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그라다 파밀리아. 바르셀로나에 있는 이 성당은 천재 건축가라 불리는 가우디 특유의 독특한 설계로 아직 완공되지 않았음에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바르셀로나에 간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바로 이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대한 것이었는데,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달라요.”
자기도 성당엔 큰 관심 없다고 이야기하던 친구들도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다르다고 입을 모아 말하곤 했다. 가우디가 괜히 천재인 게 아니라나 뭐라나. 하도 찬양에 가까운 후기들을 듣다 보니 성당에 대해 저자세를 취하던 나도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방문할 때쯤엔 마음속에 기대를 한가득 품은 채였다.
사실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들어서기 전, 내 마음 한편엔 아주 작은 걱정이 자리하고 있었다. 평소 관심도 없던 성당, 그런데도 가지게 된 기대감, 그 기대감 때문에 느끼게 될지도 모르는 실망감에 대한 걱정이. 안타깝게도 성당의 외형을 본 내 감상이 “뭐, 멋지긴 하네.” 정도가 전부였기에 더욱 그랬다. 하지만 성당의 내부로 들어선 순간, 난 이 모든 걱정이 쓸모없는 짓거리였다는 걸 단숨에 깨달았다.
어느 성당에서도 보지 못한 광경이었다.
성당 내부를 떠받치고 있는 기둥들이 여러 갈래로 나뉘는 모습과 독특한 천장의 모양새는 마치 나무를 연상케 했고 천장에서 내려오는 빛은 나무 틈새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절로 떠올리게 했다. 창문을 빼곡하게 메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서는 형형색색의 빛이 들어와 성당 내부를 휘감았다. 인공광이 아닌 오직 자연광만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빛의 향연이었다. 자연광이, 햇빛이 이렇게까지 아름다워질 수 있다니…. 판타지 소설에 등장할 법한 울창한 숲속에 우두커니 서서 신비롭게 내리쬐는 햇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듯했다.
나무를 연상케 하는 하얀 기둥 때문인지, 스테인드글라스가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빛 때문인지…. 분명 거대하고 웅장한 성당임에도 위압감보단 포근함이란 단어가 더 잘 어울리는 모습에 순간 말을 잃었다. 이곳의 진가는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었다.
스페인(특히 그라나다)에서 많은 일을 겪으며 개비와 우스갯소리로 스페인에 다시 올지 잘 모르겠다고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날, 적어도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완공되는 날에는 다시 와야겠다고 다짐할 수밖에 없었다. 성당이라는 걸 믿기 힘든,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광경이지 않은가. 왜 그토록 많은 이들이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다르다고 입을 모아 말했는지 알 것 같았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정말이지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