 강으로 옮겼다. 이를 기적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너도나도 그를 후원해 다리가 완공됐다. 그러나 이분은 완성을 보지 못하고 하루 전에 사망해 훗날 성인으로 추인됐다. 다리 위 생니콜라 예배당에 묻혔으나 1669년 홍수로 다리 일부가 붕괴되고 그의 시신도 쓸려나갔다. 결국 남은 시신의 일부를 아비뇽대성당으로 옮겼다는 이야기. 아비뇽 다리는 900미터, 22개 아치가 있었으나, 지금은 아치 4개와 예배당만 남아 있다.
밥 먹자. 탄산수, 스파게티, 샐러드. 샐러드에 들어간 자색양파가 맛있다. 강한 채소가 필요했던 걸까? 좀 스러지기는 했지만 햇빛이 좋다. 어슬렁거리다가 본 오토바이와 차 모형들. 망설였지만 패스! 집에 돌아가 좀 쉬어야겠다. 비누묶음은 방향제? 식탁보들.
다시 시청 쪽으로. 역시 회전목마 있다. archives municipales(musée du mont-de-piété) 지나 레퓌블리크가로. regal glace에서 초코아이스크림 먹다. 엄청 맛남. superdry가 영국 브랜드인지 몰랐다;; 근데 얘들은 왜 한자로 써놓는 거지? 일본에서 인기 있기 때문인가? 결국 marie blachere에서 크루아상 겟. 모노프릭스에서 nuxe(오일) 큰 걸로(100㎖) 사다. 그리고 provence reservation에서 visit provence 예약. 목요일 반나절짜리(60유로)다. 르브롱, 고르드, 퐁텐보클루즈 들르는 코스. 그러나 단언컨대 4월 전의 이곳 방문은 비추다;; 너무 쓸쓸해. 목요일 8:30 인포 앞 집결이란다.
썰지 않은 훈제연어를 사보다, 알자스 리즐링과 샐러드, 눌은밥으로 만찬을 즐기다^^ 혼자 여행은 여러 모로 장점이 많지만, 먹사치를 누릴 수가 없는 게 치명적인 단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