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 ‘여행작가’라고 할 때마다 매번 놀란 눈동자와 마주한다. 대부분의 (도레미파) 솔 톤의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내 반응 역시 그때그때 다르다. 눈빛을 반짝이며 “꿈의 직업이네요.”라고 말하는 이에겐 그저 미소 띤 얼굴로 정지화면처럼 있기도 하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금까지 여행 한 곳 중에 어디가 제일 좋았어요?”라고 묻는 이에겐 그 순간 가장 그리운 여행지 이야기에 열을 올리기도 하며,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요즘도 여행책을 사보는 사람이 있어요?” 라며 뼈 때리는 질문을 던지는 이에겐 속으로 부르르 떨면서 대답을 얼버무리기도 한다. 때로는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까 망설여지는 질문도 날아든다. 이를테면 이런 물음. “그런데, 여행도 일로 하면 재미없지 않아요?”
처음엔 ‘답정너’ 형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하면 즐겁지 않다.’라는 풍문을 나를 통해 검증(?) 하고 싶은 마음으로 툭 던진 질문 이거니 했다. 내가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맞아요. 아무리 좋아하는 취미도 일이 되면 힘들어진다니까요.”식의 맞장구를 쳐야 상대방이 만족할 것이라 여겼다.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받다 보니 어쩌면 그 질문의 의도가 순수한 궁금증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렇다면 나의 답은 이렇다. “여행이 일이 되었다고 해서 괴롭지 않아요. 아무리 일이라도 여행은 여행 그 자체로 즐거울 때가 많아요.”
물론 여행이 일이 되고 나니 고된 부분은 있다. 취미였다면 찍지 않을 여행지의 사진을 꼭 찍어야 하는데 그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하면 '이그, 이것도 못 찍냐'며 스스로 자책하기도 하고, 모든 경우의 수를 대비해 여행 일정을 무자비하게 촘촘히 짜지면 그대로 여행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에 내가 나에게 화를 내기도 한다. 여행을 마친 후 집에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고 글을 쓰며 언제 이걸 다 끝내나 한숨짓기도 한다.
그런데, 이 정도는 취미가 일이 된 삶을 사는 사람의 숙명이 아닐까. 중요한 것은 내가 취미가 일이 되는 삶을 꿈꾸었는데, 어느 정도는 이루었다는 것이다. 비단 여행작가만의 경우만이 아닐 것이다. 그들도 때때로 질문을 받겠지. "그런데, 취미가 일이 되니 재미없지 않아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