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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리스 Jun 26. 2018

스타트업의 사업과 브랜드는 하나

[창업가의 브랜딩] 서평

2015년에 창업한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프릳츠]는 왜 큰 길가가 아니어도 사람들이 모여들까? 대부분의 온라인 콘텐츠가 무료인 와중에, 유료 디지털 콘텐츠를 출판하는 [퍼블리]의 소비자들은 왜 돈을 지불할까?


많은 창업가들은 좋은 제품/서비스를 만들어 시장에 내놓으면 소비자들이 몰려들거라 생각한다. 허나 생산력이 늘어난 오늘날, 좋은 제품과 서비스는 이미 차고 넘친다. 야심차게 준비한 창작물을 내놓아도 수많은 경쟁력있는 상품들 중에서 눈길을 받기가 쉽지 않다.

컴퓨터과학 전공생이던 필자도 주변에서 '이런 플랫폼을 만들면 대박나지 않을까?'와 같은 맥락의 얘기를 상당히 많이 들었다. 그렇지만 위와 같은 맥락에서, 이러한 플랫폼 "신화"를 믿는 IT 분야 창업가들에 대해 권도균 대표는 "플랫폼을 만들면 성공할 거라 착각"하고 있다고 말한다.

플랫폼의 동의어는 '성공'입니다. 모든 제품이 성공하면 인접 제품/서비스들의 중심이 되어 플랫폼이 됩니다. 심지어 볼트 제품 하나도 성공하면 플랫폼이 될 것입니다. 플랫폼은 목표가 아니라 성공의 부산물일 뿐입니다.
-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

수많은 경쟁자들 사이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지속적으로 받고 성장하려면 무언가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고객들을 기대하게 해야한다. 그것이 결국 브랜딩이다.



브랜드, 브랜딩이란?


자신만의 매력이 뚜렷한 사람들이 있다. 이야기를 잘 듣고 공감해주는, 함께 있으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즐거운, 혹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정을 불태우는 그런 매력적인 사람들 말이다. 잘 가꾸어진 브랜드는 이처럼 살아있으며 남들과 차별화되는 자신만의 매력 포인트 혹은 가치가 있다. 그리고 해당 브랜드와의 모든 접점에서 이를 일관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브랜드란 쉽게 말하자면 고객과의 관계다.

A brand is a relationship between company and customer that secures future earnings by securing preference and loyalty. (브랜드는 고객들의 선호와 충성도를 확보함으로써 미래의 수익을 보장하는 관계의 끈이다)
- [Interbrand] 창업자 John Murphy

모든 관계가 그렇듯이 브랜드는 일방적으로 주장한다고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전달하고자 하는 정체성이 고객에게 와닿고 받아들여져야 비로소 관계가 형성된다. 그렇기에 브랜드 관리자는 대인 관계에서처럼 상대방, 즉 고객이 해당 브랜드에 대해 어떻게 느낄 지를 고민해야 한다. 브랜드 관리자가 주장하는 정체성인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고객이 실제로 인식하는 브랜드 이미지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과정이 바로 브랜딩이다.



왜 브랜딩을 해야할까


제품 또는 서비스의 가능성을 인정 받아 상당한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에 성공하면 그 시점부터 꽃길만 걸을까? 아니다. 당장의 전망은 좋아보일 수 있어도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결국 투자금은 바닥나고 사업은 살아남지 못 한다. 실제로 큰 규모의 투자를 받고 두각을 드러내고는 소리 소문없이 사라진 스타트업들의 수도 상당하다. 사업 전략의 핵심은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의 표현처럼 "우리가 오늘 하는 일을 내일도 할 수 있느냐," 즉 "지속가능성"을 갖추는 것이다. 효과적인 브랜드 전략은 여러 측면에서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우선 계속 비용이 드는 기존의 마케팅과는 달리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은 누적되기 때문에, 제품과 서비스의 인지도를 효과적으로 쌓을 수 있다. '상어 가족' 등의 인기 콘텐츠를 제작한 [스마트스터디]의 박현우 대표는 이러한 관점에서 브랜드를 "비용최적화"라고 정의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여러 콘텐츠와 상품을 만들고 제품으로 판매하는 과정에서 하나하나를 개별적으로 인식시키고 장점을 설명하는 데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는 건 낭비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시시콜콜 설명하지 않아도 '아, 핑크퐁이야?'라고 한 번에 생각해줄 수 있는 부분을 만들어가야죠.
- [스마트스터디] 박현우 대표

콘텐츠, 상품의 인지도를 쉽게 쌓을 수 있는 점도 이점이지만 매력적인 브랜드는 특히 앞으로의 행보를 함께할 두터운 팬층을 쌓을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지속가능성의 실마리를 제공해주는 셈이다. '오늘 뭐 먹지?', '쿠캣'을 운영하는 [그리드잇]의 이문주 대표는 코엑스에서 더큐브 프로젝트라는 페스티벌을 진행했을 때, [그리드잇] 측에서도 코엑스도 예상치도 못 한 인파가 몰렸다고 한다. 코엑스는 이후 연중 최대 규모의 페스티벌을 [그리드잇]에 맡기기로 했고, 그렇게 열린 잇더서울에 10일 동안 40만 명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PB제품 중 쿠텔라는 출시 직후 두 달 만에 10만 병을 수출하기도 했다.

여기서 나오는 것들, 여기서 만드는 제품들, 이걸 경험했을 때 어떤 즐거움이 있을까 기대하는 거죠. ... 결국 브랜드는 신뢰성과 기대감이라고 믿습니다.
- [그리드잇] 이문주 대표

결국 롱런하며 지속적으로 성공하는 사업을 위해서 브랜드 자산은 필수며, 사업 전략과 브랜드 전략은 따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 이 글은 우승우, 차상우의 <창업가의 브랜딩>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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