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훈련 리포트
이럭저럭 개 훈련의 막바지가 되었습니다. 말만 개 훈련이지 사실 과외를 받는 건 주인입니다. 어떻게 개 훈련을 시켜야할 지 노하우를 배워서 그대로 적용하며 훈련하라는 거지요. 작심삼일, 용두사미, 첫끗발이 개끗발이라는 숱한 말처럼 처음 교육비를 낼 때의 열성적인 마음은 온데 간데 사라지고 일주일에 두 번씩이나 교육시간을 내어야한다는 것이 조금씩 버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자연히 '학'만 되고 '습'이 안 되는 고질병이 재현되더군요.
원래 8회 교육과정 안에는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 훈련이 포함되어 있다는군요. 짧은 목줄을 채워 주인의 왼쪽에서 동행하는 법을 가르치는 거죠. 왼쪽에 두는 이유는 우리들이 좌측통행을 했으니까 다른 이와 마주칠 때를 대비하는 건데 이젠 우측통행으로 바뀌었으니 개도 우측에 두어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종종 주인이 개를 산책시켜주려고 일부러 밖으로 나가기도 하잖아요.
개는 물론 산책하는 걸 좋아합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주인은 개를 위해서 산책하는 마음을 표시하면 안된대요. 항상 주인이 산책을 나가는데 개가 기꺼이 따르는 것으로 관계를 설정해야 한답니다. 개가 주인보다 앞장서면서 자기 가고 싶은 데로 줄을 끌어당기는 짓은 허용하지 말아야 해요. 개는 언제나 주인의 행보를 주시하면서 주인보다 앞서지 않고 보조를 맞춰야 한답니다. 주인이 '기다려'라도 시킨다면 그대로 다른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정지하고요.
생각만으로도 참 환상적인 개지요? 현실은 언제나 그와는 좀 다르지만 말이에요. 똘비는 천방지축 줄을 끌고 다니지는 않지만 자기가 먼저 일 이 미터쯤 앞서서 갑니다. 개 목줄도 자동으로 늘어나는 것입니다. 제가 목줄을 잡고 있을 때는 그나마 안정감이 느끼지만 다른 식구들이 잡으면 불안해합니다. 하지만 굳이 문제되지 않는 것까지 한 번에 고치려면 얼마나 힘이 들겠습니까. 제 스스로 이번 교육에서는 산책 시 요령만 전해 듣고 연습은 건너뛰겠다고 했습니다.
지난 번 상기했듯이 이번 교육의 목적은 혼자 있을 때 짖어대는 개를 고쳐보려는 것이니까요. 차라리 잘 안 되는 부분을 꼼꼼하게 심화하는 것으로 스케줄을 조정하였습니다. 자 그럼 이제 전체 진도를 한번 훑어볼까요?
1. 문제: 사람이 드나들 때와 혼자 있을 때 심하게 짖어 타인에게 피해를 준다.
2. 원인: '짖지 마'라는 주인의 명령이 통하지 않는다. 혼자 있을 때 분리불안으로 공포 속에서 짖는다.
3. 처방: 개와 주인간의 관계정립을 위한 복종훈련을 하면서 하우스와 친숙하게 하여 정신적 안정을 꾀한다.
4. 교육: 눈맞춤-이리와-앉아-엎드려-기다려 등등의 명령과 복종훈련의 스킬을 습득하고 하우스에 있는 시간을 늘려간다.
5. 목표: 지속적으로 명령과 훈련의 강도를 높여가며 주인의 언어가 개에게 곧바로 통할 수 있게 하고 하우스 훈련을 통하여 갇혀있을 때뿐 아니라 문이 열려 있어도 그 안에서 안정되게 쉬도록 한다.
굳이 훈련의 강도를 더 높일 수도 없었던 것이 제가 집을 비우는 일이 잦아서 똘비의 훈련에 시간을 많이 들이지 못하였으니 답보 상태에 있는 훈련 단계에서 자꾸 진도를 나가지 못했던 것이지요. 저도 염치가 있는 학생이라 죄송한 마음에 선생님께 맛있는 차를 내놓고 개 훈련의 기본 마음가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맺음을 하였습니다. 아무 연고도 없이 동네 동물병원을 통해 우연히 소개받았던 '개 훈련사'였는데 행색이나 외모는 평범했지만 인간에 대해 깊이 고뇌했던 자만이 할 수 있는 말마디에 매료되었기에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이 들어서 좋아지는 것 중의 하나가 '촉'이랍니다. 마지막 날이라서 그랬는지 선생님도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시더군요. 선생님은 젊은 시절 의대에 들어가 8년을 공부했더랍니다. 그 와중에 신과 인간, 경쟁과 인생에 대한 심각한 갈등을 겪으면서 결국 의과 공부를 꺾고 사랑하는 개 한 마리와 전국을 떠돌게 되었다더군요. 차 트렁크에 갇혀서 숙식을 해결하면서도 기꺼이 동행해준 충견을 위해 지금은 너른 잔디가 있는 훈련소에 개를 맡겨두고 본인도 개 훈련사로서 나름 안정된 인생을 찾아가는 중이래요.
언제 한번 용인에 있는 훈련소에 저를 불러주시겠답니다. 그 나름의 커뮤니티가 있어서 주말이면 키우던 개들을 데리고 만나서 바비큐도 해먹고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애견 동호회가 구축이 되어있는 모양이에요. 사람에게서 상처받거나, 극한의 경쟁에서 녹초가 되어 시들었던 영혼들이 맑은 공기와 푸른 잔디와 별빛 쏟아지는 교외에서 천진한 개들과 순수하게 웃을 생각을 하니 갑자기 눈물이 배어나올 만큼 뭉클한 장면이 그려지더군요. 한 번 가보고 싶습니다.
또 하나,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책 한 권이 있습니다. 지금은 절판되어 도서관에서나 빌릴 수 있다고 합니다.
<뉴스킷 수도원의 강아지들>입니다. 자신의 개 훈련 기본 마인드는 99%가 그 책과 일치한다고 하더군요.
시간을 내서 꼭 읽어보려고 벼르고 있습니다. 요새는 우연히 만나게 되는 많은 일과 사람에게서 전 우주에 별처럼 흩어져있는 하나님의 섭리 같은 걸 자주 느낍니다. 종교인이 아니지만 심정적으로는 신의 비밀을 알아가는 기쁨이랄까요? 스스로 가끔 기특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제 나이가 어느덧 知天命입니다 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