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취미가 되고 취미가 일이 될 때

by 우지경

일이 취미가 되고,

취미가 일이 되는 삶을 꿈꾸었는데,

어느 정도 이룬 것 같다.

윤동희, 『 좋아서 혼자서 』 (달 출판사 2019, 12)




직업이 ‘여행작가’라고 할 때마다 매번 놀란 눈동자와 마주한다. 대부분의 (도레미파) 솔 톤의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내 반응 역시 그때그때 다르다. 눈빛을 반짝이며 “꿈의 직업이네요.”라고 말하는 이에겐 그저 미소 띤 얼굴로 정지화면처럼 있기도 하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금까지 여행 한 곳 중에 어디가 제일 좋았어요?”라고 묻는 이에겐 그 순간 가장 그리운 여행지 이야기에 열을 올리기도 하며,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요즘도 여행책을 사보는 사람이 있어요?” 라며 뼈 때리는 질문을 던지는 이에겐 속으로 부르르 떨면서 대답을 얼버무리기도 한다. 때로는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까 망설여지는 질문도 날아든다. 이를테면 이런 물음. “그런데, 여행도 일로 하면 재미없지 않아요?”


IMG_0770.JPG


처음엔 ‘답정너’ 형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하면 즐겁지 않다.’라는 풍문을 나를 통해 검증(?) 하고 싶은 마음으로 툭 던진 질문 이거니 했다. 내가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맞아요. 아무리 좋아하는 취미도 일이 되면 힘들어진다니까요.”식의 맞장구를 쳐야 상대방이 만족할 것이라 여겼다.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받다 보니 어쩌면 그 질문의 의도가 순수한 궁금증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렇다면 나의 답은 이렇다. “여행이 일이 되었다고 해서 괴롭지 않아요. 아무리 일이라도 여행은 여행 그 자체로 즐거울 때가 많아요.”


물론 여행이 일이 되고 나니 고된 부분은 있다. 취미였다면 찍지 않을 여행지의 사진을 꼭 찍어야 하는데 그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하면 '이그, 이것도 못 찍냐'며 스스로 자책하기도 하고, 모든 경우의 수를 대비해 여행 일정을 무자비하게 촘촘히 짜지면 그대로 여행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에 내가 나에게 화를 내기도 한다. 여행을 마친 후 집에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고 글을 쓰며 언제 이걸 다 끝내나 한숨짓기도 한다.


그런데, 이 정도는 취미가 일이 된 삶을 사는 사람의 숙명이 아닐까. 중요한 것은 내가 취미가 일이 되는 삶을 꿈꾸었는데, 어느 정도는 이루었다는 것이다. 비단 여행작가만의 경우만이 아닐 것이다. 그들도 때때로 질문을 받겠지. "그런데, 취미가 일이 되니 재미없지 않아요"라고.


매거진의 이전글한국 사람은 매일 김치를 먹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