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계획없음에는 아무런 고통도 없다
2년이 지난 이후로, 나는 더 이상 여행 계획을 짜지 않는다.
그날의 기분따라, 날씨따라 그렇게 갑작스럽게 떠났다가 갑작스럽게 돌아오는 편이다.
인도도 늘 그랬다.
오늘을 위해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던 순간, 월셋방을 뺐고 그렇게 인도로 왔다.
아무런 계획도 하지 않으니 계획을 짜는데에 드는 고통도 계획대로 되지 않아 어그러지는 표정도
나는 없다.
바로 이게 나의 노페인, 노게인 방식이다.
계획도 없이 온 스리나가르에서 며칠쯤인가- 생각지 않고 보냈다.
마치 한량처럼 히말라야산맥이 훤히 비치는 깨끗한 호수를 걷고, 100원짜리 아이스트림을 입에 물고 낯선이를 향한 시선에 웃음으로 답하며.
나도 언젠가, 여행을 처음 시작했을 적에 노트 빼곡히 계획을 채워 넣었다. 가야할 곳, 먹어야 할 것들.
그리고 인생 샷을 찍겠다고 고작 3일되는 일본 여행에 배낭 한가득 옷과 신발을 채워 넣어 갔었는데
돈을 아끼려고 걷다 지쳐 오사카 한복판에서 내 짐 무게와 퉁퉁 부어버린 발을 보며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세계여행을 떠났을 때도 배낭에 10Kg그람을 조금 넘었다.
어차피 귀찮아서 입는 옷만 입게 되는게 장기간 여행을 하는 여행자들의 말이었고 실제로도 그랬다.
“이제 어디로가?”
며칠 째, 아무것도 정하지 못했다.
길고 긴 이동시간도 겁이 났지만,
사실 난 아무런 생각이 없다 지금.
그리고 나는 며칠즈음이 지났을 때 쪽지 하나에 머문 돈과, 메세지를 적어 넣고는 새벽 다섯 시에 조용히 집을 나섰다.
붉으스름하게 빛이 몰려오는 새벽의 골목길, 나와 그리고 목청이 좋은 수탉들 뿐이다.
“빵빵 –“
한시간 가량있는 버스터미널로 걸어 갈 요량이었는데 마을 끝 언저리에서 커다란 버스가 내게 경적을 울리며 인상 좋은 아저씨가 손짓을 한다.
“어디로 가니?”
“라다크로 갈거예요, 버스터미널까지 좀 태워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