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배낭여행 - 태국, 방콕(3)
아유타야에서 돌아온 우리는 카오산으로 향했다. 먹은 거라고는 아침에 먹은 커피 한 잔, 점심으로 먹은 손바닥보다도 작은 누들 한 그릇뿐이다. 땀에 찌들고 더위에 지친 배고픈 우리는 기운이 없다.
나보다도 더 알뜰하게 여행하는 친구 A는 데이터가 없어서 인터넷이 안된다고 했다. 그래서 내 핸드폰으로 아침에 봤던 친구 P에게 연락을 했다.
우리의 위치를 알리고, 우리는 너무 배가 고파서 팟타이 한 접시와 맥주를 사들고 자리를 잡았다.
카오산은 여행자들로 가득했다. 낮보다 밤에 더 왁자지껄한 카오산의 거리.
그 거리를 즐길 여유는 없었다. 너무 피곤했다.
저 멀리서 P와 A의 친구 B가 온다. 오랜만에 만난 B와도 반갑게 인사를 했다. 배에 음식이 들어가니 이제 좀 살 것 같다. 맥주를 자꾸 더 먹자고 권유하는 친구들에게 내일 캄보디아로 가는 버스를 아침 일찍 타야 해서 안된다고 했지만, 이미 세븐일레븐으로 달려가 맥주를 사 왔다.
정말 마지막이라며 작은 맥주 하나를 골라서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흥이 오른 스페인 친구들은 클럽에 가겠다고 하고, 나는 더 이상 시간을 보낼 수 없어서 숙소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아직 짐도 안 쌌고, 아유타야 당일치기 여행이 생각보다 아주 피곤했다.
-나도 같이 들어갈래. 새벽에 와서 잠을 제대로 못 자서 피곤해.
P가 함께 숙소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돌아가는 길에 워낙 말을 잘하는 P가 대화를 시작했다.
-사실 A한테 네 이야기 들었어. 미얀마에서 만난 한국인 얘기를 몇 번 했거든.
-아 그래? 뭐 하루 반나절 다 같이 논 게 전부인데?
서로가 아는 A를 시작으로 숙소에 도착할 때까지 이야기를 했다.
피곤해서 일찍 잘 거라는 P와 피곤하고 짐을 쌓야하는 나는 호텔 로비에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자리를 잡고 달려드는 모기들을 손으로 쫓으면서 밤 12시가 다 되도록 이야기를 했다.
살아왔던 이야기, 연애 이야기, 싱가포르에서의 생활, 독일에서의 생활 등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찐한 인상만큼이나 자기주장이나 성격도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간도 너무 늦었고, 정말 다음날 일찍 일어나야 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Would you mind if I kiss you?
응? 갑자기 뽀뽀를 해도 되냐고? 당황해서
-No, 아니. 뭐 허그 정도는 괜찮아.
이러고 다른 친구들처럼 어깨 토닥 거리고,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날 밤, 인스타그램으로 연락이 왔다.
-미안한데 너 영어 틀린 게 있어서 내가 하나 고쳐줘야 할 것 같아. 내가 Would you mind로 물어봤을 때, 네가 원하지 않으면 Yes로 대답해야 하는 거야. Do you mind의 뜻은 말이지…
하면서 장난스럽지만 진심을 담아 설명하는 장문의 문자가 왔다.
-What the hell! 내 영어 실력이 퍼펙트하지 않아서 몰랐네.
장난스럽게 나의 영어를 고쳐주면서 우리는 그렇게 문자를 주고받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