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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동환 Jul 20. 2023

복잡한 멕시코 대중교통 속에서 길 찾아가기

모르면 질문해

보름정도 멕시코 여행하며 이동할 때마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영어가 아닌 스페인어라는 언어적인 문제점도 있었지만 대중교통이 굉장히 복잡했기 때문이다. 도시와 도시를 이어주는 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직원들도 정류장의 플랫폼 번호를 알지 못해서 출발 5분 남기고서야 알 수 있었다. 지하철도 복잡했다. 모든 정차역마다 경찰들이 배치되어 있어서 미국의 지하철보다는 안전했지만 환승 배치도가 너무 복잡해서 찾아가기 힘들었다. 무엇보다 시내버스는 더욱 길을 찾기 힘들게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구간은 멕시코 시티에서 50km 정도 떨어진 테오티우아칸의 피라미드로 향하는 길이었다. 테오티우아칸은 멕시코 고대 도시로써 아메리카 최대 규모의 피라미드였기에 무조건적으로 봐야 하는 관광지였다. 사실, 택시를 타고 가면 4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지만 돈을 아끼기 위해 대중교통을 선택했다. 비록, 왕복 5시간 거리지만 가격이 3-4배 정도는 차이 났기 때문이다.

우선, 숙소에서 지하철을 타러 15분 걸어간 뒤 지하철을 타고  환승 1회를 한 뒤, 도착한 지하철역에서 걸어서 버스역으로 이동했다. 버스는 20분간 운행을 했고 어느 고속도로 위의 정차역에서 나에게 하차하라고 알려줬다. 그곳에서 목적지 인근의 시골마을로 다시 출발했는데 지금까지만 해도 듣는 사람이 지겨워할 만한 루트다. 하지만, 한번 더 환승을 해야 했다. 피라미드는 시골마을에서 걸어서 45분 거리이기에 또 다시 버스를 탈 수밖에 없었다. 언어적인 문제가 있어서 환승을 할 때마다 물어보며 갈아타는 것도 체력소모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문제는 너무나도 많은 소형버스와 대형버스 때문에 헷갈렸다. 현지인들도 너무 많은 교통편 때문에 알려주는 루트가 너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어보고 물어본 덕분에 목적지였던 테오티우아칸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돌아가는 길이었다. 돌아가는 루트도 너무 다양했다. 올 때 그 방법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테오티우아칸의 마을에 도착하기 이전의 환승지였던 곳은 그냥 고속도로에 있는 작은 간이정류장이었다. 분명히, 나는 다시 똑같은 그곳으로 돌아가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 모든 문제점은 시간대마다 오고 가는 다양한 루트의 대중교통 때문이었다. 어떤 버스를 타고 가냐에 따라 이동시간이 3시간이 될 수도, 2시간이 될 수도 있었다. 1시간 정도는 괜찮을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멕시코의 식당들은 7-8시에 문을 닫기 때문에 패스트푸드가 아닌 멕시코 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6시 30분에는 무조건 도착해야만 했다. 우선, 테오티우아칸에서 빠져나와 최대한 소형버스가 오고 다닐만한 도로로 걸어갔다. 멕시코에서는 손을 흔들면 차량을 세워주기 때문이다. 흙길을 통해 한참을 걸어가자 도로가 보였고 때마침 소형 버스가 보였다. 손을 흔들고 탑승한 뒤 'Centro'로 가는 버스인지 확인했다. 우연히 만난 버스를 통해 도착한 ‘Centro'에서는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 시간을 맞춰서 어떤 버스를 타야 할지 말이다. 결국 또 버스정류장에 있는 표를 파는 아저씨에게 물어볼 수밖에.

‘Mexico City'을 연달아 외쳤다. 처음에는 발음을 못 알아듣고 표정을 찡그리던 아저씨는 비장한 표정으로 본인을 따라오라고 했다. 어찌나 그 좁은 어깨가 순간적으로 넓고 든든해 보였는지 모르겠다. 큰 도로에 도착하자 저기 멀리 대형 버스가 오고 있었다. 아저씨는 저 버스가 ’Mexico city‘로 향한다고 했다. 환승 없이 한 번에 도심까지 가는 버스였다. 그것만으로도 큰 걱정을 소화되었다. 지하철이야 노선 따라 쉽게 물어보고 가면 그곳이 딱 내가 요구하는 위치지만 멕시코의 버스는 내려주는 곳이 제각각이기에 매 순간 환승할 때마다 긴장하며 누군가에게 물어봐야 했기 때문이다.  아저씨는 나를 대신하여 버스에 손을 흔들며 승객이 있음을 알렸다.


도움을 준 그에게 고마운 마음을 안고 탑승한 버스는 심적안정감을 느끼게 해 줬다. 버스를 타고 멕시코 시티로 향하는 길에서 오늘 하루를 뒤돌아보았다. 비록, 당일치기 여행이었지만 여러 차례의 환승 속에서 외딴곳으로 가지 않고 목적지까지 갈 수 있었다는 사실에 스스로가 대견했다. 무탈하게 돌아가는 이 순간에 대해서도 뿌듯했다. 물론, 친절한 멕시코인들의 선의 덕분이기도 하다. 간혹, 여행을 하다가 길을 잃어서 물어보면 일부러 잘못된 길을 가르쳐주거나, 모르면서 도움을 주고 싶어서 아무 방향이나 짚어주는 경우도 더러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환하게 웃으며 저자세로 길을 물어보는 태도다. 한국에서는 사소한 질문조차 부끄러워하고 꺼려한다. 그게 길을 물어보는 아주 간단한 질문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여행은 혼자 살아남는 모험이다. 모르는 것이 있다면 민망해하지 말고 언제든 주변에 물어보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현명한 여행자가 오랫동안 탈 없이 여행을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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