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훈련 1교시_이리와

개훈련리포트

by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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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개의 가장 큰 장점은 미모. 우리 개의 가장 큰 단점은 목청.

큰 목소리로 현관문이 여닫힐 때마다 멍멍 짖어 댑니다. 근래에는 혼자 있을 때에도 한 두 시간씩 짖어댄다는 동네 민원까지 들어왔지요. 고심 끝에 개 트레이너를 수소문하여 교육을 시켜보기로 하였습니다.

지속적으로 신경을 쓰면서 교육을 한다는 건 아무래도 아마추어로서는 힘이 드는 일이지요. 남편은 예뻐만 해주면 되지 애완견에게 무슨 훈육까지 시켜야 하냐고 한사코 거부했지만, 민원까지 들어오고 나니 할 수 없이 개 훈련을 해보자는 제 의견에 따를 수밖에 없었지요. 그러고 나서는 출근할 때마다 "내가 하다 하다 개 과외비까지 벌어야 하는구나."하면서 신세타령을 합니다. 하지만 그 개는 남편의 정서함양을 위해 키우는 것이니 ‘당연히 그래야 하고 말고요!’지요. 동네 동물병원에서 소개를 받은 트레이너였는데 어찌 그리 조 리정 연하게 말을 잘 하는지 감탄에 감탄을 하였습니다.


먼저, 개는 중세사회적 상하관계가 머릿속에 자리 잡은 동물이라는군요. 개의 주인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을 해놓지 않으면 어느새 개의 하녀로 전락하게 된대요. ‘민주적인 가족 관계’ 같은 설정은 개에 있어서는 한갓 인간들의 환상일 뿐이랍니다. 그런 사람은 어느덧 개보다 서열이 내려가는 비운을 맞게 되는 것이지요.

개에게 하는 보상(칭찬)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답니다.
1. 립서비스 (아이, 예뻐. 혹은 아이고 착해.)
2. 스킨십 (쓰다듬거나 만져주는 일.)
3. 먹거리 (맛난 간식)
4. 놀이 (산책이나 놀아주기 등, 시간과 에너지를 공유하는 것)

먹는 걸 좋아하는 우리 가족은 개에게 먹이 주는 것을 최고 보상으로 알았지 뭡니까. 다들 산책이나 놀아주기, 시간 보내기는 소홀한 편이었는데 정작 개는 그걸 제일 좋아한다니요. 우리 아이들 교육할 때도 은연중에 그랬을 거라고 생각하니 속으로 약간 움찔해집니다.

훈련은 명령하고 보상하는 반복 활동을 하는데 이 때는 항상 일관성을 가져야 한대요. 소리 지르거나 말만 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거나 오히려 악영향을 끼친답니다. 개는 사람이 말하는 내용을 처음에는 알아듣지 못한대요. 행동으로 먼저 사인을 알아듣게 한 후에 그 행동에 명령어를 입혀주라고 합니다.

알아듣지 못하는 말은 소음이나 잔소리로 먼저 각인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나중에도 그 사람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버릇이 생겨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답니다. 행동으로, 맺고 끊음이 정확하면서, 일관되게, 보상을 주는 방향으로 '안 돼'보다는 '이렇게 해'로, 벌 대신 칭찬으로 가르쳐야 한답니다.

참 어디서 많이 들었던 소리 아닌가요? 모든 교육은 결국 하나의 방법으로 통하는 것 같아서 웃음이 납니다. 게다가 꼭 새겨들어야 할 이야기가 하나 더 있었어요. 개 훈련에도 눈높이 교육처럼 난이도의 단계가 있다는 것인데요. 한 스텝이 정확하게 일정 수준에 오르고 난 후에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야 한답니다. 욕심이 앞서서 조급하고 무리하게 교육 단계를 높여 순서가 엉키게 되면 효과도 없을 뿐 아니라 개의 입장에서는 더 헷갈리기만 한다는군요. 사람도 마찬가지겠지요. 두 번째 움찔합니다.

이렇게 이론 교육으로 시동을 건 후에 첫 수업 훈련은 '이리와' 과정이었습니다. "똘비야~"라고 부르면 이름을 부르면 무슨 일이 있어도 주인에게 달려오게 하는 거지요. 오면 잘했다고 칭찬하며 어김없이 먹이를 주래요. 그냥 주는 게 아니라 눈을 맞춘 후에 말이에요. 먹이를 주머니에 몇 개 넣고 가족끼리 멀찍이 둘러앉아해보라네요. 와서도 눈을 맞추지 않으면 사랑과 신뢰의 교감이 없는 거래요. 아이도 엄마와 눈을 맞추지 않으면 할 수 없이 오긴 왔지만 얘긴 듣기 싫다는 표현이잖아요. 부르면 언제든지 기쁘게 달려와 주인과 눈을 맞추도록 훈련하는 것. 모든 복종 훈련의 시작입니다.

저는 오늘 들은 이야기 중에 두 가지가 마음에 닿았습니다. 첫째는 '단계에 맞는 교육법으로 엉키지 않게 가르쳐라'와 둘째는 '먹는 거 보다는 같이 놀아주고 시간을 보내주는 게 더 큰 보상이다'는 것이지요. 개 훈련시키면서 부모 훈련도 복습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