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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지선 Apr 16. 2020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이 에베레스트가 아닐 수도 있다?

세계 최고 기록을 보유한 세계 각지의 산 이야기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하면 ‘에베레스트산’이라는 답이 공식처럼 튀어나온다. 초등학생에게 물어도 곧장 튀어나올 것이다. 에베레스트산의 높이는 8,848m. 숫자도 외우기 쉽게 생겨 한 번 외워두면 언젠가는 유식하게 보이고 싶을 때 쓰인다.


 아주 먼 옛날 1억 8,000만 년 전, 인도아시아판과 유라시아판이 충돌하며 그 충격으로 높이 솟아오른 게 바로 히말라야산맥이다.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를 비롯해 K2라 불리는 고드윈오스턴(8,611m), 칸첸중가(8,586m) 등 8,000m급의 거봉들이 14개나 있다. 여기서 더 소름 끼치는 사실은 두 대륙판의 충돌이 어찌나 거대한지 아직까지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히말라야산맥은 매해 수 센티미터씩 상승 중이다. 여기서 의문이 든다. 1950년대부터 에베레스트는 8,848m라고 불려왔었는데, 같은 논리라면 그사이에 에베레스트의 키가 커도 한참은 더 컸을 것 아닌가. 그래서 찾아봤다. 에베레스트산의 최신 키를.


 현재 가장 공신력 있는 에베레스트의 높이는 미국 지리학협회에서 발표한 8,850m다. 에베레스트의 키가 훌쩍 2m나 커버린 이유 중 하나는 히말라야산맥이 매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GPS 기술의 발달도 하나의 이유라고 한다. 하지만 이 조차 2008년에 측정된 기록이라 어디까지 신빙성 있는 기록인지 모르겠다.


 이상하게도 에베레스트의 높이는 관측 팀마다 측정 결과가 조금씩 다르단다. 게다가 계절에 따라 측정 결과가 달라지기도 한다. 일단 에베레스트 정상에는 얼음과 눈이 덮여 있는데, 눈이 얼마나 녹았느냐에 따라 산의 높이가 달라진다. 게다가 애당초 얼음층을 빼고 바위의 최고점만 측정해야 한다는 말도 있으니, 에베레스트의 높이 측정 방법에 대한 이론조차 완벽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은 모양이다.


 하다못해 사실은 K2가 에베레스트보다 크다는 소문까지 있다. 미국의 인공위성이 K2의 높이를 측정했는데, 8,886m라는 결과가 나왔다나 어쨌다나. 어쨌거나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에 관해 아직까지 가장 공신력 있는 기록은 에베레스트산의 8,850m다. 누군가 자신 있게 ‘8848’이라는 옛날 기록을 외친다면 2m 더 컸다고 더 자신 있게 알려주자.


 이왕 공신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조금 더 혼란스러운 이야기를 꺼내도 될까? 현재 산의 높이는 해발고도 기준으로 측정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해수면을 0m로 설정하고, 가장 해수면으로부터 높이 솟은 산이 해발고도 1등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측정 방법이 다르다면 에베레스트는 세계의 산 1위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 해수면 기준이 아닌 해저 바닥부터의 높이를 잰다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은 하와이의 마우나케아 화산이 명예의 1위 자리를 가져가게 된다. 무려 그 높이가 10,203m라고 한다. 하지만 해수면 위로 올라와 있는 마우나케아의 높이는 고작 4,205m뿐이기 때문에 해발고도에는 에베레스트에 한참 못 미친다.


 또 다른 측정 방법도 있다. 지구 중심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산을 찾는 방식이다. 이는 지구가 완벽한 구형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데, 이와 같은 측정방식으로는 에콰도르에 있는 안데스산맥의 침보라소산(6,268m)이 1등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활화산



 주인공은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국경에 있는 오호스 델 살라도(Ojos del Salado)산이다. 안데스산맥에 있으며 6,891m의 높이를 자랑한다. 같은 산맥에 뿌리를 둔 남미 최고봉 아콩카과산(6,960m)에 이어 남미에서 두 번째 높은 산이기도 하다.


 6,800m급의 활화산이라니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해 보이지만 그렇게까지 겁먹을 필요는 없다. 1993년의 작은 화산재 분출을 제외하고는 거의 휴화산과 다름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정상 부분은 밧줄에 의지해 올라야 하지만, 나머지는 걸어서 평이하게 올라갈 수 있는 수준이다. 완만해서 자동차를 타고 산에 오를 수도 있단다. 실제로 자동차를 타고 올라간 세계 최고 해발고도 기록(6,688m)을 가지고 있다. 세계 최고의 산을 찍는 것 치곤 너무 쉬운 것 같다고? 물론, 고산병은 별개의 문제라는 걸 기억해두자.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원



 힌트는 ‘세계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티베트고원? 땡! 티베트고원의 어머니 격인 고원이 하나 더 있다. 파미르고원이다.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중국에 걸쳐 있다. 이곳은 평균 해발고도가 6,100m 이상인데, 과연 세계의 지붕이라는 별명이 잘 어울리는 곳이다. 파미르고원을 중심으로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산맥들이 모여 있다. 북동쪽엔 톈산산맥, 동쪽엔 타클라마칸사막, 남동쪽엔 쿤룬산맥과 카라코람산맥, 남서쪽엔 힌두쿠시산맥이 있다. 참고로 카라코람과 힌두쿠시산맥은 히말라야산맥의 일부다. 듣기만 해도 거대한 산봉우리 사이에 끼인 느낌이다. 파미르고원에서 가장 높은 산은 이스모일소모니산(7,495m)이라고 한다.


 파미르고원에는 길고 추운 겨울과 짧은 여름만이 존재한다. 중위도지만 높은 고도로 인해 툰드라기후에 해당하여 식생이 제대로 살아 갈 수 없다. 춥기도 추울뿐더러, 연 강수량도 고작 130mm에 불과하다. 하지만 산꼭대기는 항상 눈에 덮여있고, 빙하도 많아 물을 구하기가 몹시 어렵지만은 않아 보인다. 이곳 사람들은 보통 양을 키우며 살아간다. 파미르고원의 중심이 되는 나라, 타지키스탄은 국토의 90% 이상이 험한 산지다. 지도를 보면 그럴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타지키스탄 국민의 대다수는 골짜기를 찾아 그곳에 마을을 만들어 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긴 산맥



 안데스산맥은 세계에서 가장 긴 산맥이다. 길이는 약 7,000km로, 무려 남아메리카 대륙의 끝과 끝을 잇고 있다.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 7개국이 안데스산맥을 낀 나라들이다. 남미에는 나라가 고작 12개뿐인데, 그중 7개국이나 안데스를 품고 사는 것이다. 안데스는 무작정 길기만 한 게 아니라 굉장히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산맥이다. 약 1억 3,500만 살로 산맥치고는 어린 편이기 때문이다. 그 말은 즉, 지진과 화산활동이 활발한 지역이라는 뜻이다.


 높이도 어찌나 높은지 평균 해발고도가 무려 4,000m다. 가장 높은 아콩카과산의 높이는 6,960m인데, 히말라야산맥 부근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안데스 산지의 고원에는 예로부터 구석구석 도시가 발달했다. 고대 문명부터 현대의 대도시까지 안데스는 인류의 역사 그 자체기도 하다.





* 이 글은 <지리 덕후가 떠먹여주는 풀코스 세계지리>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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