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훈련 7교시_

개훈련 리포트

by 김정은


"기다려"를 훈련해보니 여태 하던 것 중에서 이게 제일 재미있더군요. '앉아'는 우리 똘비가 워낙 잘하던 거니까 별로 연습할 필요가 없었지요. 바로 다음 단계인 '엎드려' 시켜놓고는 간간이 간식을 주다가 '기다려'까지 시켰어요. 제가 일어나서 간식을 가져가는 상황을 연출하며 은근히 난이도를 높이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그 이야기 들으시더니 깜짝 놀라대요? 적어도 3분 정도는 개가 '기다려' 상태를 무리 없이 소화해 낼 수 있을 때라만 주인이 일어나기도 하는 거래요.


조급한 엄마들이 "intensive course"를 너무 좋아하여 과속을 하면 훈련 스텝이 엉킨답니다. 급격하게 난이도를 높이니 자주 혼나게 되고 그러다보면 저절로 싫어하게 된다는 거죠. 그래서 이번 시간엔 차분하게 '기다려' 심화과정을 가르쳐주십니다.


P1020780.JPG

똘비가 엎드린 상태에서 눈을 마주보고 손바닥을 좌악 펴서 정지신호를 보내며 '기다려'라고 합니다. 여태는 먼저 바디랭귀지로 훈련이 익숙해진 후에야 명령어를 입혔던 것과 달리 명령어와 동시에 손동작을 같이 한다는 걸 눈치 채셨나요? 그만큼 '기다려' 동작은 엄중한 명령어입니다.


기다리는 시간을 점차 늘리면서 '기다려'의 의미를 체득하도록 해야 합니다. 지루하다고 해서 명령 후에 자기 맘대로 일어서거나 몸을 움직이면 소리로 호들갑을 떨지 말고 목줄을 확 나꿔 챈 후에 원래 자리로 끌고 가서 목을 짓눌러 원위치 시키세요. '안돼'라고 할 수는 있지만 또 한 번 '기다려'라고 다시 명령하지는 말래요.


"왜 그럴까요?" 선생님이 저에게 묻습니다. "자꾸 명령어를 반복하면 그만큼 체신을 깍아 먹고 먼저 내린 명령을 스스로 부정하는 거 아닐까요?"했더니 선생님이 박수를 치십니다. 2000명 중에 처음으로 제가 정확한 대답을 한 사람이래요. 홋~ 칭찬에 기분이 좋아서 그 다음 대답도 맞추려고 애쓰는 고생을 조금 하게 되었습니다만, 암튼 2000분의 1은 기분 좋은 확률이고말고요.


이처럼 주인의 "기다려"는 한 번의 명령으로 지속력 있게 지켜야하고 이후 주인이 "잘했어~"라는 칭찬과 간식 급여로 끝이 나야합니다. 엄한 주인은 약간의 어긋남에도 야단을 많이 치고, 너그러운 주인은 대강하다가 망한다니 그 중간을 지키는 건 거의 감각에 속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혹시 간식 먹고도 계속 앉아있는 개가 있지만, 그건 명령으로 앉아있는 게 아니니까 복종훈련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명령하지 않은 일에는 간식도 주지마세요. 기다리는 시간은 강아지 사정에 따라 주인이 조절하면 됩니다.


좋은 주인은 개가 엎드려서 기다릴 수 있는 한계를 잘 알아서 움직이기 전에 미리 칭찬과 간식으로 기분 좋게 끝내는 타이밍을 잘 잡으면 됩니다. 결국 교육이란 건 끊임없는 관찰력으로 훈련 상대의 마음을 기분 좋게 해주면서 시나브로 능력을 늘여가는 것이라는 데는 사람 교육과 별 차이가 없네요. 교육이란 진짜 '스피드'의 문제가 아니라 '인내'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지금 우리나라의 교육이 엉망이 된 건 냄비근성이 만연한 작금의 문화에선 필연인 것 같습니다.


일단 '기다려'라는 명령을 한 후에는 강아지를 쳐다보며 감시하지 말고 단호하게 외면해야 합니다. 감시하면서 지속명령을 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네요. 감시하지 않으면 금세 나쁜 짓을 할 테니까요. 난이도를 높여 이리저리 주인이 움직이게 될 때도 옆 눈으로만 관찰하고 쳐다보지 마세요. 주인이 어떻게 움직이더라도 '기다려' 명령을 지키며 꿈쩍도 안하면 최고 수준이 된 거예요. 시간이 오래 걸리는 훈련입니다. 서두르며 잡채지 말고 꾸준하게 가르치세요.


이렇게 '기다려'가 신뢰의 명령이라면 최초에 배웠던 '이리와'는 사랑의 명령입니다. '이리와'를 잘하는 개가 '기다려'를 더 잘하는 건 아니랍니다. 개마다 성정이 다른 거지요. 주인에게 별 애정이 없는 개들도 주인의 태도가 신뢰할 만한 일관성이 있다면 '기다려'를 아주 잘하기도 한다는군요. 사람도 마찬가지지만 주인이 같은 태도로 가르쳐도 개마다 진도는 다릅니다.


교육은 커피 자판기가 아닙니다. 괜히 가르치다가 잘 안되면 자학하면서 난 좋은 주인이 아니야, 좋은 엄마가 아니야 하다가 애나 개를 때려잡는 결과를 초래하지요. 과잉 책임감은 해롭습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개를 살피고 훈련을 시키는 과정 전체가 주인의 교감능력까지 키워주지요. 교감 능력이 모자라는 남성분들이나 너무 목표지향적인 열혈 엄마들은 개 훈련 과정을 통해서도 나름 배우는 게 있을 겁니다. 교육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걸 아시고 열심히 배워보시기 바랍니다. 아. 물론 저도 포함이고 말고요.

매거진의 이전글개훈련 5교시_하우스 심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