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박물관은 생각보다 괜찮다
여행기자가 되고 떠난 나의 첫 번째 출장지는 원주였다. 작년 이맘때 원주에 처음 와서 뮤지엄산을 찾았는데 그때는 날씨가 화창하고 맑았었다.
다시 찾은 뮤지엄산은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서
잘 보이지 않았는데 오히려 운치 있고 좋았다
이런 비 오는 날씨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차분하고 고요한 느낌이랄까?
올해 7월 새롭게 만들어졌다는 명상 공간인 '빛의 공간'
비가 오고 있는 데도 이렇게 빛이 꽤나 강렬하게 스며든다
스산한 기운이 감도는 숲을 따라서
이제 진짜 전시회 작품들을 관람하러 가본다
전에 없었던 또 다른 조형물이 등장했다.
풋사과다.
안도 타다오는 '청춘'을 '풋사과'로 비유했다.
익지 않은 사과. 너무 낭만적이다.
12월 3일. 어제부로 끝이 나버린 전시회
사실 출장만 아니었으면 하루종일 이곳에 머무르고 싶었다.
뮤지엄산 학예실장님의 도슨트까지 어우러져서
너무나 재미있는 전시 관람이었다.
안도 타다오는 조명을 사용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빛이 공간에 새어 들어오도록
건축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작품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지는 못했지만 실제로
전 세계에 분포되어 있는 안도 타다오의
작품을 투어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일본의 나오시마 섬은 이렇게 예술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의 공간과 달리
실제로는 내부 건축물들이
가려져 있어서 신비로운 효과를 연출한다
건축물이 이렇게 신비롭고 매력적일 수도 있구나
새삼 놀라게 되는 작품들이었다.
위에서 보면 세모 네모 동그라미로
이뤄진 건물들이지만 들어가 보기 전까지는
가려져있어서 어떤 건물이 나오게 될지
알지 못하고 가게 된다.
안도 타다오의 도전정신도 놀라웠다.
이미 건축가로서 이름을 알린 그는
돈 많은 사람들이 의뢰하는 건물만 지어도
많은 돈을 벌 수 있었음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공모전에 끊임없이 도전했고 실패했다.
그러나 공모전에 냈던 아이디어는
수십 년 동안 잘 간직하다가 이렇게
새로운 건축물을 통해 실현시키곤 했다.
너무 짧은 시간이었지만
강렬하게 남았던 전시였다.
먼 훗날을 위해 안도 타다오의 드로잉을 사둘걸... 그랬나
한 장에 700만 원이었다.
이후에 제임스터렐관과 명상관도 방문했다.
여유롭게 여행을 온 것과 일로 취재를 온 것은
다르긴 했지만 이렇게 재미있는 콘텐츠를
취재할 수 있는 것도 참 큰 복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