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훈련 리포트
개 캐리어를 사는 것도 선택의 문제입니다.
어떤 종류를 사라는 말은 들었지만 구체상표나 가격 정보를 듣지 못한 터라
동물병원 가서 물어봤습니다.
꽤 튼튼하게 생긴 것을 꺼내줍니다.
값도 좀 비쌉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마음에 걸리는 것은 색깔입니다.
무슨 이유인지 알록달록한 초록색, 주황색, 빨간색입니다.
이런 색깔은 도대체 누가 좋아해서 만드는 것일까요?
있는 거 다 만져보고 물어본 후에 인터넷 주문하러 가는 건 좀 치사한 일이지만
그래도 마음에 드는 물건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립니다.
인터넷에서 제가 원하는 밤색과 베이지 캐리어를 삼분의 일 가격에 찾았습니다.
그것도 집안에 들여놓으면 가구인데 눈을 어지럽히면 심사가 괴로우니 색깔이라도 맞춰야죠.
값이 싸니 결정이 훨씬 쉽네요. 사이즈만 비슷한 걸로 덜컥 구입했습니다.
의자 밑으로 들어가니 정말 다행입니다.
선생님이 오셔서는 제가 구입한 싸구려 캐리어를 보고는 실소를 합니다.
‘잘 사셨네요.’하면서도 내구연한이 길지는 않을 거라고 합니다.
중국산은 문 여닫이나 손잡이, 고정클립이 약해서 쉬이 망가진다고요.
싸구려 여러 번 사서 쓰레기 양산하지 말고 제대로 만든 물건을 제값 주고 사서
아끼며 오래 쓰자는 저의 소비 철학에 위배되긴 하지만,
똘비가 하우스에 적응하지 못하게 되면 그냥 버리게 될 지도 모르니
미리 큰 돈 쓰지 말자는 쪽으로 마음을 굳힌 터라 아쉬운 대로 참으려고 합니다.
집에 들어가도록 유인하고 간식을 주었더니
일부러 들어가라고 하지 않을 때도 종종 혼자서 들어가 앉아 있습니다.
들어가 있는 걸 발견하면 막 칭찬도 해주고 간식도 주었습니다.
이번엔 문을 살짝 닫고 모른척 합니다.
눈에 띄는 곳에 등을 보이고 가까이 앉아 있다가 어느새 슬쩍 멀리 갑니다.
개와 눈을 맞추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게 행동해야 합니다.
처음엔 개가 별 반응 없이 잘 있다가 나오고 싶은 시간까지 주인이 안 보이면 소리를 냅니다.
가장 좋은 건 개가 소리를 내기 전까지, 최대로 있는 시간을 늘려주는 것인데
주인이 욕심을 과하게 내다가 그 시기를 놓쳐버리기도 합니다.
그럴 땐 개가 끙끙 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점점 꺼내달라고 기척소리를 크게 내지요.
이런 요구를 듣자마자 문을 열어주면 안 됩니다.
복종 훈련의 원칙에 위배되니까요.
떼쓰니까 받아주는 꼴이 되어 점점 버릇을 들이기 어려워집니다.
안되겠다 싶으면 소리를 지르거나 하지 말고 조용히 가서 캐리어를 크게 두드립니다.
말은 필요 없습니다. 이럴 때 말은 그저 잔소리지요. 권위만 떨어집니다.
개가 깜짝 놀라면서 조용히 하라는 사인을 알아듣습니다.
그런 후에 일정 시간 주인의 요구에 조용히 기다렸다면 문을 열어주면서 칭찬을 합니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점점 시간을 늘리면
나중엔 캐리어 안에서는 조용히 해야 한다고 체득하게 되고
주인이 외출하는 동안 캐리어 안에서 조용히 기다리게 됩니다.
처음엔 문들 닫아 걸고 가지만 나중엔 그마저도 필요 없대요.
캐리어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게 되면 바깥 소리에 그다지 반응을 않는다더군요.
오늘은 워낙 앉아, 엎드려, 기다려 등의 훈련을 해보려고 했었습니다.
복종 훈련의 일환으로요.
그런데 똘비가 눈치가 얼마나 빤한지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캐리어 안에 있는 바람에
다음 시간에 훈련할 ‘캐리어에서 기다리기’를 미리 한 꼴이 되었습니다.
소파로 자리를 옮기고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40분이나 조용히 있더군요, 글쎄.
참. 개도 사람을 알아봅니다.
다음 시간에 ‘앉아, 엎드려’를 해보기로 순서를 바꾸게 되었던 이유입니다.
똘비는 개 트레이너만 오면 자기가 주인공이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말 못하는 짐승도 이렇게 자신에게 초점을 맞춰주는 시간에는
이미 빛날 준비를 하더군요.
사랑받아 행복하다는 느낌이 개의 온 몸에서 퍼져 나옵디다.
이후에 제가 할 일은 훈련 시간에 배운 것을 자꾸 반복하여 체화시키는 일인데
어쩌다보니 아이 키우는 것과 비슷하게 하나씩 제 일이 늘어가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그래도 와중에 깨닫는 게 아주 많습니다.
목줄 교육은 주인의 호불호를 빠르게 인식시키는 효과는 있지만 남용하면 독이랍니다.
저도 일부러 사람이 찾아올 때를 대비해 연습할 때 외에는 훈련하지 않고 지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오시더니 제가 목줄을 잘못 묶었대요.
목줄은 끈을 잡아당기면 줄이 당겨지도록 되는 쪽에 묶어야 한답니다.
반대로 묶으면 끈을 잡아당길 때마다 목줄이 목에서 돌아갑니다. 당연히 불편하겠지요.
또 하나, 목줄을 걸어주면 연결부분이 아래를 향하고 있다가
위로 끈을 채면 조이게 되고 다시 힘을 풀면 저절로 목줄이 늘어지는 방법으로 걸어주세요.
잘못 걸면 조인 목줄이 자연스레 원위치로 돌아가서 늘어지지 않기 때문에
개가 반응하기도 어렵게 된답니다.
예를 들어 산책을 할 때도 개가 버팅기면 목줄이 조이지만
가까이 오면 저절로 느슨해지도록 매어주어야 하는 거지요.
참말로 세상에 쉬운 게 하나 없습니다.
과외비 내줬다고 자랑하는 남편은 때마다 그 공만 내세우는군요.
교육이 돈으로 되는 것이라면 차라리 저도 나가서 돈만 벌겠습니다. 엉엉.
아직도 남편이 들고 날 때 "왕왕" 시끄럽게 짖어대는 똘비를 보면서
돈 낸 만큼 즉각 효과가 안 나는 게 안타까워진 남편이
똘비에게 우아하게 한 마디 던지고 출근을 합니다.
"아니~ 왜 그러세요. 이제 배울 만큼 배우신 분이."
돈은 들였지요, 결과는 금방금방 안 나오지요.
괜히 조급한 엄마 마음만 쑥대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